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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레이 등대, 포인트 피노스
10/05/2017 06:00
조회  1185   |  추천   2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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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와 구름 띠처럼 둘러처져 있는 일출 전의 바다풍경은 그대로 한폭 수채화였다. 

연보라에 푸른 기운 스며들다가 은빛으로 변해가는 바다. 

바다는 아주 고요하고 아늑했다. 

아직 물새도 깨어나지 않은 시각이었다.    

기분일까. 몬트레이 새벽 공기는 눅눅하고 비릿했다. 

짭조름 소금기 머금은 해조류가 만들어내는 바다내음일 터. 

그럼에도 '캐너리 로' 이미지가 짙어서인지 골목에 정말 생선 냄새가 밴듯했다.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수요가 넘쳐 통조림 공장이 열아홉개나 밀집해 호황을 누렸다는데 

연근해에서 주로 잡히는 정어리로 캔을 만들었다고 한다. 

등푸른 생선인 꽁치 고등어보다도 정어리는 유독 비린내가 심하다.

지금이야 몬트레이가 어촌에서 관광지로 분위기 전면 바뀌었지만

여전히 각종 바닷말 빡빡한 바다엔 해뜨기 전부터 고깃배 만선을 꿈꾸며 출항하고 있었다.  





한겨울 뉴저지에서는 어부 자처하는교우 몇이서 낚시배 타고 고등어 잡으러들 갔다. 

꼭두새벽에 출항하는 배를 타려면 남편은 잠도 설치고 깜깜밤중에 나서야 했다. 

전날 저녁 낚시도구와 얼음채운 쿨러와 먹거리 등 만반의 준비를 해 놓았다가 퍼뜩 차에 싣고서. 

옷 겹겹에 방한모 눌러써도 귓바퀴 떨어질듯 매섭게 몰아치는 눈보라 속 깡추위 무릅쓰고서. 

마찬가지로 여름철 뙤약볕에 나앉았어도 낚싯대 드리우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는 강태공들. 

만일 같은 조건에서 누가 일 좀 하라고 시켰다면 당장 눈꼬리 올라가며 표정 험해질 것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취미 즐긴다면 웬만한 어려움 따른다해도 힘든 줄 모르고 

스스로 만족해 한껏 기꺼워하며 행복감에 젖어들게 마련.  

해풍 시린 겨울새벽 바다에 그것도 비싼 승선료 내고 고등어 잡아봐야 

배보다 배꼽이 더 큰데도 항상 낚싯배는 낚시꾼들로 자리가 비좁다 했다. 

  사먹는 게 차라리 훨씬 싸다고 퉁박주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듯 무시해버리기 일쑤였다.

추위에 생고생하겠지만 그래도 면역력 좋아져서인지 한번도 감기 모르고 지냈으며 

친구남편은 며칠씩 대서양 먼바다로 튜나낚시도 다니는데 싶어 더 이상 참견은 안했다.  

쿨러 가득 고등어를 잡아오면 여나문 마리씩 봉다리 담아서 교우 집집에 돌렸다. 

비린내 역겨워하다보니 근처 얼씬대지 않아도 와서 도와달라거나 군소리없이 

  혼자서도 신이 나서 싱글거리며 말끔하게 뒷정리 다 하곤 남편은 아구구~허리야~하면서 일어났다.




그처럼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되면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으며 

고되고 힘겨워도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다. 

누군들 여행을 마다할까마는 나 역시 낯선 길위에 서면 세간사 다 잊고 아이처럼 들뜬다. 

오감 스멀스멀 깨어나며 행복 호르몬이 분수처럼 샘솟는다. 

원님덕에 나발분다고 대학가는 손자덕에 북가주 여행 기회를 얻어 몇몇 곳 들러 감지덕지 즐길 수 있었다.

덕분에 몬트레이 바닷가 거닐다가 캐너리 로 거리 다시 한번 찬찬히 돌아보았다.

 애견과 산책하는 공원에서 현지인처럼 느긋이 거닐기도 하고 길거리 분수도 구경한 다음 

지난 겨울 미처 못 가본 등대를 찾아갔다.

십분쯤 해변마을 통과해 솔숲 운치있는 길을 지나고 작은 골프장 스치자마자 등대는 보였다.





포인트 피노스 등대는 몬트레이 베이 코끝인 퍼시픽 그로브 곶에 자리잡고 있다.

보통 등대가 언덕위에 높다라니 솟아있는 것과 달리 

국가 문화재로 지정된 Point Pinos Lighthouse는 오두막처럼 생긴 독특한 등대다.

1854년에 세워진 미국 서해안 등대 중 가장 오래되었으며 

고래 기름을 태워 불 밝히다가 1919년부터 전기를 사용했다 한다.

전망대 높이가 89피트로 17마일 정도 떨어진 바다에서도 볼 수 있다는데 

 기암 늘어선 해변 앞마당 삼은 등대 주변 지역은 아실로마 주립 해양 보호지구에 속해 있다.

몬트레이 끄트머리 돌기에 나앉은 등대는 대낮인데도 희끔하니 불이 켜져 있었다. 

먼먼 옛적 태평양 거친 파도에 부대껴 지칠대로 지친 뱃사람들 간절히 바라마지않던 

육지의 등대불 신호는 희망을 넘어 생존과 동격이었으리라. 

지금이야 도회의 불빛만으로도 뭍의 향방을 가늠하겠지만 

폭풍 거센 격랑의 바다 항해하던 배에서야 이젠 살았다는 안도의 표상이 되었을 터다. 

등대는 주중인데도 문 닫긴 채였다. 

안내문을 보니 문 열린 날보다 문 닫는 날이 더 많았다.  

우리외에도 여러 팀이 문앞에서 되돌아갔다. 

  해송 사이 숨겨진듯 가까스로 보이는 등대 뒷태만 겨우 사진에 담았다. 

철문 밖 멀찌감치에서 바라본 등대는 웬지 등대라기보다 평범한 가정집 같았다. 

바닷가 언덕위에 우뚝 솟은 등대를 기대했으나 등대는 아주 낮으막했으며 

주택가와 가까워 여늬 등대처럼 외따로 혼자 서있지도 않았다. 

결국은 등대 앞에 서서 대양을 품어볼 수 없었고

중후한 멋 풍긴다는 빅토리아풍 등대 내부도 훑어볼 수 없었다.

시간 관계상 아름답다는 낙조 역시 만날 수 없었지만 

 몬트레이 여정에서 그래도 오래전 주요 어업 전진기지의 흔적 하나 접했으니 이쯤으로도 흔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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