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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 익선동
11/28/2018 13:00
조회  645   |  추천   6   |  스크랩   0
IP 14.xx.xx.211




오전 11시 무렵에 찾은 익선동.

다섯 번 놀랬다.

첨단도시 서울 안에 비좁기 짝이없는 옹색진 골목들이 이리 꼬불탕 나있다니.. 

 고층빌딩 숲이 된 수도 한복판에 낡디낡아서 허름하다못해 누추한 집들이 이토록 많다니..

바로 곁의 종묘, 인사동은 알아도 핫프레이스로 뜨기 전까지는 거의 존재감이 없던 동네였다니.. 

분명 길 잘못 들었다며 이마 찌푸리고 서둘러 나올 거 같은 지역을 일부러 찾아들게 만들다니...

깔끔하고 세련된 현대적 감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이 동네가 다 서울의 명소라니.. 

그것도 변두리 달동네가 아닌 버젓한 사대문 안이다.

사라져가는 옛 것에 대한 향수로 잠깐 일고 있는 복고풍의 물결인가. 

서울에서 열리는 시상식장에 참석하러 온 아들이 

스케쥴 막간을 이용해 같이 둘러보자고 해서 언니와 조카랑 찾게된 익선동이다.

나들이 나오기엔 아직 이른 정오도 안된 시각이건만 삼삼오오 찾아드는 인파로

서로 어깨 부딪칠 정도로 비좁은 골목길이 그새 붐비기 시작했다.

어느 식당과 빵집에는 순번표를 빼들고 문앞에서 대기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한국에서 요즘 남녀노소 가림없이 한창 뜨고있는 트렌드인 패딩자켓들이 

옹기종기 이마 맞댄 한옥골목을 나직히 속살거리며 누비고들 다녔다.  

1900년대 초, 당시를 재연하는 영화라도 찍듯 롱코트에 숄 두르고 한갖지게 골목 거니는  

신여성 차림이 눈길 끌게하기에 이 촌사람 한참을 기웃거리기 했다. 

조선조 마지막 옹주가 착용했던 망사장식 모자에 허리 잘록한 스커트 차림의 고풍스런 치장을 한 여인들이

인력거 대신 광고 촬영 스텝들에 싸여 골목에 들어서는 이색지가 익선동이었다.  

연탄 리어카나 겨우 드나들 정도로 좁은 길, 얼기설기 어지러운 전선들이 늘어져 있고 보일러 시설물이 보였다.

다듬는다고 다듬었어도 여전히 우중충한 골목, 일부 보수공사를 하느라 흙벽 헐어 가려놓은 천막 너풀대기도 했다.

얼마후면 보나마나 그 집들도 마술 부리듯 변신해 있을 터였다.

남루한 한옥들을 고쳐 개성있는 상호에 인테리어도 멋스럽게.    

단, 익선동의 느낌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조용히 스며들 듯 거기 자리할 것.
어디까지나 한옥의 명맥을 그대로 살려야하므로 외벽을 허물거나 골목을 확장해서도 안 된다는
그 골목의 암묵적 규칙은 지켜져야 한다.

 날아갈 듯한 추녀선을 문 양반가가 밀집한 북촌·서촌에 이어 세 번째 한옥마을로 지정된

익선동 일대는 서민들의 삶터답게 집규모가 오밀조밀 자그마했다. 

1920년 일제강점기, 근대식 문물이 들어오며 초가마을 익선동에도 신식 조류가 밀려들어왔다.
땅부자로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독립운동 후원가였던 정세권은 일본식 건물 대신 고집스레 한옥들로 익선동을 채웠다. 
그렇게 다다익선 익선동 백 년 역사가 시작되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 일대에는 구한말 이후 신흥 세도가와 왜넘들에게 기생하는 
화류계 종사자들이 주로 살아 근처에 한복집과 고깃집이 즐비했다고 한다.
100년 가까운 세월, 나날이 낡아가던 마을에 몇 년 전부터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본래의 한옥을 다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최소한의 리모델링으로 현대감각에 맞게 꾸민 샵들이 들어선 것.
도심 안이니 당연히 재개발되리라 여겨 언젠가는 허물거라서 거의 집수리를 하지 않았기에
그 덕으로 고스란히 옛모습 그대로 남을 수 있게 된 익선동이다.
실제로 이 동네는 재개발 지역으로 묶여 있었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개발로 사라지고 말 처지였다. 
헌데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자격을 반납하면서 높이 제한은물론 한옥을 변조하거나 마구잡이식 개발을 지양, 
원형보존을 택하므로 한옥마을 중에서도 가장 전통적인 고유의 한옥 모습을 오롯이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는 술도 가벼이 즐기는 정도껏만, 따라서 소주같이 높은 도수의 술은 팔지 않는다.
주민들 삶의 질을 최대한 배려해 음악은 물론 소음을 줄이고 저녁에는 불빛의 조도를 반으로 낮춘다. 
지하철 종로 3가역 6번 출구 앞의 익선동 안내도를 반드시 눈여겨 본 다음 골목동네 문화체험에 들어가길 권한다.
눈부신 번영의 시대조차 슬쩍 비껴간 서울의 오지, 소리소문없이 스러져갈뻔한 익선동의 화려한 부활이 흐뭇하기만 다. 

 























익선동의 부활, 정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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