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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자락에 가을비
11/30/2018 11:30
조회  449   |  추천   7   |  스크랩   0
IP 14.xx.xx.211



지난달엔 소백산 들었다가 가을비에 이틀을 하릴없이 묶였었소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바로 전날 날씨가 맑아 단양팔경의 하나인 도담삼봉에서 맘껏 물빛에 취할 수 있었다오.

고수동굴은 시간상 쫒길 거 같아 제쳐두고 곧장 단양읍내로 직행했소. 

너른 강을 끼고있는 자그마한 단양읍 시가지는 구석구석 정성스레 다듬어져 있었소. 

산간지역다이 밤, 버섯을 파는 행상 옆에는 갖은 약재와 약초다발을 진열한 가게도 있어 깊은 산골짜기 내음이 배어나더이다.

읍내 죽령천 가로따라 잘 가꿔진 벚나무는 막 단풍으로 단장할 채비를 하는 중이더이다.

강 건너 공중엔 패러글라이딩 즐기는 팀이 꽤 여럿 떠있었소이다.

우리는 인기상품인 유람선 뱃놀이 대신 남한강변 암벽따라 끝모르게 이어진 단양잔도를 느릿느릿 걸었다오.

곳곳에 '느림보 강물길'이란 명패가 붙어있어 평소의 빠른 걸음을 늦추지 않을 수 없게 되더이다. 

시퍼러이 흐르는 도도한 강물 내려다보며 한 시간 가까이 걸었으니 아쉬운대로 걷기운동했다고 쳐줄만 합디다.

소읍이지만 단양엔 여러 볼거리 즐길거리가 다채로이 마련돼 있었고 계절따라 축제도 열려 오월엔 소백산 철쭉제, 

칠월엔 단양 마늘축제, 축제의 달 시월엔 온달 문화축제와 감골 단풍축제가 쌍둥이로 열리더이다.

아, 단양에서 빠뜨릴 수 없는 명물은 단연 '단양 막걸리'로 그 맛! 진가는 일단 한번 마셔봐야 안다오.    

단양 특산물이라며 내세우는 송이버섯, 오미자 등등 그러나 뭐니뭐니해싸도 최고는 막걸리 아닌가 싶다오.

미리 소문을 들었기에 시음으로 맛 검증도 해볼 겸 술꾼이나 되는 것처럼 댓병으로 한병 사들고 온 막걸리외다.   

텐트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들으며 일어난 아침, 추적추적 가을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야외활동도 접어야하니 

그야말로 술 마시기 딱 좋은 일진 아니겠소. 

해물파전은 없으나 뭐 하긴 격식 차릴 거 없는 막걸리에 안주란 게 별도로 있습디까.

따끈하게 높여둔 전기장판 깔고 앉아 버너에 꼬치어묵 올려놓고 술대접 휘휘 저어 한 잔 또 한 잔, 심신이 다 훈훈해집디다.

초등학교 다니던 어릴적 일이었다오.

겨울철을 대비한 장작이 차떼기로 들어오는 날이라거나 집수리 공사로 인부가 와있으면 막걸리 심부름을 가야했다오. 

여식뿐인 집에서 그렇다고 중딩 언니를 술심부름 보낼 수 없으니 술도가 심부름은 막내인 제 차지였소이다.

출렁대는 술주전자를 들고 집에 오면서 골목길 꺾어들자마자 한모금 홀짝~ 주전자 꼭지에 대고 술맛을 보았다오.

시원하니 달달 새콤한 맛이 먹을 만 한데다 냄새 또한 그럴듯 합디다. 

이미 맛본 달큰한 술내가 유혹하는 바람에 집 모퉁이 돌아서기 전에 다시 두어 모금 꼴꼴깍~이땐 좀 오래 마신다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그렇게 야금야금 길들은 막걸리 맛이니 역사가 꽤 오래된 셈이라오. ㅎ

한가닥하는 한량 아버지나 체질적으로 술은 안받아서 못 자셨건만 어인 일로 충청도 처자가 술맛 운운할 정도로 변했을꼬?

세상만사 원인없는 결과가 어디 있겠소이까.

통금이 시퍼러이 살아있던 시절, 친구 좋아하고 술 좋아해 허구헌날 12시 땡! 귀가에 파출소 신세도 한두번이 아닌 요셉 덕에 

그래, 좋다 이거야! 오기로 마시기 시작한 맥주인데 실력 이제는 막상막하에 이르렀다오.  

매실주도 굿, 와인도 굿, 막걸리도 굿, 칵테일도 굿, 양주도 굿이나 쓰기만 한 소주는 여전히 못 마신다오.  

야그가 삼천포로 빠져버렸는데 술타령은 이쯤에서 끝내고 야영장으로 휑하니 돌아가려오.

국립공원이며 지자체에서 만든 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이란 이름을 단 곳이 전국 명소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어느 

곳이건 원하는 장소, 일자를 미리 예약해놨다 가면 어디나 할 거없이 전기가 들어오는 등 시설 한번 편리하게 해놨습디다.

공동 조리실, 세면대, 화장실, 샤워장까지 편의시설이 완비되어 있음은 물론 텐트 칠 자리는 목재로 만든 데크 위라서 

비가 온다손쳐도 물이 튈 염려 없거니와 직접 지면이 아니라 누기도 전혀 안 차더이다.

텐트촌 조성하며 천만다행스럽게도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고 거의가 본디 있는 그대로의 자연환경을 십분 이용, 휴양시설을 

있는듯없는듯 살몃 자연속에 들어앉게 했습디다.  

우리가 머문 소백산 자락길 야영장은 달밭골 흘러내린 골짜기 하단에 위치, 소백산 2자락길로 얼마 올라가면 비로사라는 

작은 절이 기다린다 합디다.

여기서 잠깐, 신유목민의 대열에 합세한 노장년층에서 새로이 유행하는 요즘 신풍속도를 소개하리다.

한국의 은퇴자들은 요새 자동차에 캠핑 장비 싣고 전국 각지 자연휴양림을 순례하는 낙으로 산다오.

멀쩡한 집 놔두고 자청해서 한뎃잠, 텐트 세웠다 걷었다 하며 달팽이족 생활을 하더이다.

한달에 반 이상을 아파트 비워둔채 남한 천지 돌면서 자연속에서 힐링하는데다 산에도 오르고 명승지 구경도 하며 

그렇게 매인 데 없는 유람객으로 구름처럼 바람처럼 원없이 쏘다닙디다.  

주유천하 삶에 중독이 되면 한 일주일 집에 있다가는 좀이 쑤셔서도 다음에 갈 야영장을 검색하게 된다하오. 

텐트 모양도 다양한데다 텐트에도 평수가 있어 방, 거실, 주방까지 따로 공간이 나뉘어져 있었소.

미국처럼 1인용 단순한 돔형이 아니라 외양이 거의 집 형태, 크기는 또 얼마나 큼지막한지 모른다오.

부대 장비 또한 여러 종류가 곁들이게 되니 그에 따라 우습게도 야영장에서마저 서로 비교가 돼, 경쟁심리 발동하는 못 말릴 

한국인 고유의 특징적 현상도 자주 목격되더이다.

그래도 야영장에서 새로운 또래친구 새로 만나 저녁이면 술잔 기울이며 주거니 받거니 세상 돌아가는 얘기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더러는 다음 행선지를 나누며 거기서 또 만나자 약속도 하였다오.

집 놔두고 빗속에서 노숙하며 청승도 가지가지다, 한마디 했더니 비 오는 날 텐트 안에서 듣는 빗소리가 얼마나 운치있는데... 토도톡 떨어지는 빗소리에 취한 언니는 눈 가늘게 뜨고 그러더이다.

여행은 일단 고품격이어야 한다며 콘도만 고집하던 언니도 펜션시대를 거쳐 이젠 텐트 예찬론자가 되었더라오.

야영장 텐트 창문으로 건너다 보이는 소백산 봉우리마다 운무인지 안개비인지 자욱히 가려 신선도를 방불케 하더이다.

그래, 나름 운치도 있고 낭만도 있네, 고개 끄덕였다오.  






도담삼봉, 지리산 자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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