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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기계치의 한계
06/22/20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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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과일이 한 바구니 있다면? 보기에 아주 싱싱하고 좋은 과일보다 덜 싱싱해 상할 것 같은 과일부터 먹어치운다. 그러다보면 계속 상해가는 과일만 먹게된다. 더 좋은 것은 나중에 먹으려 아끼고 기다리는 동안 결국 좋은 것도 처음의 신선도를 잃고 만다. 아끼다 찌로 간다는 말처럼 손 안의 것을 쓸모있고 가치있게 쓰지 못하고 아끼기만 하다가 도리어 못 쓰게 되더라는 얘기다.

딱 그 짝이다. 최고 스타는 맨 나중 무대에 나타나듯 갈무려 아껴뒀다 쓰려던 사진이 있었다. 보름여 남도와 강원도를 여행하며 담아둔 사진들. 소중스레 아끼다가 아무 쓸모없이 영영 잃고 만 사진이 되고 말았다. 미리 제목까지 정해두었던, 정선 백운산 운해를 풀어놓을 <동강의 비경>이며 산골과 밭이랑에 핀 들꽃 사진은 <흥건한 개구리소리 더불어> 란 제하에 포스팅 할 생각이었다. 동강에는 푸르스름한 이내빛 신비로운 배경의 백운산 웅자를, 개구리 소리에는 모내기 끝난 푸른 들녘을, 이렇게 첫머리에 올릴 사진까지 이미 정해두었었다.

에 저장시켜 둔 사진을 몽땅 날렸다. 어이없는 실수를 벌써 두번째 거푸 한다. 지난해엔 스페인 다녀온 사진을 전부 놓쳐버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산티아고 여정기가 끝나갈 무렵이라 파리에서의 이틀 실종됐을 뿐 작성된 블로그에 사진이 대충은 들어있었다. 건진 건 겨우 십분지 일이나 될까말까로 카미노 기록사진 일부나마 살아있느나 인증샷 등이 모두 사라졌으니 아깝고 아쉽지만 별 수 없었다. 이번엔 그 이후에 담아둔 한국의 풍물들을 죄다 잃어버렸다. 폰에 저장된 사진이 1만여장도 넘었으니 숨 버겁다고 헥헥거릴 만도 했다.

중간중간 쳐내고 솎아냈어도 그랬다. 원인은 바로 거기 있었다. 메모리가 꽉 차 폰이 통화나 가능할 뿐 여타 기능은 제대로 작동되 않았다. 그간 쓰던 컴퓨터 또한 용량이 넘쳐 디스크를 비우라는 문자가 늘상 떠올랐다. 기계에 대해 맹탕 모르는 상무식이 문제였다. 정말이지 무식하면 용감도 하다. 드라이브가 꽉 찼다고 계속 비명을 지르기에 며칠전 저장돼있는 파일 몇개를 과감히 아니 용감무쌍하게 삭제시켰다. 순간 네트워크에 연결시킬 수 없다는 문자가 컴에 떴다. 여기저기 눌러대자 어댑터에 드라이버를 설치하란다. 허나 우주공간을 헤매듯 칠흑같은 어둠의 미로 뿐, 뭔 소리여~ 당최 몬 알아먹겠수.

아들에게 SOS를 쳤다. 새 컴퓨터가 배달됐고 퇴근길에 쓰던 데스크탑을 들고가며 안에 든 파일들 USB에 담아오겠다 했다. 새로 만난 컴퓨터와 어느 정도 낯을 익혔다. 용량 충분하다니 사진을 저장시키면 과부하에 걸린 폰도 회생되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이미 폰은 사진을 저장시킬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영어도 아닌 우리글 안내인데도 알아듣지 못하는 말 투성이였다. 사진 설정에 들어가 무언지 내용도 제대로 모르는채 마구 삭제 체크를 해두고 꾹 눌렀다. 초기화면으로 되돌아 와보니 아뿔사! 사진은 물론 동영상조차 하나도 거기엔 남아있지 않았다.  

삼성서비스센터로 전화했다. 자랑도 아닌 걸 백치처럼 디지털 문외한의 실수담을 털어놓았다. 사진을 방금 다 날렸는데 삭제된 사진을 복구할 수 있을까요? 기종 모델명을 알려달라기에 삼성 S8라고 하자 원격조정을 해 본 잠시 후, 외국에서 구입한 폰이라 한국제품과 약간 다르므로 일단 갖고 오란다. 35도로 치솟는다는 기상예보에도 불구하고 부랴사랴 해운대 서비스센터로 갔으나 지난해와 똑같은 결론. 사진은 전부 다 깨끗이 사라졌고 복구불능. 씁쓸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문명지진아란 것과 기계치 한계를 도리없이 인정하고는 사진 따위 쿨하게 포기해버렸다. 결국은 다 버리고 갈 것들인데 미련두지 말자고 마음을 달랬던 것. 그리곤 기분전환 겸해 사방에서 해풍 몰아치는 태종대로 향했다. 

문득 현 코로나19 사태와, 한계치를 넘김으로써 좀전에 내가 겪고 만 일이 겹쳐진다. 뭐든 한계 이상으로 '지나치게' 가득 차면 넘치거나 터지게 마련. 자연도 마찬가지다. 자연 생태계는 끊임없이 자정작용을 한다. 자연환경은 스스로를 정화해 생활환경의 질적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그처럼 자원을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양으로 환산한 것이 환경용량. 자연환경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 자정능력은 크게 줄어들며 원상회복 속도가 느려지거나 아예 어려워진다. 환경용량이 현저히 저하되면 결국은? 지독한 역설이지만 코로나19가 준 교훈이다. 그 코로나19가 쉽게 통제될 것 같지도 않고 빠른 시일 내에 퇴각할 거 같지 않아서 걱정이고 문제다.

코로나19가 지구촌에 확산되며  제반 사회활동은 크게 위축되었다. 일상적인 삶만이 아니라 산업과 경제 전반을 무차별로 무릎꿇렸다. 인간이 그동안 우쭐대며 조정해 왔던 자연의 저항이 시작된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우주까지 관장하려드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징벌이란 소리다. 코로나 바람에 세계 각국의 공장이 멈춰서고 사람 외출과 이동을 봉쇄조치 당하며 차량이나 비행기 운행이 끊겼다. 사상 최초로 올림픽도 열리지 못했다. 반면 대기오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보고다. 맨눈으로 별자리 관찰이 용이해졌을 정도다주인 행세를 한 우리가 자칫 지구에서 밀려날듯 자못 기세등등한 바이러스 코로나19다.  

지구상에는 인간 뿐 아니라 수만 종의 세균이 공존한다. 세계 인류와 세균을 각각 저울에 단다면 바늘은 어느 쪽으로 기울까. 답은 세균쪽이다. 사람의 장 속에 사는 미생물은 대략 1㎏의 무게를 갖는다고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들의 끝과 끝을 연결하면 빛이 지구를 1억 년 여행하는 거리에 해당한단다.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돈다는 빛이니 상상초월하는 양이다. 백세시대를 구가하는 우리나 겨우 하루만 사는 하루살이나 보이지도 않는 적 코로나 바이러스나, 따지고보면 동등한 입장 아닌. 환경 생태계 모두와의 공생법을 어거지로라도 배워나가야 할 때가 성큼 들이닥쳤다. 기계치 덕에 사진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상념에도 잠겨볼 수 있었으니 이 또한 감사 요건의 하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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