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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도 길이 들면
04/04/2020 20:48
조회  482   |  추천   15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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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지구촌의 풍속도를 바꿔놓았다.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다니지 않는다. 도로에 차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학교가 몇달째 문 닫혔고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가 늘어간다. 소비 기회가 사라지며 가게나 식당이 직격탄을 맞았다. 바이러스보다 더 가공할만한 경제위기의 도래는 불보듯 뻔해졌다. 반면 중국 공장이 멈춰서자 뿌옇던 대기가 맑아졌다. 중동국가의 크고작은 전투까지 중지됐다. 인도 정부의 엄격한 조치로 13억 인구가 자가 격리되자 히말라야 설산이 드러났다. 베네치아 운하에 물고기가 다시 돌아왔다고도 한다. 


그러나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은 섬뜩했다. 서구 마켓의 텅텅 빈 생필품 선반. 긴박하게 움직이는 땀에 젖은 의료진. 마스크 두 장에 생명걸다시피 한 기나긴 줄서기. 시신 즐비하게 안치된 딴나라 성당. 국외로 탈출하려는 공항의 대혼잡. 상춘을 막으려 갈아엎어버린 유채꽃밭. 식당 테이블 위에 엎어놓은 의자들. 활주로에 발 묶인 리스비 엄청난 비행기들. 입항 거부로 바다에 떠있는 크루즈선. 비현실적으로 비어버린 도시의 가로. 천진난만한 아이들조차 동작그만. 등등등....


세계 뉴스를 듣다보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완전 공상괴기영화의 장면들이다. 두 눈 가리고 손가락 틈새로 얼핏얼핏 보았던 공포스런 광경이 바로 현실. 커틴 사이로 외부동정 살피는 겁먹은 눈동자들. 전시상황이란 공식발표가 피부에 가까이 와닿는다. 이 판세에 어떤 리더는 두루뭉술 거짓말로 화를 키우고, 어떤 리더는 심각 얼굴로 재난에 맞선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 냉정하게 대처를 잘 하면 그나마 감염자 수를 줄일 수 있었던 건 사실이다. 중국 인접국인 대만, 베트남의 예를 보면 분명하다. 한국 인구의 반 정도이니 비교가 쉬운 대만의 경우 감염자 3백여명, 방역 최일선에 전문가를 배치해 적극대응한 결과다.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 하였다. 물론 아직은 최종 결론을 말하기 어려운 싯점, 추론할 단계는 아니다. 단지 갑론을박에 한마디 보탠다면 자화자찬도 금물이지만 비관도 낙관도 금물이다. 방향을 수시로 틀어가며 마구잡이로 횡행하는 유령같은 바이러스 속성상 지금은 그 누구도 웃을 때가 아니다. 하지만 마냥 불안에 떨고있을 도 아니다. 또한 숫자,수치에 강박적으로 얽매이는 어리석음에서 모두들 속히 탈피했으면 한다. 숫자는 바이러스처럼 관념적인 또하나 미확인 물체다. 정치판 여론조사 막대그래프처럼 말이다.


하나 더, 현실의 고통에 길 들어가지 말고 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 때가 지금 아닌가 싶다. 길들인다는 건 무언가를 자신이 다루기 편하도록 즉 익숙하게 만드는 걸 의미한다. 이를테면 애완견을 훈련시켜 내게 맞게 길들이듯. 고통도 길이 들면 공포감이 둔화되며 쾌감이 되기까지 한다지 않는가. 그러면서 자칫 어떤 기이한 물결에 어라~어~하면서 속절없이 휩쓸려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Traumatic bonding 심리라는 스톡홀름 신드롬처럼. 방금까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나쁜 남자'를 다시 보고나서 가지 쳐나간각들 이건 어디까지나 순식간에 든 주관적 느낌일 따름이다


한국영화 감독중에 특별히 김기덕 영화는 거친 표현양식과 충격적 영상으로 호불호 층이 극명히 갈린다. 메시지 자체가 거북하거나 난해하거나 끔찍해서이리라. 그는 미투 연좌제에 걸려 곤욕을 치른 바 있으나 작가주의 예술영화를 표방하는 한국 유일의 감독. 황금종려상이 아니라도 국제적으로 알아보는 사람은 그의 가치를 인정하는데 요샌 소식 잠잠하. 얘기가 삼천포로 빠져버렸지만 아무튼 이번엔 장동건을 출연시킨 '해안선'을 다시 볼 참이다. 영화 후반부 삽입곡인 '과거는 흘러갔다'는 중독성이 있어서 웬지 자꾸 따라부르게 되는데 이즈음 분위기에 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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