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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무르익다
10/23/20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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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가을이면 연례행사처럼 으레 무를 썰어말리곤 했다.

헌데 이 무말랭이라는 것이 좀 그렇다.

전처럼 요긴히 밑반찬이 돼 주는 것도 아니고 즐기는 식구도 없다.

갖은 양념해서 무쳐봐야 요새 이런 반찬 누가 먹냐며 퇴박이나 당하기 일쑤다. 

그래도 거르지 않고 가을마다 나는 이 일을 한다.

단지 이유라면 가을 볕이 너무 좋은 까닭이다.

들녘 나락 통통히 여물게 하고 과원의 열매들 단맛 그득 배게하는 양광.

밭이랑에 세워 둔 콩단의 알갱이가 저절로 톡톡 튈만치 바스러지게 빛부신 볕. 

대추며 곶감은 아니라도 호박고지나 고구마 줄기, 깻잎 부각같은 걸 빠삭거리도록 말리고 싶게 햇살 눈부신 날.

저마다 때 놓칠세라 가을걷이에 분주한 일손들.

아궁이 앞 부지깽이도 덩달아 바쁜 철이다.

노마님은 물론 애들 손도 빌릴만큼 한창 바쁜 가을판이라, 농익어 제풀에 떨어지는 게 어디 은행알이나 호두뿐이던가.

높다란 고목의 홍시는 제 무게 못 이겨 퍼질러 주저앉고 왕벌 넘나드는 밤나무 아래 아람은 숫제 지천이었다.

생각만으로도 흐뭇해지는 풍요 그 자체였던 고향의 가을 풍정.

때문에 나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무말랭이를 손 부르터 가며 하는지 모른다.

천상 촌사람이라 스스로 지칭하면서 즐겨 그 일에 몰입하는 까닭은, 시간의 물살 거슬러 추억 나들이 떠나기 위함이다.



#가을 소식#가을 편지#가을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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