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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붓는 비 아랑곳 않고 걷다
07/06/2019 17:30
조회  1209   |  추천   22   |  스크랩   0
IP 110.xx.xx.195

                                            <세차게 내리는 소나기를 피해 시골 카페 마당에서 잠시 서성대며>

     <비오는 하루 동행이 된 프랑스인 장년 커플은 왜 혼자왔냐고 물었다, 걷는 걸 아주 싫어해~ 간단명료한 내 답변>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 짓은 전혀 힘들거나 싫지가 않다. 빗속을 걸으면서도 기분 상쾌흔쾌한 카미노들>


산티아고 출발일을 정하기 전, 일단 구간별 일기예보부터 체크했다.

기상상태를 보고 가급적이면 일정을 깜냥껏 조정할 생각에서였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스페인 북서부 날씨는 달력 사진의 봄소식과 달리 사월에도 눈발이 날렸다.

더구나 피레네의 경우 산악기후라 눈은 물론 우박까지 내리는 등 변화무쌍, 예측할 수가 없다했다.

체질상 추운 건 질색이라 당연히 봄햇살 다사로와질 오월로 출발일이 넘겨졌다.

봄이 천지간에 무르녹는 계절의 여왕 오월의 날씨, 장기예보를 꼼꼼이 살펴봤다.

겨울철이 우기라니 설마 만화방창 꽃나들이 철에 종종 비는 아닐테지,란 바램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오월도 그렇지만 유월도 마찬가지, 해와 구름 우산그림이 번갈아 나타났다.

갈리시아지방은 세심하게 시간별로도 검색했는데 역시 해, 구름, 우산, 어느날은 구름에 번개표시가 있는 등 대강 엇비슷했다.

결국 쾌청한 날 1/3 구름낀 날 1/3 비오는 날 1/3이니 열흘 정도는 비맞을 각오하고 떠나기로 맘먹었다.

출발 당일 서울은 섭씨 20도 가까웠는데 파리 공항의 바깥기온은 섭씨 6도로 매우 쌀쌀했다.

카미노 여정에 오르고도 날씨는 여전 오락가락, 이른 시각 길을 나서면 자주 손이 시렸고 코끝이 빨개졌다.

보온을 위해 옷을 있는대로 겹겹 껴입어 몸놀림이 부둔할 정도였지만 그나마 마른 체형이라 감당이 됐고, 기온이 올라가면

허물벗듯 한꺼풀씩 벗어서 배낭에 걸치고 걸었다.  

사흘에 한번꼴로 구름 또는 비, 평상시 날씨가 궂으면 괜히 심란하고 처량스러워 우울 모드에 빠지기 쉽다.

그런데도 잔뜩 찌푸린 날씨거나 더러 폭우 속을 걸으면서도 만나는 이 모두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우린 자유로워 행복한 방랑자였으니까.  


   <이런 기상상태에 등짐 나르는 인부였다면 푸념이 나올 법, 묵직한 배낭 무게로 구부정한채 질척거리는 산길 걷다>

           <보무도 당당히 앞서 가는 독일에서 온 두 아가씨, 차림새가 완전무장한채 폭우 뚫고 행군하는 병사 같았다>

<ㅉㅉ 우중에 이 무슨 생고생이람, 비를 피해 파라솔 아래 옹기종기 모인 친구들마다 바다거북이 등처럼 버겁게 매달린 배낭 >


스페인 날씨는 해 쨍쨍하다가도 갑자기 구름장 밀려와 하늘을 뒤덮으며 순식간에 비를 뿌려댔다.

날씨가 종잡을 수 없이 변덕스럽긴 해도 다행히 한국 장마철처럼 계속 궂은 날씨는 아니었다.

밤새 비가 내리다 아침이면 시침 뚝 떼고 맑게 개일 적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비는 오후에 잘 내렸기에 길을 걷다가 여러번

비를 만나게 됐다.

안개비나 보슬비는 그럭저럭 맞을만 하나 소나기 거세게 쏟아지면 재빨리 피할 곳을 찾거나 단도리할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 

얼른 방수판쵸를 꺼내 덧입고 배낭에도 방수커버를 씌우고 유유자적 걷다보면 빗줄기의 리듬을 음미하는 여유까지도 생긴다.

퍼붓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걷다보면 바지 아랫단이 축축하게 젖고 트래킹화에도 물이 들어와 질퍽하니 구적거리고 기분도 좀 찝찝해지나 잠시 뿐, 곧 익숙해지며 더 후질르고 싶어진다.

구질구질해도 다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 남 의식치 않고 어떤 노래건 흥대로 불러대도 요란스런 빗소리에 묻혀버리기에 좋다.  

판쵸를 두드리는 거친 빗방울은 가벼운 마사지 효과가 있어 좋고, 산허리에 감긴 안개구름을 감상하는 재미도 이런 날이

주는 특혜의 하나다.

또 있다. 비로하여 우수어린 눈빛되니 메마른 감성의 텃밭 물기 머금어 촉촉해지며 시 한소절 그냥 읊어지므로 이 아니 좋은가.

덩달아 마음까지 착해지고 연해져서 평소의 강팍진 말투도 여린 음성으로 순하게 변한다. 

그럴땐 지나가는 낯선이에게 절로 '올라~' '부엔 카미노~ '정감어린 인삿말도 보내게 된다. 

비에 젖어 고개 숙인 들꽃에게 말을 걸어보고 물가 개구리에게도 전부터 아는척 가족에게 안부 전하라 한다.

초지에서 비 맞으며 유유히 풀을 뜯다 건너다보는 소에겐 "속눈썹이 길어 눈에 비 안들어가지?" 물어도 본다.

길섶으로 나온 민달팽이, 지렁이조차 징그럽다 찡그리지 않고 "밟힐라, 어서 집에 가." 안위를 챙겨준다.

하늘 푸르게 맑은 날이 좋긴 하지만 이래서 비오는 날이 싫지만도 않다, 서정적인 달밤처럼 말이다.

쏟아지는 비 아랑곳 않고 걸어가는 저 많은 길손들 표정이 마치 데이트 하는 연인들처럼 다정다감, 사랑스러웠다.



<돌다리 밑 개울가에서 비를 피하다 만난 개구리, 청개구리 옛이바구가 생각나 한마디 해주고>


                                                                       

                                                    <요건 오리지널 스페인 깨구락지 소리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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