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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과 수다
07/21/20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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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 장을 달였다.

펄펄 끓어가며 졸여지는 간장이 조청 빛깔을 내는데다 엿 고을 때처럼 단내가 났다. 

온마당에 떠다니는 달달한 내음이 좋아 코를 벌름거렸다.

꽃향기나 향수만 향을 풍기는 게 아니라 커피향, 빵굽는 내음이 좋듯 장 달이는 단내도 향그럽다.

내 솜씨지만 이 정도라면 수준급이다. 얼마든지 자화자찬해도 흉될 것 없는 장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착각조차 든다. ^^ 

원재료인 메주가 덜 뜨거나 속이 곯았다면 장을 달일때 냄새가 꼬릿하니 상한 젓갈내를 풍긴다.

차마 퍼뜨릴 수 없는 고약한 냄새라, 더구나 미국동네에서라면 역겨운 악취로 고발당할지도 모를 일.

헌데 장 달이는 내음이 이리 달다는 것은 틀림없이 장맛도 달다는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말 많은 집 장맛 쓰다, 란 속담이 무색해진다. 다행이다.

    

한인구경이 쉽지않은 미국 깡촌에 살다보니 주위에 대화상대가 거의 없다. 

교민 2세나 이민와서 정규교육 받고 미국직장에 다닌 사람은 영어가 매끄럽다. 그외의 대부분 이민 1세들은 영어가 신통찮다.

나를 비롯, 버벅대는 영어 아닌 자유로이 구사되는 한국말을 못해 몸살이 날 정도로 말에 고픈 한인들이 허다하다. 

일요일날 교회에 가서도 틈만 나면 수다다. 하다못해 한인마트에서 만난 낯선이와도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같은 언어를 쓴다는 공통점만으로도 주제는 일상사에서부터 경험담 등등까지, 공감대를 이루며 무진 확대될 수가 있다.

우리 모두는 사회관계망 안에서 살아간다. 그속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쌍방향 소통이 자재롭기를 무의식중에 바랐었다는 반증일까. 그래서인지 블로그에서 주거니 받거니 오가는 댓글은 반갑고 고맙고 나아가 흥을 더해준다. 윤활류 역할도 해준다.


젊어 한때는 나 스스로, 말을 분위기따라 조리있게 잘 한다면 굳이 글 따위 쓰지 않았을 거라고도 했다.

점잖거나 얌전해서가 아니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데다 말주변이 없어 주로 듣는 역을 도맡았다.

그렇게 과묵하던 사람이 언제부터인지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줄줄, 말수 많아지며 다변가가 됐다. 

심리학자에 따르면 말 많은 사람은 이기적이거나 자아가 약한 사람 또는 를 앞세우는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라 분류한다.

혹자는 열등감, 자격지심, 외로움, 불안감, 관심이나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수다꾼을 만든다고도 한다.

그러나 따지고보면 누군들 이런 인간의 본질적 약점에서 자유로울 것인가. 


조물주께서 귀는 두개에 입은 하나만 주신 것은 말은 적게하고 경청은 배로 하라는 뜻이랬다. 곧 말을 아끼라는 소리다.

말은 할수록 거칠어지고 가루는 칠수록 고와진다는 격언도 있다. 실제 말 많아서 득될 거라고는 별로 없다. 허물과 실수가 쉬이 드러날뿐더러 체신머리만 떨어져 가치까지 괜히 낮아진다.  

쓸데없는 말은 소음일 뿐이라며 침묵은 금이라 가르쳐왔다. 그처럼 누구를 막론하고 말 많은 사람치고 쓸 말 적은 법이다.

말이 많다보면 하나마나한 빤한 말, 알맹이 없는 말, 공허한 말도 섞인다. 쓸데없는 말, 허접스런 말, 진정성없는 말, 질없는 말도 쏟아놓게 된다. 당사자 모를뿐, 수다꾼을 기피하려 거리를 두게되고 개인적 호감도도 당연히 떨어질 밖에 없다. 

그래도 계속 중언부언, 남들이 수다스럽다고 여기건말건이다. 이 나이에 구애받을 게 뭐냐는 뱃장으로 나는 떠들고 싶은만큼 수다 실컷 떨다 언젠가 지치고 싫증나면 그만둘 참다.  


속엣것을 풀어놓는다는데 있어 표현수단이 언어이건 문자이건 둘 다 거기서 거기, 자아표현이란 점에서 대동소이하겠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욕구를 표출하고자 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고 싶어 한다. 

어쩌면 말이 많은 사람은 자기 표현력이 강하기도 하지만, 계산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단순체질에 해당될지 모른다. 

반면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 말을 품고만 사는 사람 의중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무섭다.

보통은 가슴속에서 오래 궁글려온 상념들 기회만 닿으면 마그마처럼 터져나오려 하기 마련이

따라서 나도 분출욕구를 헐겁게 풀어놓기만 하면 당장에 수다꾼이 되버리고 만다. 

흉금 가득차서 넘쳐나려 하데야 쓰지않고는 못견딜 노릇이라 걸핏하면 써제낀다. 다작이, 글의 남발이 결코 자랑일 수 없다. 

편편마다 신중을 기하고 퇴고를 거듭해 조심스럽게 내놓아야 하건만 매번 설익은 채로 마구잡이 방류식이다.

 

문학지 청탁받고 쓰는 글도 아니다. 좋은 글 써야 한다는 중압감, 강박감을 느끼지않고 뭇 시선에서 자유로와 만고 편안하다. 

불로그는 익명의 사이버 세상이라 부담도 적고 별 거리낄 게 없다. 세대와 성별 구분없이 어울려 함께 딱지치기를 하건, 공기놀이를 하건, 사방치기를 하건, 줄넘기를 하건, 각자 제 맘대로 놀기 좋은 놀이터다. 속풀이, 한풀이, 기분풀이로 이보다 나은게 없을 성 싶다. 고대인이 심심하다기보다 제멋에 겨운 표현욕구에 따라 그린 화이고, 추는 춤이고, 부르는 노래 격이다. 

이 모두가 어디까지나 저 좋아서 하는 짓이다. 그야말로 술이 생겨? 떡이 나와? 명예가 따라? 그냥 재미로 할 따름이다. 

용불용설(用不用說)대로 인체 기능도 자주 쓰지 않으면 녹이 슨다. 사고력과 기억력이 퇴화하지 않도록 뇌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있으니 도랑치고 가재잡듯, 이보다 좋은 놀이가 또 있을까싶다. 그렇게 정신건강 알아서 챙기겠다는데 누가 뭐랄 것인가. 

여기에 더러 따꼼스런 훈수자도 생기고 목불인견이라는듯 빈정거리는 조롱객도 얼핏 스쳐간다. 

이런저런 제동이나 훈수, 참작은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강심장이다. 일일이 신경쓰다간 놀이맛 떫어질테니 입맛만 버릴 터.

어차피 세상은 유유상종, 끼리끼리 모인다. 놀이터 역시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다.

 

전광석화처럼 한컷으로 찰나에 승부내는 영상시대라 기나긴 글 웬만하면 수용되기 어렵다. 일단 질려버린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관심의 시선은 고맙다. 반면 시시콜콜 간섭은 노댕큐다. 아예 대놓고 긴 글 지겹다는 사람도 있다. 

피곤하고 짜증난다면 구태여 스트레스 받을 일 자초할 까닭없이 조용히 퇴장하면 끝난다. 압축과 은유로 말 줄이는 비법을 진작 터득했다면야 장광설 늘어놓을 리 없으련만 재주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잦은 포스팅에 노골적으로 못말린다며 손사레질 치는 사람도 있다. 그럴땐 내 맘이야, 어깨 한번 으쓱하고 바이~가볍게 손흔들어 준다. 포스팅 봐주십사 요청하지도 않았고 더더구나 노변잡담에 괜히 정색하고 진지하게 한말씀 평을 바라지도 않았다.

잘난체 시건방 떠는게 아니꼽고 꼴불견이면 얼른 클릭해서 제껴버릴 일이다. 도 넘는 착각이건, 분수를 모르건, 지나친 오지랖이건, 사람들은 저마다 저 잘난 멋에 사는 족속이다. 안그런가.

되도 않은 삼류철학 골 때린다 싶으면 너 잘났다, 비웃어주고 나가면 그뿐이다. 옷자락 잡아끌며 일독 부탁하지는 않을테니까.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완고하고 편벽된 이념이다. 헌데 이 점 영 못마땅히 여기는 사람도 있다. 코드 안 맞으면 아예 접속 자체를 알아서 차단해 버리는 길이 속편할 것이다. 내 밥먹고 내 시간 들여가며 싱거운 짓 할 까닭이 없다.

가족이라는 질긴 인연으로 얽혔다면 어쩔 도리 없다. 그외는 굳이 금성남 화성녀의 만남으로 찡그릴 일 만들지 말고 쿨~하게 돌아서면 그뿐이다. 오만불손 이전 표현의 자유겠다. 언젠가 우리는 죄다 가뭇없이 사라질테고 따라서 놀이판 한때 잠깐이다. 


수다떠는 동안, 달인 간장이 적당히 식었다. 새끼 손가락으로 찍어 맛본 간장은 짭조름 달달하다. 집간장만을 고집하는 지인들에게 몇병 나눠주고나니 1리터짜리 하나 남는다. 미역국이나 나물 무칠 때 사용하므로 그쯤이면 일년치 충분하다. 기분좋아 흥타령이 절로 나온다. 천안삼거리 흐으흥~능수나 버들도 흐으흥~제멋에 겨워서 휘늘어졌다며 휘휘 휘감기는 가락이 흥겹다. 


정월 장 - J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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