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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절집에서 조촐한 암자를 그리다
01/10/2019 14:30
조회  1012   |  추천   2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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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시설물들의 대형화 추세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보편적 현상이다.

쫙 빠진 외형에 조경도 웬만한 공원처럼 꾸민데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으리뻔쩍 화려해졌다.

하늘님, 부처님 가르침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고속도로에 인접해 있는데다 동해안 절경지에 포옥 싸안겨 휴휴암.

일주문 지나자 너르게 펼쳐져있는 여러 법당과 금칠한 종이 걸린 종각과 거대한 해수관음상이 한눈에 든다.

경내로 들어서니 토지소유권 문제로 동부그룹과 소송이 걸려있다는 격문이 큼직하게 붙어있다.

지나는 길손이야 자세한 속사정은 알 바 아니나, 불가에서 재산권과 관련 법정투쟁을 벌인다?  

 고요히 수행에 전념해야 할 승려의 법원 출입 모습은 차지하고라도 무소유 정신은 법정스님만의 소유물인가.

 깊은 산속 조촐한 암자에서 생식을 하며 수행정진, 해탈의 대자유에 이르르는 스님도 있는 반면

 역 앞에 자리펴고 쑈맨쉽에 가까이 건성으로 탁이나 두드리며 시줏돈 챙기는 사이비도 흔한 세상이다.

대한불교 조계종단의 경우, 승려 자격은 고졸 이상 학력에 독신이며 장애나 심각한 질병, 사회에 부채가 없어야 한다.

승려가 되기 위해 출가하면 먼저 행자수련 기간 6개월 내지 1년을 해야하고 승가대학 과정 4년을 거쳐

정식 승려가 되면 끊임없이 참선수련하면서 자기수행을 닦아 나가야 되는 지난한 고행길이 기다린다.

일제시대 총독부의 강경책에 따라 조계종을 해체, 대처승 제도를 확산시키며

불교는 이후 여러 종단이 난립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해서 시주를 하더라도 부처님 법을 제대로 따르는 옳은 사찰인가부터 체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긴 용한 점집이나 무속을 하는 집에도 버젓이 무슨무슨 '절'이란 이름이 붙는 희한한 세상이더라만.  

휴휴암 초입, 자연토굴이라기보다 설계도따라 인위적으로 토굴을 만든 게 분명하다. 

요리조리 미로 속같이 구부러진 길마다 벽과 천정에 빈틈없이 불화를 가득 채워놓았다.

심한 치장, 이건 결코 아니지 않는가? 그 중심부에 정좌해 염불삼매(?)에 잠긴 젊은 여승.

실루엣 고와 더 씁쓸한 그녀에게서 그래도 조지훈의 시 <승무>가 겹쳐졌다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






아래는 부산 인근 명소로 자리잡은 해동용궁사다.

이십 수년 전 불교잡지 편집장을 맡았을 당시 취재 차 여러번 찾았던 곳이다.

부산에서 기장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용궁사 입구에 내려 족히 이십여분은 걸어가야 바닷가 용궁사가 보였다.

그땐 대웅전도 자그마했으며 딸린 부속 법당까지 합해야 절집은 전부 두어 채에 불과했다.

그런데....변해도 너무 변했고 달라져도 아주 많이 달라졌다.

좋게말해 크게 성장했고 무진 발전했다.

우선 용궁사 초입부터 바글거리는 관광객 무리, 특히 중국관광객이 굉장히 많았다.

전에는 손바닥만하던 주차장이 공설운동장만큼 넓혀져 숱한 승용차와 대형관광버스가 주차해있었다.

절로 들어가는 입구 역시 낯설게 변했는데 사람 키보다 더 큰 십이지신상 석물이 도열해 있었으며 

비탈길 양켠에는 줄이은 상점들이 붐비는 손님들로 한창 성업중이었다.

통도사 같은 대찰에서나 본 풍경인데 큰 나무 덕에 그늘 혜택 누리듯

용궁사가 그렇게 여러 가구 먹고살 길 열어준 셈이니 일면 좋은 일 고나 할까.

용궁사는 일개 절에서 이제는 이미 거대기업이 되어 있었다.

빡빡하게 들어선 크고작은 법당과 여기저기 우뚝한 탑과 가파른 계단위 높직하게 선 관음상과

바닷가 바위마다 또 이런저런 조형물이 정신 어수선할 정도로 무수했다.

조용한 수행도량이라기보다 바다를 낀 유명관광지로 변해 시장터가 되버린 해동용궁사.

지척거리에서 파도 부서지며 들려주던 해조음에 취해 하염없이 앉아있던 바닷가까지 

그윽한 범종소리 풍경소리 들려와 심신 힐링이 절로 되던 그곳.

습관으로 박혀버린 예각진 시선 다스리고자 오솔길 걸어걸어 호젓하게 찾아가곤 했던 절이었다.

허나 이젠 아쉽지만 뭇 관광객들에게나 자리 물려주고 기억에서 영영 떠나보내기로 했다.

그래도 웃으며 안녕! 용궁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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