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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할 새 없다카이
02/11/20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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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의 협박성 권고도 있고 해서 다시금 햇볕 아래 대기 쏘이며 걷기로 했다.

브런치 삼아 이른점심을 먹고 정오 무렵 집을 나섰다.

마른 풀섶 사이에서 들리는 봄소식 눈여겨보며 한 6킬로 쯤 먼 동네까지 후적후적 걸어갔다. 

돌아오는 길은 해안가 갈맷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해풍 잔잔하고 볕살 하 부드러워 방파제에 서서 잠시 쉬며 끊임없이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았다.

발치 갯바위 틈새로 들고나는 바닷물, 모든 강물의 종착지인 바다다. 

세상 온갖 오탁 다 수용하고도 어찌 이리 투명히 맑을까 싶었다. 

적정량의 염분 덕일까, 파도가 쉼없이 움직이며 자정작용을 하는 때문일까,  

창조주 지으신 우주만물 저마다, 인간의 지혜로 감히 헤아릴 수 없을만치 얼마나 신묘한지.  

저만치, 바닷물이 쭉 빠진 썰물때인 갯바위 근처에 사람들이 몰려있기에 지체없이 해변으로 내려섰다.

약간의 모랫벌과 자갈밭을 지나 암초 기기묘묘하게 솟구친 갯바위 바로 앞은 파도치는 바다,

일복 차림도 있지만 바다로 놀러나온 이들도 하나같이 웅크리거나 엎드린채였다.

동백마을을 비롯해 인근 해변은 수석동호인들이 소문 듣고 찾아오는 탐석 명소이기도 하다.

참한 돌을 고르느라 골똘한가 했는데, 물이 남실대는 곳까지 진입한 그들은 바위 근처에서 무언가를 잡는 중이었다.

들고있는 바케쓰나 비닐봉다리에다 연신 그 무언가를 주워담고 있기에 바짝 다가갔다.

그들은 미역을 따고 조개를 캐 바위에 지천으로 붙은 참고동을 채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더러 그 가운데 운이 좋으면 소라, 애기 전복도 만난다. 

산책나온 길이니 맨손에 폰만 지참한 터라 눈앞에서 움직이는 참고동을 떼어내 옆엣사람 그릇에 넣었다.

춥지 않은 날씨인데다 바닷물이 차겁지 않아 두어시간 너머를 엎드린채 고동도 잡고 말미잘 성게 불가사리, 사진에 담았다.

처음 해보는 고동 채취하는 일이 하도 재미 진진해 콧노래가 다 나왔다.

몇몇 남자들은 해조류 붙은 돌장을 들춰내고는 호미질을 해가며 흙속에 숨은 갯지렁이를 잡아냈다. 

동네사람인듯 해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

갯가 사람들은 보통 보름 전후한 매달 이 시기를 사리때라 불렀다. 

특히 정월 대보름 무렵이면 년중 가장 바닷물이 많이 들어오고 많이 나가는 시기라 했다. 

지난 목요일(음력 13일)부터 일주 정도 계속 물이 많이 빠진다는 팁도 알려줬다.

더이상 성가시게 캐묻지 않고 고맙다 인사하고 돌아서며 옳타구나,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내일 2시 이후에 시간 맞춰서 꼭 와야겠다, 작정해서인지 저녁시간이 더디 가는 것만 같았다.


아침하늘은 무척 쾌청했다.

간편복 차림으로 채비 단단히 갖춘 다음 비닐봉투 하나 들고 바다로 나갔다. 

휴일인 어제보다 사람들은 적었다.

미리 보아뒀던 갯바위 들쑥날쑥한 장소로 들어가 소매 걷어부치고 해조류 너울대는 물속의 큰 돌을 들추기 시작했다.

돌 뒷면에 옹기종기 붙어있던 고동들은 위험을 인지한듯 거의 동시에 스륵 자동으로 떨어져 내렸다. 

태초에 입력된 유전자의 지침대로 물속에 숨어있어야 살 수 있다는 본능적인 생존전략일 게다.

마치 문어의 빨판처럼 바위면에 딱 압착돼 있어서 떼내려면 손에 힘을 제법 줘야 하는데 경계신호가 감지되는 순간,

막다른 벼랑 끝에 서면 바다로 몸을 날려야만 산다는 난해한 이치를 깨친 고동이 신통스럽다.    

한번 먹을 양만큼 알 굵은 고동만 적당히 취한 다음 자갈밭으로 나와 실실 탐석에 들어갔다. 

아마추어이기도 하지만 마음 비우지 않으면 형·질·색을 갖춘 산수경석이나 문양석이 눈에 띌리 만무다.

해변따라 무수히 많이도 널려있는 둥글둥글 닳은 돌들, 그럴싸해 취했다가 슬그머니 내려놓기만 반복하다 돌아왔다.

집에 와 고동을 씻어 소금물에 해감시킨 뒤 끓이니 집안 가득 바다내음이 번졌다.

캘리 사막에 살면서도 채마밭 일궈 온갖 푸성귀로 초록정원 분위기 내가며 청정채소 맛보는 즐거움 누렸던 터다. 

땡볕에서 땅 일궈 흙거름사다 두툼히 뿌려 씨 묻고 날마다 풀 뽑으며 밭에 붙어 살다보니 인디언 할맘 같았던 나.

그러면서 나날을 행복감 속에서 도원경 노닐었노라 하면, 취미하고는 촌스럽기도 하다 어이없어 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일이 너무도 좋았기에 마치 흥겨운 놀이처럼 즐겼다. 

천상 촌사람다이 아마 며칠은 더 바다에 나가 갯마을 할맘으로 싱긋거리며 지내지 싶다.  

                    


참고동, 물미역, 성게, 불가사리, 말미잘, 수석, 탐석, 산수경석, 문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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