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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하는 명과 암
10/25/20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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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04.xx.xx.204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잔교리에 38선 휴게소가 자리잡았더이다.

38선이란 단어를 보자 아연 긴장이 됩디다.

계속 북상하면 38선 이북이 되기 때문이외다.

2차대전 이후, 미측 트루먼 대통령은 한반도를 북위 38도선으로 분할하자는 건의안을 수정 없이 결재했고 소련정부도 38도선을 기준으로 한 분할에 대해 아무런  이의가 없었소.

미 소 합의에 의해 결국 한반도는 38도 상에서 남북이 분단되기에 이르렀소.  

휴전선(군사분계선)은 625전쟁 후반, 당시 정전협정을 맺을 때 유엔군과 북한이 서로 양측이 점령했던 영토 라인을 토대로

분계선을 삼자는데 합의해 정해졌다오.

북위 38도에 총 250킬로미터 거리의 새로운 38선이 생기며 당시 북한이던 속초는 남한땅에 편입됐고 남한땅이던 개성은

북으로 편입되었소이다.

그래서인지 양양 지나 속초로 진입하면서부터 해변가에서 자주 해안초소를 접하게 되곤 하였소.  

강릉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바로 도로변에 통일공원 함정 전시관이란 곳도 만나게 된다오.

시간이 늦어 3500톤급 거대한 함정 내부에 마련된 안보전시관 관람은 할 수 없었으나 밖에 서있는 북괴 잠수정은 직접

볼 수 있었소이다.

뚱단지같이 느닷없는 통일공원? 어리둥절해질만 한 장소라 여겼는데 알고보니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 그곳은 동란의 비극과 분단의 슬픔이 으개진 곳, 1950년 6월 25일 남침한 북한군이 최초로 상륙한 참담한 자리이자 1996년 9월 18일 북한 잠수정이 침투했던 소름끼치는 장소라 하오.   

반공을 국시의 제일로 삼아 투철한 안보의식 속에서 살아온 우리 세대와 현 젊은 세대의 국가관 세계관은 차이가 날 밖에 없는데, 암튼 젊은 층 역시 남북공존은 염두에 두는듯 하나 핵에 손들고 날로 잡아먹힌다는 건 현상황에서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라 며 고개 가로젓더이다.

이념문제는 서로 왈가왈부 핏대세워 논쟁만해서 해결되거나 정리될 성질의 것이 아니니 이쯤에서 접어두기로 하고.

그날 우리가 찾아가는 속초 8경에 속하는 외옹치, 오랜 기간 사람들 손을 안 탄 외옹치 해벽에 놓여진 잔도를 보러 가는 길엔 군 시설물이 아주 잦추게 나타났소.

무표정하니 굳은 얼굴로 초소를 지키고 서서 전방 경계에 만전을 기하는 보초병과, 시야 확보를 위해 키대로 자란 잡풀제거 작업에 동원된 젊은 병사 무리도 눈에 띄었소이다.

친구들은 한창 발랄한 젊음을 즐기는 대학생일텐데 건너다 보는 입장에서야, 이리 행락객으로 실실 놀러나 다니는 우리가 미안쩍어져 그들을 못본척 종종걸음으로 얼른 자리를 떠버렸다오. 

젊은 그들 저마다 집에선 얼마나 금쪽같은 아들들이겠소.

언제쯤이나 이 나라에도 안정된 자유평화가 정착돼 모병제 정도로 국방유지가 될 때 올라나? 군복무가 의무로 못박혀 한창때의 청춘을 저당잡힌 청춘들을 보니 실로 안쓰러웠소.

우리야 유유자적 잠깐 들러 푸른 파도를 즐긴다지만 허구헌날 저 바다만 지켜보고 서있자면 끓는 피 다스리기가 얼마나 힘들까 안타까운 심정이기도 헸소.

더러 철책 지키는 사병들이 사고친 소식를 들으면, 요새 애들 하나자식이라고 너무 포시랍게 키워 참을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서 그렇다고 무질러 폄하해버린 적 있기에 그 점도 사과하고 싶어지더이다. 

이십 수년전 아들이 군에 있을 때였소.

강원도 인제 첩첩산중에서 근무하는 아들을 보러갔다가 돌아오는 날, "물 좋고 공기 좋은 이런 데서 언제 살아보겠니. 잘된

일이다." 말은 그리 했더이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진을 뺐으니 당분간 산수 뛰어난 곳에서 심신휴양한다 생각하라며 돌아섰지만 마음은 비에 흠씬 젖은

새날개같던 기억이 나오.

왜냐하면 그때, 고향이 인제인 박인환 시비 앞에서 감상에 젖어 있었는데 바로 옆길로 일단의 병사들이 산악훈련을 마치고 귀대하는 후줄근한 행렬을 목도한 순간이 떠올라서 였소이다.

나뭇가지 꽂은 철모에 흙투성이 군화며 무겁게 짊어진 배낭과 비껴든 총신을 보노라니 기분 착찹해지지 않을 수 없었소.

게다가 1996년 가을, 강릉에서 북괴 잠수정이 나포되면서 침투조 수색작업이 49일간이나 진행되는 동안 강원도 일대가 발칵 뒤집혀진 적도 있었소이다.

당시 기억이 더욱 생생한 이유는 ROTC 장교인 친구 아들이 소대장으로 있는 부대가 수색대로 차출되는 바람에, 차가운 가을비 맞으며 밤낮없이 최일선에서 정찰을 다녔기 때문이외다.

사지에서 죽을고생하는 외아들 걱정에 친구는 기도처인 절에서 살다시피 하였고 차마 따스한 잠자리에 들 수조차 없음은 물음식을 거의 들지 못했었다오. 

그럼에도 대부분의 후방 국민들은 강건너 불보듯....지금이라고 다르리오? 전쟁과 평화는 그저 피상적 관념에 불과할 뿐인 백성들의 현실체감도.

각설하고, 2005년 이전까지만해도 이곳 일대는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점이라 민간인 출입금지인 금단의 지역이었다오. 

원래 군사용 철책이 살벌하게 늘어서 있었으나 첨단 IT산업 덕에 국방 감시체계가 기계로 대체되자 자신있게 군 주둔부대를 철수시키고 이 지역을 개방하며 철책은 걷어냈지만, 아직까지도 해안 방어를 위한 군 초소가 주변에 일부 남아있더이다. 

동란 이후 군에 수용돼 굳게 잠겼던 외옹치 해안은, 지난 1968년 울진 포항 바다로 120명의 무장공비가 침투한 사건으로 가일층 경계가 강화돼 철책이 이중삼중 삼엄하게 쳐지면서 완전통제되었다 하오. 

그런 지역이 65년만에 열리면서 시민들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해 이름도 어여쁜 '바다 향기로'라는 해안 산책로까지 생겼더이다.

망망대해 환상적으로 펼쳐진 암벽 해안을 따라 안전하고 단단히 짜맞춰 놓은 목책길은 한편 안보체험길이기도 했소이다.

목책 너머로 과거 오랜 기간 동안 군 순찰로로 쓰였던 흔적들을 보니 뜨거운 게 북받치며 가슴이 뭉클해졌소. 

절벽을 가로지르기 위해 외줄이 걸려있다거나, 길을 낼 수 없는 벼랑길에 시멘트 뭉텅 부어 디딤틀을 만들었다거나, 혼자 걷기도 힘든 좁은 길이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있다거나 등등...

잔도라 불리는 데크 아래로는 푸른 동해 파도가 끝없이 달려와 부서졌으며, 해벽 위로는 소나무 산죽 우거지고 연보라 해국

무리져 해맑게 피었더이다.

아기자기 아름다운 조국 산하, 눈부시게 발전한 도시와 농촌, 제각기 지자체마다 이색지고도 조화로이 가꿔가는 풍물들에 탄성을 보냈으나 가끔 뒷맛 떫고 씁쓸해 개운치 않던 것도 사실이로소이다. 


38선 휴게소는 얼핏 스치면서 찍어 한반도가 그러하듯 반토막 짜리. 

해안도로 바짝 돌출된 산자락 전면에 태극기 해풍에 힘차게 날리며 서있는 초소.  

외옹치 잔도와 나란히 잇따르는 일부 구간의 군부대 옛 경계근무 순찰지 난 녹슨채로.

동해침투시 좌초된 북괴 잠수정 발견 당시대로 상부는 초록 하단은 붉은색, 앞의 검은 목선은 귀순한 북한 주민 배.

둥근 가시 철망까지 험하게 뒤덮여 있는 해안초소,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듯 자물쇠 굳게.

길을 건너 찍지 않으면 전체가 잡히지도 않는 거대한 노후 군함을 안보전시관으로 사용 중.

민간인은 전엔 얼씬도 못했을 장소, 적병에 노출되지 않게 위장술로 얼룩무늬 칠해진 산중턱의 초소. 

길가까지 내려와 바짝 붙어 있는 경비초소가 좌측 구석탱이에 걸쳐있고. 

산자락 초소에서 출발해 길게 연결된 전선은 초소 사이를 유선으로 잇는 비상 연락망.

녹슨 가시 철조망 너머, 전에는 정찰로로 사용됐을 시멘트 이겨바른 거친 층계길.

한때 해안 경비 초병 외엔 일반인 절대 접근금지 구역이었을 해벽에 관광용 잔도가 놓여졌고.

남사당패 줄타기라도 하듯 의지할 곳 없는 바위 벼랑을 줄 하나에 의지해 정찰조는 암벽을 타고

관광 잔도 옆 바위 해안에 혼자 걷기 빠듯한 군 정찰로가 조붓하게 나있고.

묘기 부리며 바위를 타야 다다를 듯 외진 자리에 은폐시킨 초소가 우측편에 숨어있고. 

바위산 꼭대기에 철 고가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할 초소는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겠고.

한반도 비극의 역사를 알 리없는 들꽃 무심히 피고지고...들국화 중에서도 바닷가에 피는 해국은 잎 두텁고 꽃송이가 큰 편.

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강릉 북괴잠수정 침투사건, 통일공원, 안보전시관, 해안초소, 바다향기로, 외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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