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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너스 코브의 파도
05/29/2018 20:00
조회  650   |  추천   15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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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고운 청남색 바다 저만치에서 굼실거리던 몸짓 끝내 흰 갈기 앞세우고 황황히 달려와 바위를 휩싼다. 매번 새로워 젊디젊은 파도는 그 일회성에 목 말라 두고두고 이어지는 것일까. 검푸른 바윗전에 쉼없이 부딪는 파도의 위용도 잠시, 그리고 부서진다.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흩날린다. 끊임없이 밀려와 해벽에서 마침내 산화해버리는 격렬한 사랑. 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와서 허무로 끝나버릴 수 밖에 없는 그 처절한 사랑을 영겁토록 해야 하는 파도. 머물러 붙잡을 수 없는 찰나의 사랑, 아니 이루지 못할 사랑이 안타까워 종내 가슴 전부로 맞부딪혀 사라지고 싶은지도 모른다. 이름 그대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바다 태평양 바닷가에 섰다.




인근의 모로 베이나 피스모 비치의 명성에 비해 빛을 못 본 해안이 있다. 스푸너스 코브 (Spooner 's Cove)다. 몬타나 데 오로 주립공원(Montana de Oro State Park) 내에 있는 바닷가 절경지다. 저지난해 지인이 이름도 생소한 그 주립공원으로 캠핑가자 했을 때 심상히 넘겨버렸던 곳이다. 이번엔 일부러 목적지를 몬타나 데 오로 주립공원으로 잡았다. 탁 트인 태평양이 우선 맘에 들었다. 바다 빛깔 눈부신 이곳은 화산활동과 아울러 지진대가 지나는 곳으로 상승과 침하가 계속되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에 얹혀있는 특이 지질대다. 광할한 plain 지형이 동쪽에 카리조 평원을 펼쳐놓은 다음 서쪽 스푸너스 코브까지 거의 동일선상으로 연결시켜 두었다. 두곳 다  루이스 오비스포 카운티에 속한다. 




바다와 육지가 조화 이루며 뒤편으로 원만한 언덕과 끝없는 평원 이어진 8,000에이커에 달하는 광대한 주립공원 안. 해안 보호지역이기도 한 Spooner 's Cove Beach는 Islay Creek이란 얕은 시내가 태평양으로 흘러드는 자그마한 비치다. 책을 비스듬 포개놓은 듯 켜켜이 쌓인 거대한 맞은편 아치 바위는 마치 코 박고 있는 코끼리 같았다. 둥글납작하게 다듬어진 퇴적암 파편이 깔린 해변을 핥는 파도소리는 아늑했다. 그날따라 해풍 부드러워 바위 때리며 솟구쳐 오르는 파도의 격한 몸부림은 없었다. 굵은 모래가 깔린 반원형 해안가를 애견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한가로와 보였다. 기타를 멘 청년 하나 프레임 안에 들어와 평화로운 그림을 만들어줬다. 해안 초입의 스푸너스 랜치 하우스에서는 캠프장을 운영하며 안내센터 역할도 했다.




절벽 해안 곳곳이 치즈케익을 스푼으로 푹푹 떠 먹은 모양새라서 스푸너스 코브인가. 허나 음식 먹는 스푼과는 아무 상관없는 이름이다. 1892년 알덴 스푸너씨가 인근 땅을 사서 낙농업을 하며 가족들을 이주시켜 랜치를 만들었다. 그후 1965년 주립공원 부지로 선정돼 캘리포니아 스테이트에서 매입하여 관리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지명은 이 땅의 원래 소유자였던 Spooner씨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갯바위 낚시꾼들에겐 짭짤한 낚시터인가 하면 어린이도 즐길만한 안전한 캠핑장이자 전망좋은 트레일 장소인 이곳.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스푸너스 코브에서는 하이킹 코스인 발렌시아 피크(Valencia Peak)와 비숍 피크(Bishop Peak)가 인접해 있어 산행하며 태평양을 조망할 수도 있다. 또한 승마나 산악자전거를 타기에도 아주 안성맞춤이다.  




해안 절벽을 따라 걷는 블러프 트레일(Bluff Trail)에 올랐다. 산책하듯 걸으며 발치를 내려다보자 탄성이 절로 새어나왔다. 여느 바닷가와는 다른, 널펀펀한 평원이 느닷없이 바다로 수직 낙하해 버렸기 때문이다. 평원 드넓은 언덕이 고개를 직각으로 꺾어 내리며 만든 아찔한 절벽. 그 아래 품섶마다 조약돌과 모래 사장은 물론 조수 웅덩이와 동굴 등 기암절경을 빚어놓았다. 크고 작은 바윗전에 파도 하얗게 부서지며 연신 해조음을 띄워보냈다. 때때로 바닷새 소리도 들려왔다. 한고비에 이른 들꽃 향연이 펼치는 싱그런 풀꽃 향기가 짭조름한 해초 내음에 섞여들었다. 해안 절벽 환상적인 스푸너스 코브 (Spooner 's Cove)는 기나긴 일월, 풍화작용과 침식작용이 빚어낸 걸작품이었다. 구름 위를 거닐듯 했던 시간들, 평온함이 함께 한 행복한 날이었다.    

 


주소: 3550 Pecho Valley Rd, Los Osos, CA 9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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