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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이 아니야
02/26/20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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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 사는 친구와 통화를 하면 보통 한시간을 훌쩍 넘긴다.

서울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충청도 시골로 내려온 친구라 고등학교만 동창이다.

요즘 국전 대비 작품에 몰두하느라 한눈 팔 새가 없어 만난지 몇달이 됐다.

남편은 아직 현역 의사니 혼자서 진종일 붓글씨에만 전념할 수 있는 친구는 팔이 아프면 더러 전화를 한다.

우아하게 지내고있는 싸모님과는 어울리지 않게 어제 오후는 지방별 욕에 대한 이야기로 한참 수다떨었다. 

"거지같다는 말은 욕이 아니야! "에서 출발,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쓰던 말들이 자동 소환돼 딸려나왔다.

충청 경기 등 중부권에서 거지같다는 말은 욕이 아니라 나쁘다, 더럽다, 안좋다 등이 두루 포함된 은유적 표현이다.

내가 최상급으로 열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터져나오는 한마디, 거지발싸개 같네! 욕이 안나오면 그게 이상한 요즘. 

우한폐렴으로 경기가 한없이 곤두박질치자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통령이 지방 순시에 나섰던 지난달.

대통령에게 "경기가 거지 같다"는 발언을 했다가 악성 댓글과 신상이 털리며 협박 전화에 시달린 상인이 있다.

어제 마침내 온양전통시장 상인인 피해자 아줌마는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해댄 사람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 84조에, 폰 가입명의자가 신분증과 폰을 가지고 직접 통신사 대리점을 찾아가면 송신인 전번을 알 있다.

단 통신사에 따라 5일에서 7일까지 송신인 전번을 저장하게 되어있으므로 데이터 삭제 전에 서두를 것.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시키는 욕설문자를 반복적으로 보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충청도 상인의 거지같다란 말은 경기가 매우 나쁘다표현에 다름아닌고약하게 반응했던 사람들아, 그럼 최악이라 하리?


친구나 나나 충청도 처자가 경상도 총각과 천생연분이란 인연으로 엮여졌다.

경남 고성이 고향인 친구 남편은 신혼초 바보축구란 말을 예사로 쓰기에 무슨 말인가 싶어 어원을 캐보았다는 친구. 

집에서 키우는 짐승을 이르는 축생처럼 집에서 기르는 개인 畜狗, 곧 사람을 개로 낮잡아 이르는 말임을 알고는 신랑에게 

따꼼스레 주의령을 내렸다고.

젊어서 한번은 골프장에서 무심코 뱉은 말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집중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도 했다.

거지같애!란 말을 내뱉자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냐며 상대가 화를 내기에 너도 문둥아! 예사로이 쓰잖아 했다고. 

어쨌든 듣는 사람이 심히 불쾌했거나 모욕적으로 느꼈다면 미안한 일임에 틀림없긴 하다. 

허나 그게 비하하는 의미나 공격하는 뜻이 내포된 욕 또는 나쁜 말이 아니라는 걸 설명해야 했다는 친구 경우처럼 지방 사투리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고 이해되는 말들이 적잖다. 

'말하는 꼬라지 하고는' 또는 '돌았나?'가 버릇처럼 입에 밴 경상도 남자에 상처받기도 하고 '거지같애!'와 '씨양것들!' (상것들

이란 말의 억센발음)이란 충청도 예삿말 때문에 좋던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남을 흠집내고 욕보이는 말이 욕이다.

이 다층 용어는 무조건 상스런 소리 또는 추잡하거나 나쁜 말로만 단정지을 수도 없는 것이 기능의 다양성을 보면 알 수 있다.

탈춤 사설이나 민요에서 질탕하게 늘어놓는 욕처럼 욕은 야유가 되고 풍자가 되어 해학으로 즐기기도 한다.

마음 속 앙금을 풀고 분을 삭이는 도구, 억제된 감정의 응어리를 해소시키는 장치 즉 카타르시스로도 작동되는 욕이다.

그렇더라도 전혀 권장할 욕이 아닌 것이, 욕을 달고 사는 사람이 인격적으로 얼마나 하찮게 대우받는 지를 보면 알수 있다.

더러는 저열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이 남을 욕보이고자 할때 우회적으로 희화화하면서 대리만족을 맛보기도 한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이 쉽게 쓰는 욕 중에는 그 충격적인 말뜻을 안다면 두번 다시 입에 올리지 못할 것들이 거의 대부분. 

다행이도 비속어나 욕설은 웹상에서 금지어로 족족 걸러지며 방송에서는 대놓고 쓸 수 없다.

하다보니 대신 도라지니 신발끈, 게시판, 식빵 등으로 단어조합을 살짝 바꾸거나 비틀어 씀으로 걸름망을 빠져버린다.

누가 "이런 십장생~했다면 욕일까 아닐까?" 이러면서 혼자 실실거리며 뜻 헤아려 보는 나.

밥보에서 자연스럽게 밑받침 ㅂ이 탈락되며 생겨났다는 바보, 자타가 인정하는 밥보인 나는 확실히 바보가 맞긴 맞네.

바보의 취미생활이 하나 더 늘었다.

벌써 며칠째 하루 두어 편씩 흘러간 외국영화를 유튭에서 찾아보는 즐거움에 빠져 바깥 세상 잊고 나름 잘 지낸다. 

 

욕, 비속어, 금지어, 카타르시스. 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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