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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
08/04/20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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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서 화면 캡쳐:고비사막에 오른 주인공>

<스크린에서 화면 캡쳐:끝모를 몽골평원 걸어가는 주인공>

<스크린에서 화면 캡쳐:아들과 마주 바라본 카일라스의 웅자>

<영화가 끝난 뒤 관계자들과>

<카일라스 가는 길, 영화 포스터>


가마골소극장에서 다큐 영화를 보았다.

지난해 울주에서 열린 제 3회 세계산악영화제 출품작이라 한다.

일반 상업영화가 아닌 여든 넷 할머니의 성지순례길을 담은 89분짜리 로드무비다.

동행자는 마흔 아홉 아들로 <카일라스 가는 길>영화를 찍은 감독이다.

서른 중반에 혼자가 되어 자식 하나 바라보며 살아온 어머니의 손을 잡고 오래 길을 걷고 싶었다는 아들.

어머니가 평생을 의지해 온 불교 성지가 있는 히말라야에 모시고 가면서 지구의 아름다운 길을 보여드리고 싶었으며 

순례길에서 어머니의 응어리진 한과 상처가 치유되길 바랐다는 아들.    

카일라스로 향하는 노정은 실상 팔순도 지난 노인에게는 무모할 정도의 험로이다. 종잡을 수 없이 날씨 또한 험하다.

이 다큐를 찍느라 첫 해외여행을 한다는 할머니는 그러나 혹한과 4천미터 이상의 고원에서의 고산증세 이겨내고, 흔들림없이 강단지게 60일간의 대장정을 무사히 마친다.

깡말랐으나 등허리 반듯한 할머니는 눈빛이 그러하듯 총기 맑고 의지도 체력도 강하신 분이며 심신 두루 건강하신 어른이다.

육이오 당시 중학생이셨다는 할머니는 경륜에 따른 지혜로 삶을 깊이 관조하기에 길에서 만나는 돌이며 들꽃이며 양이며 낙타며 강물이며 구름이며 무엇 하나 소홀히 대하지 않고 존칭으로 성심 다한 대화 나눈. 

허허벌판 황야에 홀로 우뚝 선 바위와 나누는 얘기는 지난한 세월을 건너온 당신의 고된 인생사 고백이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최종 목적지에 이르러 깊이 합장배례 올리는 어머니 눈에선 감격의 눈물이 흐른다. 응어리도 흘러내린다.

신의 거처인 영혼의 산 카일라스는 티베트인들에겐 우주의 중심으로 부처의 화신이 자리했다고 믿는 만년설산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수정’을 의미하는 카일라스는 다이아몬드처럼 각 매끈하게 깎인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해발 6656m 높이의 카일라스 주위를 해자처럼 감싼 남빛 호수들에서 갠지스강 인더스강이 발원한다.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의 성지이자 영혼의 성소로 우리나라 불교계에서는 수미산이라 부르는 산이다.



영화는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의 설원에서 시작된다.

황량한 몽골평원을 가로지르고 낙타 쉬다가는 고비사막을 넘어 오지 중의 오지 파미르 고원을 지난다. 

계속해서 타클라마칸 사막 거쳐 히말라야 연봉들 마주하며 자갈길 달려서 티베트로 이어지는 여정이 수채화처럼 투명하게

때로는 수묵화처럼 담담하게 담겨진 영화다.

초반에는 호기심으로 출렁였고 중반에는 가슴이 쿵쾅거렸으며 마지막 부분에선 나도 모르게 눈가 매워졌다.

비감토록 신비로운가 하면 무작정 광활하기만 한 자연 풍광은 수수만년 그 자리 의연히 지키며, 때론 외경감을 때로는

막막감을 안겨준다.

세상 곳곳 어디에나 사람들은 살아간다. 몽골 유목민 이동천막 안에서의 일가족 일상이 어머니 가슴에 따스하게 다가오고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척박한 대지에서 그래도 땅뙈기 일구며 삶을 이어가는 모습들 숙연히 바라보는 어머니.

사람 구경은 커녕 차조차 거의 지나지 않는 말 그대로 적막강산, 나무 한그루 없는 허허벌판에도 세상과 이어지는 도로가 나있다. 그 아득한 소실점 저끝에서 어쩌다 드물게 자전거 순례객들이 나타난다. 

한눈에 봐도 튼실한 건각을 지닌 대체로 젊은 서양인들, 얼굴 까맣게 탄 홍콩에서 왔다는 앳디지만 강인해 뵈는 아가씨도 있다.

그녀는 끝모르게 이어지는 길 그러나 언젠가 티베트에 데려다 줄 도로 위를 일 년 예정으로 달리느라 부지런히 페달을 밟는다.

할머니는 손녀같은 그녀가 안쓰럽고 염려돼 애가 쓰인다.

잠은 텐트에서 자면 추우니 게스트 하우스에서 자거라, 세 끼니 꼭 챙겨먹거라, 혼자 다니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같이 다니거라, 사탕을 쥐어주며 당부말씀이 길다. 

아수라장인 아프카니스탄 바로 지척거리에 사는 키르키스스탄 아이들을 보자니 그저 안타까워 기도가 자연스럽게 따른다.

헤어질 땐 꼭 품에 안아주며 건강하게 자라서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되라며 등 토닥여주다 품에 꼭 보듬는 할머니.   

그럴땐 영락없는 여늬 촌할머니의 인자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옳음 대한 신념에 있어선 대쪽같은 결기 남달라 보인다.

낙조를 바라보면서, 광야 휘젓는 바람소리 들으면서,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지켜보면서 지나온 인생 반추해보는 할머니.

그분은 카일라스 길을 가면서 모두가 궁금해 하는 근원적 질문의 답을 들으셨을 것같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지를.

나도 그 길에 서보면 별이 쏟아지는 광막한 우주에서 들려오는 그 말씀 들을 수 있는 내면의 귀가 열릴까.

고집스런 자아를 깰 수 있는 처방전 혹여 어느 돌틈에 숨겨져 있을 지 모르는 그 비책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카일라스 가는 길, 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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