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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첫 산행은 PCT에서
01/12/20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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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이 내려준 겨울비로 흙 촉촉히 젖었길레

뒤란 텃밭으로 나가 다시금 고랑 손질해 푸성귀 씨앗을 묻었다.

지난 초겨울에 무 배추 갓 시금치 상추, 종류도 골고루 씨뿌려 싹 이쁘게 올라왔었다.

신통한 고녀석들을 날마다 들여다보며 난(蘭)처럼 완상하던 중

겨우 떡잎 나온 채소들을 새들이 쪼아대기 시작했다. 

나락 익어가는 들판도 아니면서 각중에 휘이훠이 새 쫒는 파숫꾼이 됐다.   

그러나 역부족, 결국 동네 온갖 잡새 불러모아 샐러드 잔칫상만 차려준 꼴.

더구나 며칠 집 비웠다 돌아와보니, 아예 푸른 기운 하나도 남아있질 않았다.

비 적당히 내려 흙 부드러운 참에 채소 씨앗 다시 심고 막 허리를 펴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내일 수요산행팀 PCT 구간으로 등산가는데 가실랍니까?

동네 교회 산행 멤버의 연락에 주저없이 동참키로 결정, 수요일 아침 여덟 부케캐년에서 합류했다. 

초면인 연세 지긋하신 목사님과 악수를 나눴는데 손바닥이 억세고 거칠었다.

인자한 인상과 달리 이민살이 혹독하게 하신 분 같았다.

그분은 통 말수가 없으셨고 걸음이 빠른 편인데 한참 앞서가다가도 멈춰서 일행을 기다려주시곤 했다. 

배려란 그처럼 말없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 해서 사진찍는다고 뒤쳐지기가 미안스러 폰을 백팩에 넣어버렸다. 

앤젤레스 포레스트 안에 있는 Bouquet Canyon North 산길은 며칠 내린 비로 부드러이 흙 젖어있었다.

말끔히 공해 씻겨 대기는 더없이 상쾌했으며 뭉게구름 유유히 뜬 하늘은 푸르렀다.

춥도 덥도 않은데다 바람 잔잔해 산행 하기에는 더없이 마침맞은 날씨였다. 

지난번 건너편짝 산길 걷는 느낌도 그러했지만 동네에서 가까운 Pacific Crest Trail 구간 일부는 

마치 충청도 시골산길처럼 수더분한데다 평탄해 전혀 부담없어 좋았다. 

험한 산세도 아니며 울퉁불퉁 강퍅진 돌짝길도 아니었다.

가풀막진 비탈길 오르막 내리막 이어져 숨가쁘게 만들지도 않았다.

정상이 따로 없어 그저 산허리 감아도는 길따라 해를 등지고 유유자적 걷고 또 걸을 뿐.

산행치고는 너무도 편안해 그냥 동네 뚝방길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풍수 스님네 버들가지 앞세워 묵묵히 걸어가듯, 조붓한 길 천천히 산세 음미하며 걷노라니 절로 '이 순간에 감사'.

완만한 산자락 저 아래 호수 짙푸르고 골짜기 끝에는 농가 몇채 평화로왔다.  

세시간 가까이 걷고는 아늑한 분지에 둥지틀고 앉아 각자 마련해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시장이 반찬, 뭐든 꿀맛으로 술술 넘어갔다.

허기져 차게 식은 도시락 냉기조차 마다치 않는 게 아니라 그만큼 기온 순후하였다.   

두런두런 얘기하며 걷다보니 하산은 두시간 남짓밖에 안 걸렸다.

 어느새 스치는 나목 끝마다 새움트고 산새노래 청명했다.

겨울이 깊으면 봄도 머지 않으리, 싯귀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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