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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잠자리 추억
07/25/20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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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고요한 저물녘, 막 피어난 분꽃에 앉은 실잠자리를 보았다. 분꽃은 저녁밥 지으려 보리쌀 대낄 때 쯤 되어야 핀다고 했던 대로다색색이 핀 분꽃을 찍으려 꽃 가까이 다가갔더니 작은 물체가 호르륵 날아가 버렸다. 실잠자리, 웬 수생생물로 알았는데 의외였다. 물가 수초에 산란관을 꽂고 알을 낳기에 부들이나 물풀 우거지고 연꽃 자욱한 연못에서 주로 만나곤 하던 실잠자리다. 옷깃 스치는 기척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금세 날아가나, 활동영역이 좁은 편인 실잠자리라 잠시만 기다리면 근처에 다시 날개 살포시 접고 앉는다.


 길이는 5cm 미만이고 배와 날개는 가늘다. 실처럼 가느다랗기에 이름도 실잠자리다. 먼 거리를 날지 않으며 앉아 있을 때는 날개를 등 위에 포개 얹는다. 헬리콥터를 잠자리비행기라 불렀듯 비행원리가 바로 잠자리의 날개구조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빠른 비행속도며 정지비행, 방향전환이나 맴돌기는 물론 후진하기도 작은 곤충 잠자리에게서 배웠다니 생래적으로 비행의 고수다. 외계인 같이 머리 거의를 점령한 커다란 겹눈의 특수 메카니즘은 또 얼마나 놀라운가. 그 덕에 상하좌우 자재로이 살필 수도 있다. 아주 미세한 움직임 포착해내는 초능력 센서가 장착된 한쌍의 눈으로 모기나 하루살이를 날면서 잡아채 먹는 익충인 잠자리다.


습지나 호숫가 수면을 날아다니는 청녹색 늠름한 장수잠자리에 비하면 거의 눈에 들지도 않던 실잠자리. 존재감이 그만큼 미미하다. 그럼에도 실잠자리에 대한 추억만은 풍요롭다. 붕어 낚시하는 막내외삼촌한테 방죽가 개구리밥에 앉은 실잠자리 잡아달라고 떼쓰던 일. 거미줄에 걸려 파득거리는 실잠자리 빼서 검지와 중지 손가락 사이에 끼웠 전해오던 감촉 그 느낌. 벼꽃 피어나기 시작할 무렵 논두렁에서 실잠자리 좇다가 봇도랑에 빠졌던 일, 그때 종아리에 거머리가 븥어 기겁을 했었지. 경주 서출지로 연꽃 담으러 가는 친구와 동행해 꽃 작은 흔들림 멎기를 기다리는 한 순간, 눈앞에서 짝짓기하던 실잠자리.


주황색 고운 고추잠자리, 흔한 밀잠자리는 곤충채집 대상이었지만 실잠자리는 하도 작아 그 축에 끼지 못했다. 하여 잠자리 시집보낸다거나 닭먹잇감으로 삼는 등, 실잠자리를 잡아서 괴롭히다 죽게 힌 기억은 없다. 그보다는 가녀린 자태 바라보노라면 싸한 연민같은 게 들이차게 되는 실잠자리다.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쯤 거미줄 거둬서 급조한 잠자리채를 들고 허공 휘저으며 뛰어다녔던 어릴적 기억 다시금 생각난다. "간결한 시 한 줄 같네/ 하도 가벼워서/ 가지고 싶은 아무 것도/ 바랄 것도 없네/ 날아가다가 쉬는 그곳이 /내 꿈자리이네."  한 시인이 읊은 <실잠자리>다.





아침해가 높이 떠오르 분꽃 입은 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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