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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말랭이 말리며
10/09/2017 06:00
조회  692   |  추천   17   |  스크랩   0
IP 104.xx.xx.204


 영암에 있는 한석봉이 쓴 육우당 현판    


가을무는 인삼보다 낫다고 한다.

배추김치 속 버무리려 사온 무가 남기에 무말랭이 거리를 썰면서 한석봉 어머니를 생각했다.

왜냐하면 얼마되지도 않는 무를 썰었는데 크기나 두께가 고르지 않고 제멋대로라서 한마디로 오호 애재라~  

오래전에 들른 영암에 있는 구림마을은 한석봉과 그 어머니에 얽힌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곳에 있는 죽림정사에 머물면서 글공부를 하는 한석봉. 어머니는 장터에서 떡장사를 하면서 아들교육을 시킨다.

글공부는 재주보다 노력이 중요하니 십년동안 서예에 정진하라며 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니.

삼년후 석봉은 어머니도 보고싶고 글솜씨도 자랑하고 싶어 집으로 돌아와 공부는 이제 충분하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잠자코 "나는 떡을 썰테니 너는 그간 공부한 글을 써보아라." 하면서 등불을 끈다.

얼마후 불을 켜고 보니 석봉이 쓴 글씨는 삐뚤빼뚤, 어머니가 썬 떡은 한결같이 똑바랐다.

석봉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께 절하고 다시 사찰로 돌아가 일로매진해 훗날 추사와 쌍벽 이루는 명필가가 된다.



가을볕이 아까워 무어라도 내다널어 바삭거리게 말리고 싶어 무말랭이를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요새 이런 밑반찬 즐기는 입맛 찾기힘드니 지천꾸러기나 될 무말랭이 아닌가.

데쳐 말린 고춧잎이랑 갖은양념해 조물조물 무치면 쫄깃거리는 식감도 괜찮은데 촌스럽다며 다들 외면하는 반찬이다.

서구화로 세련된 미각의 젊은이들이라면 옛 토속음식 반길 리 없고, 노장들이나 더러 추억 반추하려 찾을까.

그러건 말건 내멋에 겨워 꾸역꾸역 무말랭이 썰어 말리나, 실은 나도 무말랭이 무침 별로다.

이무렵 한국 농가 마당에선 콩타작하느라 도리깨질 바쁠테고 밭둑에 세워둔 들깻단 혼자 톡톡 알갱이 튀기겠다.

멍석에 널어 둔 고추는 태양초로 붉고도 맵게 바짝 말라가리라. 

무성히 뻗은 줄거리 들추고 황토 이랑에서 고구마 캐내는 밭두렁 가에 

죽 늘어선 탐스런 수수와 조 이삭은 무거워 고개 숙였겠지. 

감나무 꼭대기엔 홍시볼 붉어가겠고 뒷동산 아람 번 밤송이 윤기나는 밤알 쏟고 있겠다.  

가을 서정에 취해 도연해지는 기분, 곁에서 물색없이 뛰던 멍이는 담에 걸쳐둔 봉제완구 비암을 물어제낀다.

일부러 놀이개감 사다줬건만 평소 거들떠도 안 보더니, 내 앞에서 알짱대는 녀석 딴에는 애교삼아 재롱 부리나보다.

가을 양광 가득 내리는 뒷뜰에 일상의 평화 자잔히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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