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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는 건
06/30/20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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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10.xx.xx.195






Why did you want to climb Mount Everest?라는 질문에 Because it is there라고 쿨하게 답했다는 Goerge Leigh Mallory.

왜 카미노를 걷나요? 라 묻는다면 말로리처럼 즉각 명쾌하고 간결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곤 했었다.

솔직히 그렇지 않은가.

길이 거기 있어서?

세상에 길은 무수히 열려있는데 왜 하필 그 먼 스페인 산티아고여야 하느냐면 그만 말을 더듬게 되고 만다.

답이 궁색한 때문이다.

사실 딸내미조차 그랬다.

무진무진 걷고싶으면 기왕 한국에 갔으니 걸어서 국토 종단을 해보던지 제주 올레길을 완주하거나 지리산 종주를 해보라고. 

그럼에도 나는 기어코 그곳으로 향하고야 말았으며 그 길을 가는 내내 충만한 행복감에 싸여 무수히 감사합니다!를 되뇌었다.

그 길을 걸으며 매순간 좋고 좋고 또 좋았다.

정작, 짐무게에 치여 어깨통증을 겪어야 했으며 천근만근 무거운 다리를 억지로 옮겨야 했으며 오늘은 어디서 쉴 것인가 날마다 깃들 곳을 염려해야 했으며 세끼 무얼 해 먹어야 할지 신경써야 했으며...

실제로 어떤 한국인 청년은 한창때인 젊은 체력을 믿고 초반에 너무 무리하는 바람에 무릎을 상해 관절이 퉁퉁 부은로 중간에 포기하고 절뚝거리면서 귀국하는 경우도 봤다.

비를 맞아 감기 걸리기는 예사, 한껏 멋부리며 걷던 아가씨는 조이는 등산화 탓에 발바닥이 물집 투성이라 병원치료를 받기에 이르렀고 하루 40킬로 씩 격하게 걷던 아짐도 심한 피로증후군으로 결국 도중하차하고 말았다. 

덴마크에서 왔다는 건장한 장년의 남자는 몸살이 나 삼일째 알베르게에서 꽁꽁 앓으며 깡통음식 먹 게 딱해, 수녀님이 쌀로 타락죽을 끓여다 준 적도 있었다.

카미노 후기를 보면 발이 부르터 만신창이가 되었다거나 알베르게 예약을 안해서 낭패를 보았다거나 베드버그 땜에 고생했다는데 다행스럽게도 아무 탈없이 무사히 긴 여정을 마쳤으니 나는 행운아에 속한다.

전생에 무슨 인연줄 깊이 엮인듯이 아니면 누군가가 부르는듯 해 마치 무언가에 홀리듯 다녀온 산티아고.

아무튼 50부터 벼르기를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며 버킷 리스트 첫째로 삼은 Camino de Santiago다.

프랑스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시작, 스페인을 가로 질러 산티아고 데 콤스텔라까지 머나먼 길을 날마다 걸어서 가야하는

여정이라는 점에 더 매료되었던 거 같다.  

경건한 신심의 소유자가 아니라서인지 성지순례 같은 걸 별로 선호하지 않으면서도 산티아고만은 꼭 가보고 싶었다. 

이상하게 사용하기 거북스런 단어가 있는데 청아하다느니 고독이라는 단어가 그렇듯 순례자 역시 쑥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제목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읽혀지나 중세 수도사도 아니면서 감히 자신을 그런 카테고리에 집어넣기가 민망스럽다 못해 어쩐지 오글거려진다고나 할까.

밀밭 푸르게 파도치는 평원을 지나면 거친 돌팍길이 나오고, 캘리포니아 황야같은 산모롱이 돌아 한참 걷다보면 새로운 마을이 아슴히 돋아나며 강물 흐르고, 강 위에 운치있는 아치 다리로 이어진 길이 기다리는...

지향없이 걷는 거 보단 일정 방향을 두고 걷는 게 나아, 그렇게 그냥 길을 걷는 길손으로 카미노를 걸었을 따름이다.

 





<병원치료받고 온 아가씨 발은 상처 투성이나 발이 퍽 맵씨있고도 고왔다>

<가볍고 통풍이 잘돼 한달 동안 애용하며 혹사시켰어도 한번도 삐끗한적 없이 잘 보필해 준 고마운 트래킹.>

카미노란, 걷는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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