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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운대에서 부산포 해전 생각
07/14/202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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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운대 일출 시각은 05시 02분, 이에 맞추려 박명을 헤치고 다대포해수욕장을 지났다. 몰운대 입구에서 산을 오르려면 좌로는 동녘, 우편은 서녘 숲이 이어진다.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숲에 든다. 초입은 잡목 낮으막한 오솔길이다. 얼굴에 자주 거미줄이 걸린다. 덫을 놓았으나 밤새 티끌만한 날벌레나 붙었을 뿐 묵직이 파닥거리는 나방 하나 걸려들지 않은 거미줄이다. 피부에 달라붙는 거미줄의 끈적임이 상쾌한 새벽기분을 반감시킨다. 팔을 뻗어 휘휘 앞을 저어가며 걸어나간다. 뻐꾹새소리로 더 적막한 숲. 


그때 겹겹의 적요로움을 깨는 발자욱 소리. 얼룩무늬 군복에 총을 맨 사병 몇이 어둑신한 숲에서 내려온다. 뜻밖의 시츄에이션이 당황스러워 바짝 움추러든다.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게재됐던 사진으로 기억도 생생한 1983년 다대포 무장간첩 침투 사건이 떠오른 때문이다. 국군에 발각되어 간첩선은 격침되고 두 명의 간첩이 생포되기까지 총격전이 벌어졌던 장소가 여기다. 애띤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긴장감이 사라진다. 초소에서 밤샘 근무를 마치고 귀대하는 군인들이다. 지금 여기 올라가는 거 혹시 위법인가요? 아닙니다, 올라가셔도 괜찮습니다! 손자뻘되는 병사가 길을 터주며 답한다. 잡목과 키 큰 해송 밀밀히 들어서서 하늘 가리고 있는 언덕길이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솔잎 사이로 여명의 빛이 부옇게 비친다.    

 

다대포에 위치한 몰운대는 부산광역시 지정기념물 제 27호다. 지형적으로 낙동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 안개가 자주 껴서 섬이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하여 몰운대다. 과거 다대포는 워낙 환경오염이 심각해 언저리 모든 지역이 철저히 외면 당했었는데 그간 생태복원에 공을 들여 자연환경을 거의 회복시켜놓았다. 그에따라 몰운대도 시민들에게 개방되면서 산책코스 여기저기 뚫렸고 운동시설이며 휴식공간을 만들어 쾌적한 쉼터로 활용되고 있음에 상전벽해를 거푸 실감했다. 미국에서 지낸 이십년 세월, 하긴 그 전까지만 해도 섬 전체는 일반인 출입이 전면 통제되었다. 헌데 이제는 사하구의 노른자 땅이 된 이곳. 다대포 시민들의 공원이나 마찬가지인 몰운대이지만 군사작전 지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곳이 아직도 존재한다. 부산포 해전에서 큰 공을 세우고 순절한 정운공을 기린 비가 있다는 곳은 군사보호구역이라 가볼 수가 없었다.   

 

선조실록에 따르면 1592년(선조 25) 9월 1일 이순신 장군 등 조선수군이 부산포에서 왜군과 싸워 적선 24척을 불태우고 100여척을 무찔렀다고 기록돼있다. 부산포는 이미 470여척의 왜군이 점령하고 있었는데 국방에 소홀했던 조선을 왜군이 마구잡이로 침략해 들어온 임진왜란의 시작이었던 것. 왜구가 부산진성을 초토화시키고 동래성으로 밀려들자 관과 민은 한덩어리되어 결사항전을 외쳤으나 결국은 함락당한다. 기세등등한 적군을 물리치고자 이순신은 7월 8일 전사에 빛나는 한산대첩을 치룬 뒤 전열을 가다듬어 8월 24일 전라좌우도의 전선을 거느리고 부산포를 향해 출전한다. 


160여척의 조선수군은 장사진으로 공격을 개시, 우부장(右部將)인 녹도만호(鹿島萬戶) 정운(鄭運), 구선돌격장(龜船突擊將) 이언량(李彦良), 전부장(前部將) 이순신(李純信), 중위장(中衛將) 권준(權俊) 등 제장이 앞장서서 싸워 이긴 전투가 부산포 해전이다. 이 전투에서 조선수군의 피해는 녹도만호 정운을 비롯하여 전사 여섯, 부상자 스물 다섯명이 발생했다. 정운 장군은 선봉에서 끝까지 적선을 쳐부수다가 순절하였고, 이를 기려 세운 정운 순의비(鄭雲 殉義碑)는 부산광역시 유형 문화재 제20호다.


전쟁에 임하는 왕 선조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데다 후안무치까지 했다. 구국의 전쟁 영웅인 이순신이나 의병장을 제거시키고 사악한 탐관오리만 잔뜩 궁에 들어앉혔다. 게다가 국제정세에 한없이 아둔했기에 끝끝내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는 강화시켜 나갔다. 당시 사헌부의 기록에 의하면 굶주림이 극에 달하자 백성들 사이에 인육 먹는 풍조가 생겨났다고 써있을 정도로 참담함의 극이었던 시대. 최소한의 인륜이며 도덕성마저 붕괴된 혼돈의 상태였던 선조조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역사는 되풀이된다 하였다. 먼 조선시대를 통해서가 아니라 육이오조차 헷갈려하는 바로 지금 현실에서 느끼는 암울함. 간밤에 '장사리 전투' 영화를 보면서 지금 우리가 육이오를 잊고 이리 살아도 되나? 몇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몰운대는 16세기 까지 몰운도라는 섬이었으나 낙동강에서 내려오는 토사가 쌓이면서 육지와 연결되었다. 신석기시대에 이미 사람이 살았다고 여겨지는 패총도 남아 있다. 일대 해안선은 파도의 침식으로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고 있으며 숲 울울창창하다. 서쪽으로는 낙동강 물에 밀려 온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너른 해수욕장을 품고 있어 주변 풍광이 빼어났다. 진작에 1544년 2월 중종실록에서 '몰운대'에 왜선을 감시하기 위한 봉수대를 설치할 것을 의논하였다는 기록이 나오는 이곳. 왜구를 막기 위한 군사요충지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몰운대다. 정상부 솔숲 사이에는 다대포 객사가 의연한 자세로 서있다. 고려 전기부터 있었으며 외국에서 온 사신이 묵으면서 연회도 가졌다는 누대다. 이 객사를 처음 지은 연대는 자료가 확실치 않고 조선 순조 25년(1825)에 다시 지었다고 나와있다.


맑은 날 몰운대에 오르면 수평선 저 멀리 대마도가 또렷이 보인다. 조오련 선수가 대한해협을 헤엄쳐 건너기 위해 한반도와 대마도가 제일 가까운 지점인 다대포 바닷가에서 물에 뛰어들었다 한다. 화손대와 모자섬 사이 물길은 일찍이 충무공께서 부산포 해전을 치르려 전단을 거느리고 생즉사 사즉생 결의를 다지던 곳이자 조오련 선수가 대한남아의 기상을 드높였던 바로 그 물길이다. 특히 몰운대는 일출과 일몰 장면을 한 장소에서 담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장소라서 사진하는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가당찮게 좋은 사진을 건지겠다는 욕심보다는 동해바다 아닌 남해바다에서 솟는 해돋이가 보고싶어 이른 시각부터 부지런을 떨며 오른 정상 전망대. 따로 만들어진 자리는 없어 해송 사이로 조망권이 좋은 장소에서 장엄일출을 마중했다. 그날따라 진통 심한 출산이 그러하듯 바다는 숫제 핏빛 흥건했다. 주춤 뒤로 한걸음 물러나게 할만치 외경스럽다 못해 가공스런 빛깔로 출렁대는 바다. 얼른 성호부터 그었다. 바로 옆에 군사시설인 벙커가 있는데다 시절이 하수상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중얼거렸는데 그 소릴 들은듯 바다는 어느새 황금물결로 바뀌며 하늘빛 푸르게 열어두었다. 


맑은 날씨면 날마다 어김없이 만나는 아침해. 해뜨기를 기다리는 동안, 건너편 포구에서 바쁘게 오가는 작은 어선들을 헤어보았다. 물살 힘차게 가르며 섬을 돌아 먼바다로 나아가기도 하고 감천항으로 들어오는 큰배도 여럿 보였다. 산을 오르는 운동객이 점점 늘어났다. 반대로 나는 느릿느릿 하산을 했다. 다대포 시민공원 흔들그네에 앉아있는 젊은이 뒷모습이 평화스러웠다. 저들은 이 지역의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시국은 과연 어느 정도나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걸까. 오늘의 대한민국 거저 주어진 게 결코 아니다. 대한인 각자는 머리 좋고 부지런하고 끈기있게 맡은 바 일 열심인 사람들이다. 유전자 우수한 그 두뇌를 바르게만 사용한다면 더욱 약진할 수 있는 이 나라련만. 조선시대 동래부사 이춘원이 몰운대를 돌아보고 읊은 시로 마무리짓는다. 산책길 가로변에 길게 가로누은 석비에 새겨져있는 시다.


   호탕한 바람과 파도는 천만리로 이어지고[浩蕩風濤千萬里]
   하늘가 몰운대는 흰 구름에 묻혔네[白雲天半沒孤臺]
   새벽바다 돋는 해는 붉은 수레바퀴[扶桑曉日車輪赤]










동래부사가 쓴 몰운대 시비



 

 


 

 화손대에서 바라본 모자섬

 




동섬과 등대섬



저 건너 동호도와 몰운대 자갈마당


몰운대 끄트머리 벙커와 망루






 다대포 객사


 

몰운대 서편 해안

흔들그네에 앉아 유유자적 아침햇살 즐기는 젊은 한쌍은 이곳의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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