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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는 순례길이기보다 유적답사길
07/10/2019 04:00
조회  1037   |  추천   21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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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구름 하얗게 떠있는 청남빛 하늘, 차로 이동하기 아까울 정도로 기막히게 좋은 날씨였다.

에스텔라를 떠난지 두 시간 여, 로그르뇨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광활한 평원을 지나 부르고스에 닿았다.

부르고스는 기대했던 그 이상이었다.

와우~경탄사만 연발할 뿐 말을 잃을 정도였으니까.

경이로운 대자연 앞에서도 표현력의 부족을 통감하듯 부르고스에서 역시 언어의 한계를 절감했다.

버스터미널에서 구시가지 방향으로 걷자마자 가로수 사이로 올연히 치솟은 여러 개의 첨탑이 시선에 들어왔다.

강한 자력에 이끌리듯 고딕 양식의 첨탑만을 바라보며 황급히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마치 금방 사라져버리는 신기루라도 되는 것처럼 그 풍경에 시선을 고정시키고서. 

완전 무언가에 홀린듯 정신없이 산 파블로 다리(Puente S. Pablo)를 건너고 산타 마리아 아치라는 중후한 출입문을 지나 

산타 마리아 대성당 (Catedral de Santa Maria)이 우뚝 선 산 페르난도 광장(Plaza  Rey S. Fernando)으로 들어섰다.

카미노 프란세스에서 만나게 되는 주요 도시로 팜플로나, 부르고스, 레온,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를 꼽는다.

공통적으로 모두가 과거 왕국의 수도였으며 현재는 각 주의 주도라 옛영화의 자취인 유적지가 볼만하겠다 싶었다.

특히 부르고스는 스페인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엘시드(Rodrigo Diaz de Vivar)의 고향이기도 해 볼거리가 많으리라 짐작했는데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어마무지한 문화유산을 지닌 도시였다.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벅차게 산 에스테반 성당 (Iglesia San Esteban), 산 니콜라스 데 바리 성당 (Iglesia de San Nicolas de Bari), 산 레스메스 성당 (Iglesia de San Lesmes), 산 힐 성당 (Iglesia de San Gil)등과 수도원 건물이 숱하게 산재해 있었다.

한참전에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역사적인 명소 몇 곳을 구경한 터라 뾰족탑과 웅장한 성당에 과히 낯설지 않은 편인데 부르고스는 그 수준을 훨씬 능가했다. 물론 여러모로 과문한 탓이겠지만.







부르고스 대성당(Catedral de Burgos)이라고도 부르는 이 성당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기록에 따르면 페르디난드 3세(Ferdinand III) 통치기인 1221년 마우리시오(Mauricio) 주교의 후원으로 짓기 시작해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1293년에 끝났으나 마무리는 몇백년이 지난 1567년에 완공됐다고 한다.

프랑스식 하이고딕(High Gothic) 건축 형식에 맞춘 세련된 건물 구조, 성화, 성가대석, 제단 장식, 벽, 묘지, 스테인드글라스 등 예술 작품과 독특한 소장품 다수를 지닌 산타 마리아 대성당. 

건물 규모와 화려한 외장 및 예술적 가치 등을 종합해 볼 때 스페인 최고의 성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고딕식 건축미의 탁월한 사례라는 부르고스 대성당은 건축가 조각가 장인들이 각기 뛰어난 천재성을 발휘했다고 유네스코는 진작에 인정했다.

첨단 과학기술이 동원된 기자재로 백 층 넘는 건물을 짓는 현대이지만, 오로지 끌과 망치만으로 신의 솜씨처럼 위대한 조형물을 빚어낸 중세인의 능력은 얼마나 놀라운가.

최전성기 스페인 왕국의 막강한 국력을 과시하듯 금칠갑을 한 제단, 엄청나게 정교한 실내 장식품과 수많은 조각품 및 회화작품, 천정의 환상적인 채광창, 눈부신 스테인드 글라스, 섬세한 외부 첨탑, 르네쌍스 양식의 우아한 돔 지붕 등등 입이 벌어질만도 했다.

식탁 아래 강아지마냥 고개를 한껏 치켜들게 만드는 고딕 시대 최후의 걸작을 가장 많이 모아 놓은 곳 중 하나라는 대성당이다.

그러나 바라보는 내내 어쩐지 속내는 편치가 않았다. 정녕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성전은 이토록 호화롭고 사치스런 외적 치장이 결코 아닐 터이므로.  

게다가 저리 높고 웅장한 건축물을 쌓아 올리면서 얼마나 많은 인부들의 희생이 따랐을 것인가.

절대자로부터 부여받은 육신 기꺼이 제단에 봉헌한다며 공중곡예하듯 까마득한 허공에서 죽을 각오로 끌질에 매달렸으리라.

884년에 도시의 형태가 갖춰진 부르고스는 1492년 까지 카스티야 이 레온 (Castilla y Leon) 연합 왕국의 수도였다가 중앙 정부가 마드리드로 옯겨간 17세기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내전(1936~1939년) 기간 동안은 이곳이 프랑코 측의 본거지로, 내전을 치르면서 부르고스의 이미지를 보수적인 가톨릭 정신의 전형으로 구축해 오늘에 이르렀다.













                                  <엘리베이터 설비까지 되어있는 등 가장 시설이 현대적이었던 공립 알베르게>


부르고스는 이름 자체가 거대한 방어탑이라고 불리듯 든든한 성채는 대성당 뒤편 산 위에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어림짐작만으로 골목 돌계단 오르고 또 올라 산언덕으로 향했다. 

퇴락한 성당을 두엇 지나 잘 다듬어진 산길로 접어들어서부터는 뭇 산새 투명한 노래소리삼아서 전망대에 올랐다.

또렷한 방위표가 중앙 바닥에 박혀있고 전면에 시가지의 주요 유적 명칭과 건축연대가 새겨져 있는 동판이 부착돼 있었다.

광장 끝까지 물러나 찍어도 한꺼번에 전경을 사진에 담을 수 없던 대성당인데 높이 올라와보니 비로소 전모가 잡혔다.

워낙 도드라지도록 방대한 규모에다 위용 대단해 그 기(氣)에 눌려 머리 조아려졌으나 웬지 경건함보다 처연한 기분이 앞섰다.

산 정상에도 큼직하게 선 돌 십자가, 많다고 다 좋은 게 아닌데 어디에서나 거룩하신 유일신 우러러 경배하라 강요하듯 한 

조형물이 차고 넘치게 널려있다보니 식상을 넘어 아예 질릴 지경이었다.

이끼낀 성채의 누각에 서니 부르고스 시내와 외곽지대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멀리 지평선 위로 구름 드리워졌고 초원이 너르게 펼쳐졌으며 성을 중심으로 빙 둘러선 마을 거리도 하나씩 잠에서 깨어났다. 

저만치 고만고만하게 엎드린 담황색 지붕들 다소곳해서 정스러웠다. 

하루 더 머물며 찬찬히 인근 유적 답사를 해 볼 심산으로 느지막하게 산에서 내려왔다. 

오전 시간을 거의 다 보내다시피 한 대성당, 프랑스에서 유학중인 신부님을 만나 이 성당만으로도 충분해 바로셀로나를 굳이 갈 필요가 없겠다 했더니 파밀리아 성당 느낌은 또 다르다며 적극 권했다. 

공립 알베르게(6유로)는 규정상 하루 이상 쉴 수가 없어 오후엔 다른 숙소(최저 50유로)를 알아보느라 시내를 헤짚고 다녔다.

그 바람에 플라타나스 멋진 카페 거리며 엘시드 동상 늠름한 광장이며 군밤 굽는 여인이 앉은 공원이며 구석구석 동네 구경을 실팍지게 한 셈이다.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이나 유러피안들에게는 훌륭한 문화유산은 물론 별식요리익히 명성이 알려진 곳.

거리마다 여행객이 물결이뤄 결국 숙소를 잡지못했기에 저물녘 아쉽지만 부르고스를 뒤로해야 했다.




부르고스 대성당,,고딕양식의 걸작, 레온 왕국, 스페인 내전, 프랑코 총통의 근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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