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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 소금계곡 마라스
01/10/2018 07:00
조회  1119   |  추천   19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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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쯤 전일까, 뉴저지에 살때다. 엄마 좋아할만 한 다큐라며 딸내미가 사보낸 차마고도 DVD를 화질 닳도록 수차례 보았다. 그때 경이에 차, 보고 또 본 티베트 동부 옌진에 있는 '천년 염정'은 바다에서 수천 킬로 떨어진 첩첩산중 협에 있는 소금밭이었다. 바로 옆으로는 황톳빛 강물 격렬한 기세로 소용돌이치며 힘차게 흘렀다.



소금물이 솟아나는 우물 염정, 신의 선물이라 이르는 소금물이 바위 틈에서 쉼없이 흘러나와 수십개 우물을 이룬 특이한 지역이었다. 티베트는 수천만년전 지각 대변동으로 바다가 융기한 땅으로, 해수가 지하에 소금호수로 남아 소금물을 분출한다는 것. 오지 사람들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 소금물 길어 일일이 염전으로 져날라, 소금 만드는 일 도맡은 여인네들 노랫가락은 처연했다. 소금생산은 그만큼 힘든 노역이었다.  

      


태양과 바람이 소금을 만들어준다지만 고래로부터 아낙들의 고달픈 땀방울로 만들어지는 소금이구나 싶었다. 탑처럼 외벽 높이 공궈올린 깊은 우물에서 소금물을 물통에 퍼담아 가파른 길 올라 저수조로 옮기는 일도, 염전을 일구어 다지는 일도, 소금을 거두어 들이고 창고로 옮기는 지게질도 그녀들 몫. 그 고된 염전일에 남자들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 건 전통 때문이었다. 대신 남자들은 야크를 돌보고 땔감을 해오거나 험준한 차마고도 장사길에 나선다 했다. 



그와 흡사한 풍경이 지구 반대쪽 안데스 협곡에서도 펼쳐진다는 기사를 읽자, 마추픽추도 볼 겸 겸사겸사 꼭 찾아가 보고 싶었다. 감사하게도 의외로 빨리 기회는 왔고 페루여행을 하며, 대략 1천 5백년전부터 있었다는 염전 앞에 섰다. 산자락 휘감아 도는 절벽위에 아슬하게 난 비포장도로 한참 달려와서였다. 마라스의 V자형 협곡에 있는 살리나스 염전 방문은 쿠스코에서의 이틀째 일정에 들어있었다. 그날도 하늘은 잔뜩 흐려있었다. 우기라 비가 잦은 까닭에, 소금 결정체들로 흰눈 내린듯 새하얀 모자익 판같은 염전풍경은 만날 수 없었다. 건기에 찍은 사진과는 달랐으나 그럼에도 감탄을 자아내게 할만큼 장관인 정경이었다.  

  






안데스 고산준봉 아래 붉은 황토 드러난 산중턱, 아주 작고 좁은 골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에 염분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아득한 고대, 바닷속이었다가 융기해 안데스산맥을 이루자 당시 파묻혀 압축된 바닷물이 암염으로 굳어졌다. 만년설에 암염 녹아 쉴새없이 흘러내린지도 수천년. 양쪽 다 내력이 꼭 같다. 다르다면 티베트는 염정에서 물을 퍼오지만 마라스는 가느다란 봇도랑을 타고 쉼없이 소금물이 흐른다는 것. 물꼬를 조절해 각자 염전으로 물 흘러들게 했으니 품은 티베트보다 덜 들겠다. 염전을 만드는 일은 몰라도 염질을 하는 건 이곳 역시 아낙들이었다. 한국 시골의 다랑논처럼 언덕받이에 층층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염전. Salt Flat는 현재 천오백 개가 넘으며 각기 주민들 소유라 하나, 소금 출고가가 낮아 겨우 생활하는 정도. 재주는 곰이 넘지만 실제론 왕서방 주머니나 채워주는가보다.



염전 가까이로 내려갔다. 황토길에 소금꽃이 허옇게 피었다, 옆에 흐르는 맑은 개울물이 바로 소금물이었다. 손가락으로 냇물을 찍어 살짝 맛봤는데 심히 짜진 않고 짭조름할 정도였다. 간수가 나오지 않는 소금이라더니 과연 쓴맛이 안 든다. 다시 온길 뒤돌아 물길 시발점으로 따라가봤다. 예사로운 산기슭 흙사이 작은 골에서 물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물길 흐른지 수천년, 소금이 함유된 그 물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잉카 이전 시대부터라 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전통방식 그대로 물을 가둬 햇빛으로 수분을 증발시키고 응고된 소금결정을 채취하는 과정은 한결같다. 이곳 염전 한 칸을 콰르토(cuarto)라 하는데 스페인 통치 시절 대부분 콰르토는 스페인인 소유로 콰르토 수효가 당시 부의 척도일 정도. 하긴 널리 알려진대로 로마 초기 군인 봉급이 소금이었다니 예로부터 귀한 가치를 지닌  금이었던가.  



저 아래 염전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온 아낙이 소금을 퍼담고 있었다. 한옆의 아낙은 비로 무너져내린 황토 둑방을 덤덤히 손질했다. 구경하고 떠나가는 관광객과 달리 그들에게 염전은 단지 고단한 일상이었다. 헌데 아무리봐도 볼수록 희한했다. 몽골리안 검붉은 얼굴에 윤기나는 검은 머리결까지 티베트와 마라스 여인들은 신기하게도 친 동기처럼 닮았다. 탐스러이 긴 모발 양갈래로 쫑쫑 따내린 모양새며 거칠고 투박한 손도 판박이다. 서로 바다건너 외떨어져 사는 생면부지의 남인데 말이다. 순박한듯 양순한듯하면서도 표정 단호해 흡사 남정네 같아, 여인이되 중성느낌마저 드는 아낙들. 숙업인양 생활의 짐 거침없이 짊어진 강인한 의지 느껴지는 눈빛과 입매 뜯어볼수록 다부졌다. 소금간으로 절여져서인가. 에 임하는 자세 누구보다 옹골차고 강단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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