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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바람처럼 자유로워라
08/12/2019 08:30
조회  466   |  추천   17   |  스크랩   0
IP 221.xx.xx.119

 얽매이는 규제 없어 한껏 자유로운 발길은 구름처럼 바람처럼 어디에도 걸림이 없다. 

온전히 내 뜻대로 내 삶을 이끌어 나가며 무엇에도 구애빋지 않는 자유로운 시간이므로 행복은 당연. 

짚시족의 존재 이유가 납득된다고나 할까.

이쪽으로 가고싶으면 그 길로 가고, 저 산 너머가 궁금하면 그리로 가보고, 쉬고 싶으면 맘껏 쉬었다 간다.  

풀꽃 보며 새소리 귀 기울이며 천천히 걷고 싶으면 느릿하게 걷고, 감당이 된다 싶으면 속력도 내본다.

아무런 간섭도 없을뿐더러 무엇이든 하기 싫은 건 안 하기.

모든 결정과 선택은 스스로, 해서 곤난한 상황과 맞닥뜨려져도 불평이 있을 수 없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아무튼 걷기 11일차 되던 날 일이다.

 새벽부터 꽤 많이 걸었기에 지치기도 하고 땀내도 심해

유령마을이듯 텅빈 동네라 분위기 별로였지만 폐허같은 성당 앞 알베르게에 짐을 내려놓았다.

우선 개운하게 빨래부터 한 줄 가득 해널고 저녁거리를 사러 나갔다.

시에스타 시간과 맞물려서인가 문을 연 가게가 없기에

을씨년스런 골목 이리저리 누비며 식당이라도 찾으려 돌아다녔다.

그 마을에는 마켓이 아예 없었고 알베르게 운영하며 약간의 식품을 파는 바가 있었으나

거기서는 자기 손님 외엔 음료는 물론이고 빵쪼가리조차 팔지를 않았다. 

머문 알베르게는 침상 깨끗한 것 까진 좋았으나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곳이라

우리는(춘천에서 여고 동창끼리 온 오십 후반의 아낙들까지) 그날밤 큰 불편을 겪게되는데...

  흐릿한 불빛 아래 카드놀이 하는 노인네 몇이 앉아있는 바를 가까스로 발견해 감지덕지하며 음식을 주문했다.

메뉴는 고를 것도 없이 단 하나, 햄과 베이컨 몇 쪽에 계란 후라이 둘 그리고 마른빵 약간과 생수 한병.

곱다시 굶을뻔했는데 그나마가 이게 어디냐며 시장했던 우리는 허겁지겁 음식을 입에 쓸어담았다.

젊은 청년 하나 머무는 외엔 단지 우리뿐이라 좀 휘적거리는 밤,

바람도 없는데 기분 고약스레 삐걱대는 나무 문소리에 고단한데도 깊이들 수가 없었다.

길고양이는 괴이쩍게 울어대고 잠은 안 오니 괜히 베드버그라도 기어다니는 양 전신이 군실거렸다.

 공포영화 세트장 수준, 다들 잠을 설친채 동도 트기 전인 깜깜한 시각인 꼭두새벽같이 길을 떠나기로 했다.

헌데 현관문은 밖에서 잠겨져 있는데다 명색이 공립 알베르게인데 관리자는 전화조차 받지를 않고...

기다려봐도 소용없자 우리는 창문을 열고 펄쩍 뛰어내려 겨우 그곳을 빠져나왔다.

이 무슨 시츄에이션? 큼직한 망태 하나씩 짊어진 도망자 꼴에 우리는 서로를 쳐가며 한바탕 웃었다.


 











PALENCIA가 거느린 퇴락한 마을들. 

성 야고보 형제회에서 운영하는 직사각형의 낡아빠진 성 니콜라스 성당을 필두로

옹기종기 몇 가구씩 모인 촌락마다 하릴없이 웅장스레 버틴 교회건물들이 잇따랐다.

과거에는 인구 번창했는지 모르나 현재 불과 여나믄 집이 있을 뿐인 마을조차

터무니없이 큰 교회당이 한 동네의 구심점으로 자리잡고 있는 팔렌시아란 지역. 

팔렌시아만이 아니라 스페인 어딜 가나 수도 없이 많은 성당 건물들,

지금은 곧 무너져 내릴듯 완전 쇠락해 주일미사조차 집전 못하는 곳이 적잖았다.

고작 유적지 관광장소로 전락하거나 그도 아니면 새나 박쥐가 둥지 튼 스산한 폐허로 변한 교회.  

 비록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자 했을지라도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말을 떠올리게 했다. 

비얄까사르 데 시르가며 비야 무리엘의 산타 마리아 라 마요르 성당 등등은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으로 넘어가는 건축양식의 변천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허나 원래의 취지대로 하느님 거하시는 거룩한 장소는 이제 아니었다.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정성들여 장식한 아치며 종탑, 품위있는 고전미를 간직하고 있음에도  

  제 기능 잃은 성당이며 수도원은 숙박시설로 변용되거나 맥없이 삭아내리고 있었으니...

그 모습 하도 수수한 것이 내도록 심란스럽게 만들어 그야말로 아니 본만 못했다.

지금은 그 온갖 기억조차 아름다이 채색되었지만. 




PALENCIA,비얄까사르 데 시르가, 비야 무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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