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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일몰
06/05/2020 05:00
조회  530   |  추천   18   |  스크랩   0
IP 14.xx.xx.79



몇몇날 해무로 흐릿했는데 모처럼 청명히 개인 오후.

서해안에 금빛 노을이 내린다.

바다에 석양빛 물들면 괜스레 고즈넉해지며 저마다 눈빛 선량해지게 마련.  

느낌이 있는 아날로그식 감성되어 시인처럼 잔잔한 감동을 길어 올리게 된다.

한 줄 시 그렇게 해변에 써내리지 못한다면 차라리 가만 말없음표로 남을 일이다.

여행지의 일몰 시각은 더할 나위없이 마음 차분해지고 그윽해지는 시간대.

황혼을 바라보자니 인간사 뭐든 다 이해하고 포용하고 관조할 수 있는 너그러움 차오른다.

아쉬움이며 후회나 원망의 티끌들 미련없이 훌훌 파도에 실어 먼바다로 띄울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가 나이듦은 긍정의 샘이 깊어져서 동그랗게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라 했던 그대로구나.



고속도로변 노을 / 마종기

.......
우주는 한 개뿐이라고 믿었던 시대가 있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자신보다 더 아끼는
그런 시대가 있었다. 이제는 피곤한 뼛속에
다 숨어서 살 뿐, 아무도 찾지 않는 저녁의 집.
삶의 이름이 아픔이란 것을 몰랐던 탓일까.
고속도로의 복잡한 매듭이 느슨히 풀어진다
남은 저녁이 노을의 끝을 잡고 달리고 있다.



석양/허형만

 

바닷가 횟집 유리창 너머

하루의 노동을 마친 태양이

키 작은 소나무 가지에

걸터앉아 잠시 쉬고 있다

그 모습을 본 한 사람이

'솔광이다!'

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좌중은 박장대소가 터졌다

 

더는 늙지 말자고

'이대로!'를 외치며 부딪치는

술잔 몇 순배 돈 후

다시 쳐다본 그 자리

키 작은 소나무도 벌겋게 취해 있었다

바닷물도 눈자위가 볼그족족했다

 


노을/서정윤

누군가 삶을 마감하는가 보다
하늘에는 붉은 꽃이 가득하다

열심히 살다가
마지막을 불태우는 목숨
흰 날개의 천사가
손잡고 올라가는 영혼이 있나보다

유난히 찬란한 노을이다.



바다가 쓴 시/테니슨


황혼 깃들고 저녁 종소리
그다음에 찾아오는 어둠이여!
내 바닷길 떠날 때에도
이별의 슬픔 아주 없기를,

 
시간과 공간의 영역에서 멀리
내가 조수에 실려 갈지라도
바라노라, 포구의 모래톱을 건널 때에
얼굴 맞대고 "인도자"를 보게 되기를.




노을/ 최윤경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를 곱게 물들이는 일

세월과 함께 그윽하게 익어가는 일

동그마니 다듬어진 시간의 조약돌 뜨겁게 굴려보는 일

모지라진 꿈들 잉걸로 엮어 꽃씨 불씨 타오르도록 나를 온통 피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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