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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강, 굳어진 마그마 꿈틀거리다
06/04/2020 05:00
조회  435   |  추천   17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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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는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 마침 썰물때라 멀찌감치까지 물이 쭉 밀려나갔다. 바닷물이 빠졌으니 채석강 바위군 죄다 모습 드러냈다. 산반도 서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격포항과 오른쪽 닭이봉(鷄峰)일대의 층암절벽과 바다를 아우르는 지명인 채석범주(彩石帆舟)란 곳. 당나라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이라, 시성 이태백이 뱃놀이하며 강에 뜬 달을 건지려다 빠져 숨졌다는 채석강 이름을 따다 붙였다는...


전에 한번 왔을적엔 물에 잠겨 거닐지 못했던 돌출바위 아래까지도 가볼 수 있었다. 일행이 있으니 날다람쥐처럼 재빠르게 이쪽저쪽 뛰어다니며 촘촘히 눈에 담았다. 보통 해수에 잠겼다 드러났다 하는 갯바위마다 물이끼나 해조류가 붙어 여간 미끄러운 게 아닌데 채석강 바위들은 희한하게도 전혀 미끄럽지 않았다. 덕택에 평지길을 달리듯 마음 놓고 쏘다닐만 했다. 하도 신기하다보니 화산분출암이라 성분 자체가 뜨겁기라도 해서인가, 판타지 소설같은 생각을 다했다.


책꽂이가 전부 수용못할 정도로 장서 숫자가 너무 많아지면 하는 수 없이 서재 한켠에 책을 착착 쌓아두게 된다. 그처럼 수만권 도서를 쌓아놓은 듯 층층인 채석강 단면은 언제봐도 이채롭다. 先 캠브리아대 화강암 편마암이 기저층을 이루며 중생대 백악기때 퇴적암이 층을 이룬 절경지 채석강. 더욱이, 가까이 다가가서 암석층을 사진에 담으며 만져도 보니 유구한 일월이 빚어낸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절로 두손 합장하게 되었다. 


그 옛날, 호숫가 우거진 숲에 공룡 노닐던 평화로운 낙토였으리. 지심 깊은데서 울끈불끈 끓어오르던 마그어느날 약한 지각 뚫고 분출된다. 꾹꾹 눌러둔 울분 함성치며 터져나오듯, 심장 깊숙히 간직해 온 비밀의 봉인 열리듯. 화산재 쏟아지고 용암 흘러내리자 창졸간에 그대로 숨 멈춘 뭇 생명체들. 옐로스톤에 가면 화산활동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부글거리며 김 오르는 호수, 쉼없이 용틀임하는 회반죽같은 늪지, 드높이 치솟는 뜨거운 물줄기, 진동하는 유황냄새. 거대화산이 폭발하고 난 뒤 땅과 바다는 새로이 태어난다. 아니 전과 완전 다른 모습으로 세상은 재편성된다.


고대의 먼먼 시간이 응축된 절벽과 바닥의 바위편들 저마다 기기묘묘하다. 용암에 의한 퇴적 지형인데 지속적인 파도가 빚어낸 침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해식절벽과 동굴이 장관인 채석강. 희귀한 지질 및 생태자원으로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국가지질공원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 가치가 높은 지질자원을 보전해 교육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정하는 제도다. 현재 국내에는 강원 비무장지역, 경북 울릉도 독도, 부산, 제주도, 경기 한탄강과 임진강 등 여덟 곳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됐. 지질공원 명칭이 달린데 대해 여기야말로 누가봐도 아주 합당하다 하겠다.


이곳은 해식절벽에 의해 동굴이 노출된 퇴적층, 습곡이나 단층과 같은 지질구조라 한다. 마그마의 관입에 의해 형성된 관입암체, 생성환경을 유추할 수 있는 다양한 자갈로 구성된 역암층, 과거의 호수 환경에서 발달한 삼각주 로브 퇴적체와 같은 학습요소가 풍부하여 야외학습장으로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는 안내문이 써있다. 로브는 돌출부를 이르겠고 관입암체(體)란 화성암 가운데 마그마가 지표 위로 분출하지 않고 지각 내에서 굳어 이루어진 암석을 뜻한다. 마그마가 암석내로 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굳어 만들어진 암석이 관입암(貫入岩, intrusive rock). 지질학에 문외한이라 안내글마다 대체 무슨 말인고? 궁금해 일일이 검색해봐야 했다.


실제로 암면 곳곳에서 벌건 용광로 쇳물 쏟아지며 치달리다 멈춰선채 소용돌이치는 용암 흔적이 또렷이 짚힌다. 오싹 전율이 일 정도로 적나라하다. 그날 침침해진 하늘에서 화산재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연기 자욱하게 피어올랐으리라. 번개치듯 불길 쭉쭉 뻗어나가는 순간순간 그 얼마나 외경스런 장관을 연출했을까. 불덩이 같은 쇳물 마구 달겨드는 그 위용 얼마나 가공스러웠을까. 경악 바세도우(Schreck Basedow)라던가,페이 유적 발굴지에서 두 눈 부릅뜬채 화석이 되고 만 로마인 표정 떠오르게 하는 정경이다.   


바닷물이 차츰 밀려들기에 갯바위를 떠나 데크로 올리왔다. 격포항, 어항답게 고깃배 빽빽히 포구에 엎드려 쉬고 있었다. 비릿한 갯내음 그제사 확 후각을 자극했다. 아득히 먼 과거로의 여정을 가져 본 잠시, 붐비는 항구를 빠져나오자 의식이 비로소 현싯점으로 되돌아온다. 쥬라기공원 영화에라도 빠졌듯, 중생대 백악기를 헤매 다닌 변산반도를 뒤로 하고 다시 곧게 닦인 고속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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