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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없는 나무없고
01/17/2020 06:00
조회  454   |  추천   16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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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가볍고 자그마한 박스를 들고 와 포장을 풀었다.

갈색 플라스틱 가방이 나왔다.
대체 요거이 뭐에 쓰이는 물건인고?
외형만 봐서는 짐작이 안 갔다.
가방 양 옆에 붙은 잠금장치를 여니 안에 제기가 들어있다.
성묘갈 때 들고가는 야외용 제기 세트였다.  
목기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건 다 갖춰졌다.
과일과 포 또는 산적 올릴 큰 제기 세 벌, 삼색 나물과 밤 대추 올릴 작은 제기 두 벌, 술잔과 잔 받침 둘, 향꽂이, 젓가락
두쌍, 접힌 돗자리매트까지 실속있게 챙겼다. 
게다가 가방 안에 안정된 다리가 접혀있어 펼치면 의젓한 젯상이 된다.
성묘가기 전 꽃과 술만 새로이 준비하면 완하게 끝.
갈때마다 박스에 제수음식 담고 일회용 접시와 종이컵 넣고 돗자리 들고가던 번거로움이 한방에 해결됐다.




우리가 미국 살때도 아들은 서울 오가는 길이거나 명절 뒤면, 대구 친가 산소와 온양 외조모 유택을 들리곤 했다.
어려서부터 제사문화를 보고 자라서인지 음력설과 추석, 한식 무렵되면 혼자라도 성묘를 가서 산소를 둘러보고 풀을 뽑거나
나뭇가지 떨어진 것을 치우고 온다.
그동안 우리가 어쩌다 미국에서 오면 아들은 아무때라도 성묘길 앞장서서 운전을 해줬다.
나 또한 4대봉사(四代奉祀) 하는 집에서 태어나 제례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가풍에 젖어 살았고, 맏종부인 엄마의 지난한
일생도 지켜봤다.
비록 사당이나 재실 거느린 명문양반가는 아니더라도 할아버지는 체통 중시하는 꼿꼿한 선비어른이셨다. 
그런 분위기여서인지 후손들이 조상분들께 표하는 중요한 예식으로 인식되는 제사나 성묘가 낯익은 편이다.  
하지만 종교적 소신 등으로 제사를 지내는 집안도 점점 줄어들고, 기독교 교리와 충돌한다는 종교적인 이유로 성묘 대신 
추모기도로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가정도 흔하다.
다만 천주교에서는 조상 공경예식이라는 관점에서 묘소에 절 하는 것을 허용한다.
그러나 세태는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벌초하고 성묘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아 조상에게 불효 저지르느니 차라리 이장해 납골당 찾는 게 낫다는 사람이 늘고있다.
물론 시대가 바뀌면서 장지관리나 제사 개념이 약해지는 등 세상 바뀌어 가는 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헌데 그뿐만이 아니다.
작년에 청와대 청원글 중 귀한 남의 집 딸들을 힘들게 하는 "제사라는 악습은 없어져야 한다"는 내용이 올라온 걸 보고 머리를 흔든 적이 있었잖은가. 
명절 연휴에 해외여행 떠나는 가정이 많아 차례도 여행지에서 지낸다는 소식 접하곤 씁쓸한 기분 들던 것이 하긴 벌써 1990년대 일이다. 
근자엔 거의가 벌초도 대행업체에 맡기는 추세이고 심지어 차례상 음식도 맞춤주문으로 나와있으며 리조트를 빌려 명절 쇠는 신풍속도가 정착돼간다는 얘길 들었다. 
지금같은 기류대로라면 아마도 한두 세대가 지나면 전통적인 성묘와 차례 문화 자체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뿌리없는 나무가 줄기 실하게 뻗어 잎 무성히 돋아나길 기대할 수 있을까.
조상없는 자손 없다.
다음주 주말이면 설날이다.
국 차례를 지내고 날씨 춥더라도 성묘는 또 간다.   
성묘(省墓)는 설 때와 추석 때 자기 조상님의 묘를 찾아가 산소를 보살피고 묘앞에 제수를 진설한 잔을 올리 두번 절을
하는 유교의식이다.
성묘때 가장 기본은 술, 과일, 어포나 육포로 통상 주, 과, 포라 한다.
과일은 대추, 밤, 사과, 배가 필수고 추석땐 송편도 올린다.
때맞춰 장만한 휴대용 성묘용품. 
한가로이 나돌아다니는 사람도 아니면서 이런 상품 정보를 어찌 알고 용케도 찾아냈구나 싶은 게 표현은 안했지만 고맙.
요샌 대부분의 묘소마다 상석은 마련돼 있으나 대체로 크기가 작아 제수 진설하기 어렵던 차, 누군지 좋은 아이디어를 상품화시켰다.
반짝반짝하고 톡톡 튀는 기발한 착상으 모자에 선풍기를지 않나, 파리채에 전기가 통하지 않나, 우수한 두뇌지닌 한국인답게 벼라별 진기한 물건을 다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아직 옳은 노벨상 한번 타지 못한 대한민국인 건 왜일까?



설날, 성묘, 제기세트, 뿌리없는 나무 없고 조상없는 자손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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