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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지와 석화(石花)의 꿈 화암동굴
08/18/2019 04:00
조회  527   |  추천   17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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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깊숙한 곳, 사방이 단단한 암석층인데 이렇게 길을 뚫기까지에는 얼마나 많은 사고가 뒤따랐을까

석회암을 뚫는 착암기만해도 진일보한 현대기구, 숙련공이 되려면 수많은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다이너마이트를 폭파시켜 바위는 위험한 작업시간, 전선에 폭약을 잇는 폭파기술자

금광맥을 따라 바위를 쪼아내다 떨어진 바위 부스러기는 나무통에 담아 일일이 외부로 들어내고 

바위벽에 강하게 부딪혀 무뎌진 정과 망치를 벼리기 위한 대장간의 담금질 장인도 갱도에 투입되고

다이너마이트 폭파준비가 완료되면 근처 인부들은 폭파신호에 따라 손으로 머리와 귀를 막지만...

일일이 수작업으로 바위를 깨 갱도를 만들어 나가는 인부들이 쓰던 나무 사다리와 버팀대 동바리와 삽 등






화암동굴 구경가자언니 말에 처음 내 반응은 시큰둥했다. 강원도 사북 폐광촌에 들어선 강원랜드 High1 Resort는 오지중의 오지 첩첩산중에 있었다. 언니네 가족 역시 흥미 전혀 없는 카지노촌, 유배지처럼 적막한 리조트 창가에 앉아서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나 쳐다보며 2박 3일을 지내던 중 찾게 된 화암동굴이다. 조카가 티켓을 주기에 그 말썽많던 곳에 오기는 왔는데 드넓은 산속에서 하릴없이 야생화 구경만 다니다 시간땜질용으로 간 화암동굴이었다. 종유석이나 얼마간 늘어선 동굴들 다 게서 거기 아니겠어? 컴컴하니 뭐 볼 게을라구.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들른 화암동굴인데 거기야말로 뜻밖에도 아주 대단했다.


화암동굴길이 끝나는 너른 주차장 접어들자 입구에서 천포금광촌이란 입간판이 마중했다. 동굴간다더니 뜬금없이 웬 금광? 1990년대 초 국내 금생산량 5위를 점했다는 노다지 굴 천포금광이다. 산에 다니던 심마니에 의해 우연히 금이 발견되었다기 보다 1918년 조선총독부가 지질조사소를 설립다고 하니 일제에 의해 개발된 광산이겠다. 단단한 석회석을 오로지 정과 망치질로 파헤치며 지하 깊숙이 묻힌 금광맥을 좇아 사지로 들어간 광부들. 그 모습을 재현시킨 시뮬레이션 앞에선 이루 말할 수 없이 심사가 비감스러워 가슴을 꾹꾹 눌러댔다. 못난 수장이 문제지, 노동수탈이니 착취란 단어 대입시키기도 남세스럽다. 허름한 무명옷 차림의 조선인들이 광산 개발의 최일선에 투입돼 다이너마이트를 다루고 착암기로 채굴하는 모습이 너무도 마음 쓰리게 했다. 일신의 안위나 겨우 챙긴 무능한 군주로 인해 당시 민초들은 저렇듯 잡풀처럼 살다가 힘없이 스러져 갔으니...세습 왕은 못나도 왕질, 애꿎은 졸(卒)들만 죽기를 마다않고 바위 뚫다가 비명횡사 당했으리란 생각이 들자 눈가 절로 맵싸해졌다.











기분 싸하니 가라앉게 만드는 그곳을 지나 45˚의 급경사로를 가파른 철계단 난간 잡고 더듬더듬 내려갔다. 1934년 금 광산 갱도 작업 중 발견된 화암동굴은 1980년 강원도 기념물 제33호로 지정된 곳. 현재 확인된 이 석회동굴의 길이는 약 320m다. 머리 위로 별빛같은 석화가 피어난 절경을 볼 수 있는 화암동굴에 그렇게 닿았다. 중생대 때 형성된 대광장을 자랑스레 펼쳐놓은 천연동굴, 6억년동안 생성된 대형 석순과 석주가 자리 잡았는가 하면 동굴 천정에는 크고 작은 석화와 곡석들이 반짝댔다. 100년이 지나야 겨우 1~2㎝ 자란다는 종유석이다. 우리네 한생 백년도 못 채우는 세월을 저마다 우여곡절 겪어내며 소설 몇 권씩 엮는다. 돌의 눈물이 쌓여 거대한 탑으로 굳은 여기 이르니 안달부리며 탐한 부귀영화며 인간사 시시비비 따짐이 부질없 여겨지는데.


폐광이 된 금 광산과 석회석 천연동굴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 화암동굴. 폐광과 동굴을 접목시켜 교육의 학습장으로 만들어낸 가상할 정도의 뚜렷한 목적성이 돋보인다. 또한 동굴 온도가 10도 안팎이기에 한여름 피서지로도 적격이라 일석이조 효과를 얻겠. 쓸모없이 버려진 폐광을 효과적으로 되살려 부가가치를 높인 모범사례의 하나일시 분명하다. 바라건대 초입인 역사의 장을 돌아보며 선대들이 이땅에서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왔는지 젊은층들 직접 보고 느끼는 바가 있으면 좋으련. 죽을 각오하고 삶의 최전방으로 투신한 윗대들 신화는 이뿐만이 아니라 월남파병과 파독광부로 이어진다. 부양가족들과 근근 풀칠이라도 하며 살아내기위해 자신 하나 희생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았던 선대들, 아니 모든 아버지들. 막장 지하탄광이건 열사의 사막이건 물불 가리지 않았던 그들과의 간극 그리 깊지도 않다. 하건만 요즘 유약한 젊은이들은 힘든 일 겁내 요리조리 재고 따지며 얼마나 몸을 사리는지 모른다지. 


전체를 둘러보는데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나 어린이 체험장도 있어 가족끼리 온 사람들은 더 머물며 즐길만한 테마파크 화암동굴. 금을 캐던 상부갱도와 종유동굴로 내려가는 하부갱도를 잇는 계단은 고소공포증이 아니라도 쳐다보는 것 만으로 다리 후들거리게 만든다. 해서 약간의 용기도 필요한데다 다리가 부실한 노약자에겐 무리인 코스로 체력과 담력은 필수다. 오금 저린 급경사 사다리를 오르내리고 나니 나중엔 삶은 문어다리처럼 내 다리도 풀렸다. 후문 쪽에 이어진 황금에 관련된 장황스런 설명도 그렇고 장난끼 다분한 캐릭터의 빈번한 등장도 산만스러웠지만 모두의 입맛을 다 충족시켜주길 바라는 건 무리일테고. 전에 와봤다는 언니는 아예 동굴 밖에서 지루한 시간을 홀로 기다렸다. 들어가보길 정말 잘했어, 드물게 괜찮은 곳이야, 입장하기 전 벌쭘하게 반응했던 점 상쇄시킬 겸 연신 고개 끄덕대며 엄지척부터 했다.  

화암동굴, 천포 금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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