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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와 피, 프로정신
02/15/202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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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다이내믹 코리아다. 

우한폐렴으로 잔뜩 위축되고 침체되었던 민들 어깨 들썩들썩, 흥겹게 만든 미스터트롯.

수많은 사람들을 단번에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방송을 보기 전까지는 선입견대로 청승스런 트로트가 전성기를 맞는다는 게 웬지 께름칙했다. 

나라잃은 유랑민의 비애가 절절히 담긴 서글픈 곡조가 다시 부활한다는 자체조차 언짢았다.

해방 전 상황 닮은 피폐하고 비참한 시대가 도래할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기저에 깔려있었다.  

간밤에 본 방송 내용을 들뜬채 전해주는, 트로트 무대에 빠진 언니가 어이없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한 전직 무색하게 노년의 품격마저 실종된 것 같았다.

그만큼 트로트는 애절하고 애상적인 대중가요로 왜색 짙은 뽕이라 비하되며 외면했다.

예능프로그램 중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는 미스터트롯 내용이 슬그머니 궁금해졌다.

다수가 박수를 쳤다면 그럴만한 까닭이 있을 터, 과연 명성은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다.

질질 짜거나 간드러진 노래 트로트가 외려 구성진 맛에다 그리 신나고 경쾌한 노래라는 걸 첨 알았다.

미스터트롯 무대는 트로트가 노년층 전유물이란 고정관념의 틀을 깼다 

나이 지긋한 사회자에 머리 희끗한 흘러간 가수가 나와 부르는 트로트 전용 프로그램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끼 넘치는 청년들의 발랄상쾌한 트로트 무대는 정서적 청량감을 안겨주며 트로트=청승이란 공식을 일거에 불식시켰다.

자유분방하게 자기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청춘들의 트로트 무대야말로바탕의 흥겨운 놀이마당이었다.

어릴적부터 타고난 끼를 마음껏 발산시킬 수 있도록, 무작정 길 가로막지 않은 부모 덕에 노래신동들은 기량을 갈고닦았다.

그 청년들이 소년기에 부모와 함께 했던 방송을 되돌려보니 끼와 피는 대물림되는거구나, 그럼 그렇지! 무릎이 쳐졌다.

오로지 공부의 길로만 닦달하지 않고 각자 타고난 재능과 특기를 살려나갈 수 있도록 사회인식도 많이 변했다.

상전벽해, 사농공상 계층의식이 뒤바꼈예능을 천시하던 전과 달리 여러모로 그만큼 세상이 바뀌었던 것.

집구석 망할 징조라던 논다리, 딴따라라 불리던 연예인의 이미지 상승이머리 나쁘면 운동이나 시키라 했던 과거와 달리

운동선수가 움직이는 기업이 된 작금.

만화가를 허술히 보던 전과는 천양지판으로 에니메이션 작가는 상위 인기직업군에 속한다.

최불암씨 광고물에서 '이제 붉은 색 옷이 좋아졌어요'란 멘트가 나오는데 그 말이 체감되기에 이르른 나이.

흔히 기성세대로 분류되는 현재 6-70대가 젊었을 시는 사실 포크가 대세였다.

이제는 같이 은발이 된 늙수레한 송창식 노래를 즐겨 들었던 세대다. 

솔직히 얼마전까지만 해도 트로트는 촌스럽고 청승맞다는 딱지가 붙어 어쩐지 격을 떨어뜨리는 노래같아 별로였다.

그러나 들어보니, 아니 빠져보니 나 또한 한국인이라는 동류의 붉은 피톨이 뭉클하게 꿈틀댔다.

트로트는 세대불문하고 한국인 정서 어딘가와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장르라 한 어느 대중문화평론가의 말이 맞다.  


그간 국제관계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이 질척대는 진창길 같았다. 

어디 하나 기운 돋구고 기분 살리는 밝은 뉴스거리란 걸 찾을 수 없었다.

하다못해 조작된 미담이 잠시잠깐 희망을 주기도 했을 정도니 말해 무엇할까.

차라리 시선 돌려 침묵으로 일관하며 음풍영월로 지새웠다.

그러던 차울한 국내외 국면을 환호로 바꾼 쾌거, 아카데미상 시상식장에서 날아온 낭보가 있었다.

감독 생각에도 한마디로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 같은 거였다, 

영화 기생충을 아직 관람치 않았으나 여러 리뷰를 통해 대강의 내용은 파악이 됐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폐해를 파헤친 작품, 그런 사회가 낳은 기생충이란 영화다.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하여 천민자본주의를 성토하나 내심 하나라도 더 갖고자 박 터지게 경쟁을 하고 견제를 하며 거짓말로라도

할 수만 있다면 정상에 서려 죽자사자 머리통 굴려가며 심들을 한다.

세상을 바로 일으켜세우고 바로 보자는 주의주장, 공명정대한 사회를 만들자는데 누군들 동의치 않으랴.

말이 좋아 공평이지 그렇다면 만민이 다 행복할 수 있는 어떤 대안이라도 있나? 

그러나 유사 이래 모두가 꿈꿔오긴 했으나 유토피아 같은 세상은 정작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무수한 사상가들이 일찍부터 그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했으나 갈수록 더하면 더했지 나아진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

욕망이란 브레이크를 멈추게 할 방법이 없었던 것. 

그 소용돌이 가운데서 헤어날 수 없더라도 시도는 멈추지 말아야 함을 알기에 그리도 칙칙하고 어두운 영화가 나왔을 터다.

치밀히 계산된 각본과 연출은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한 틀 위에서 나온다.

감독의 예술적 혜안은, 일찍이 자신의 소설에 영화 기법과 기술을 차용했던 외조부와 미대교수였던 부친의 내림이라 여겨진다.

노력만으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성취, 곧 끼와 피는 이처럼 대물림되며 타고나는 것.

거기에 무장된 이념을 은유적으로 깔아놓을 수 있는, 견고한 철학적 사고가 수반되어 가능했으리라.

그래서 아무나 프로가 될 수는 없다.

프로는 정신(혼)에 무늬 새겨져 태어는 존재, 즉 영혼과 영혼이 피로 이어진 지점에서 피어나는 가공스런 불길이다. 

동시에 끼에 맞춰 다듬어진 존재다.

프로는 태생부터 다르다는 걸 미스터트롯 무대에서, 아카데미 상에서 재삼 확인했다,

하여 주어진 한세상 헛욕심 품지말고 생긴대로 주어진대로 끄적거리며 깜냥껏 놀아보다 가야겠구나 싶어졌다.

다이나믹 코리아, 끼와 피, 미스터트롯, 아카데미상, 욕심과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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