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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읽고 기록했던 남자
08/05/2019 04:00
조회  517   |  추천   18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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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극장 스크린에서 캡쳐>

               

Dirtbag: The Legend of Fred Beckey

데이브 오리스케 감독

러닝타임: 96분


주말에 연속으로 산악영화를 봤다.

토요일은 한국편으로 히말리야를 찾아가는 순례길을 담은 잔잔한 영화였다.

일요일엔 작년도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알피니즘 부분 대상작인 다큐, 산에 빠져 전설이 된 한 남자의 삶을 다룬 미국 영화였다. 

산을 좋아는 하지만 가벼운 산행 정도나 하지 본격등산까지는 엄두 낸 바 없으니, 산을 주제 삼은 영화라 딱히 끌리진 않았지만 마침 기회가 닿아 내리 이틀 극장을 찾았다.  

이 영화는 젊은 프레드가 눈쌓인 빙벽 오르면서부터 강하게 몰입하게 만들었고 날카로운 예봉은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했다.  

94세를 일기로 눈 감는 날까지 평생을 오로지 등반만을 위한 삶을 살다가 떠난 미국 등반계의 외퉁수 괴짜 이단아이자 지칠

모르는 탐험가였던 프레드 베키(1923~2017).  

독일 출신으로 어려서 미국에 이민온 그는 십대 시절 스카웃 활동을 하며 두살 아래 동생과 함께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열일곱 살 때인 1939년 노스 캐스캐이드 산맥의 마운트 디스페어(2224m) 초등정 기록을 필두로 그는 수많은 산을 초등하고

미국 여러 산에 수백 개의 신루트를 개척하기도 했다. 

이후 80여 년간 등반을 멈추지 않고 유목민처럼 이 산 저 산에서 살다시피 한 그는 산과 결혼한 남자였다.

26세 때 첫 저서 ‘캐스케이드 및 올림픽 등산안내’를 출간한 그는 자신이 등반한 수백 개 봉우리를 손금처럼 상세히 묘사,

산의 지형과 등반 경험담을 책에 풍성히 담아냈다. 

세속적 명성에 기웃거리거나 부의 축적에 관심이 없던 그에게 물론 진작부터 영화 제작 의뢰가 있었지만 82세가 돼서야

데이브 오리스케 감독이 상업적이 아닌 다큐 제작을 하자는데 동의했다.

처음 이태 동안은 아예 카메라를 꺼내지도 않고 그저 프레드와 함께 등반만 했다는 감독.

영화는 10년에 걸쳐 만들어졌는데 감독이 가장 우려했던 점은 완성된 영화가 나오기도 전에 주인공이 세상을 뜨면 어쩌나

하는 생각뿐이었다고 한다.

다행히 프레드 생전에 영화가 완성돼 주인공은 시사회에 참석,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기립 박수를 받기도 했다고.

산이나 길가 등 어디서건 침낭을 펴고 비박하기 예사며 아무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위를 채워온 유랑인.

그처럼 평생 몸을 아끼지 않고 함부로 혹사시켰음에도 건강장수를 누렸다는 것은, 순수한 열정의 소유자인데다 스트레스없는 자유인이어서였을까. 그보다는 진정 자신이 원한, 자신을 위한, 자신만의 삶을 살아서였을까. 

더트백으로 불릴 정도의 아웃사이더로 살아온 프레드이지만 북미지역 봉우리 초등정만 130좌 이상에 '북미 명산 100좌'라는 책을 남긴 그에게 미국 100년 역사상 네 명만 받은 산악인 금메달이 수여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리라.

결국 더트백(Dirtbag)등반에만 전념하기 위해 모든 사회적 규범은 물론 가정과 직업까지 접고 산만을 바라보고 산 자연인에게 주어진 매력적인 애칭이 아니겠는가. 

그를 누군가는 질시고 누군가는 아꼈며, 누군가는 귀찮아했고 또 누군가는 존경했던 그런 존재, 프레드는 미국 산악계의 전설이자 선구자인 것만은 모두가 인정한다는 말에 수긍이 갔다.

엔딩 자막이 오르자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특별한 삶을 산 프레드에게 손바닥 얼얼하도록 박수를 쳐줬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토록, 아흔 넘어 근육 쳐지고 주름 깊게 골진 팔로 암벽을 타던 그의 영상이 진한 여운되어른거렸다.


                            

등정 후에는 올랐던 산의 특징,  주요 지점 등을 꼼꼼히 그려놓고 기록하여 후배들 산행 지침서가 되었다. 

젊은날의 프레드는 건너편 눈 쌓인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산 아래에서도 심지어 자일 걸고 바위에 붙어서도 테이프로 감아둔 필기구 꺼내 등반 과정 중 특기사항 메모

팔십 년을 산에 바친 등반가 프레드는 순결한 처녀지를, 이외에도 무수히 첫 발자욱 남겼다

영화 관람 중 필요한 장면이다 싶으면 폰을 열고 제까닥 스크린 화면을 찍으려,

눈총받지 않도록 맨 뒷좌석으로 자리 옮겨서..


고물 선더버드 차량을 몰고 산을 찾아다닌 생전의 그는 장발에 옷차림도 허술해 홈리스로 오인받을 정도.

영화 끝나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산악인과 연극인 그리고 문학인들 함께

                 


미 산악계의 이단아, 프레드 베키, 더트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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