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이 59회 조봉암 특집
12/22/2014 02:45
조회  1454   |  추천   0   |  스크랩   0
IP 104.xx.xx.131
조봉암 특집
https://youtu.be/8hAviAx4VKA


이 여름의 피서법

                                     김이경 소설가 독서 칼람리스트

       

 아버지는 휴가 , 피서행락 같은 말은 모르고 사신다.

       텔레비존으로 우주 구경도 할 수 있는 세상에 왜 사서 고생이냐는 분이다.

       딸은 아버지의 유전자자를 갖기 마련이라나 나 역시 웬만해선 집을 떠나지 않는다.

      

부채를 부치면서, '얼음 빙한 글자로 절절 끓는 

       온돌방을 얼려버린 사명대사를 떠 올린다.

       

        


그래도 더우면 동네 산책에 나선다.

       호젓한 소나무 길을 슬금슬금 걸어 내려가 칠옆수와 느티나무가 어우러진 

       공원으로 들어선다.

       그늘진 벤치에서 늙은 연인들이 삶은 달걀을 까먹고 낮술에 취한 노숙자가 코를 곤다.

       



건너편 풀밭에선 노인들이 구경꾼이 더 많은 화투판을 벌이고 있다.

        왁자한 웃음소리가 멀어질즈음서대문형무소의 낡은 벽돌담이 나타난다.

       지금은 박물관이 되어 구색만 남은 담벼락이지만 녹이 슨 듯 군데군데 붉은 빛을 띤

       담장 풍경은 과거의 악명을 떠올리게한다.


       1908년 문을 연 뒤 여러차례 증축을 거듭하며 독립과 민주화에 앞장선 이들을 잡아 가둔

      


형무소 앞에서 체험학습을 온 아이들이 깔깔대고있다.

       차가운 감옥의 냉기벽에 걸린 일본도의 선영한 핏자국발밑이 쑥 꺼지는 교수대를

       겪은 뒤에는 잠시 잊힐 웃음이다.

       높은 담장이 끝 니고 초록색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산책의 마지막 코스다.

      

아무리 더운 날도 이 근처만 가면 몸이 식는다.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형무소의 을씨년스런 풍경 때문이다.

       사각의 붉은 벽돌담 앞에 '통곡의 나무'로 불리는 미루나무가 홀로 우뚝하다.

       

그 아래숱한 사형수들이 마지막 숨을 토했던 교수대가 있다.

       오라에 묶여 남의 손에 죽는 죽음이다죽을 죄를 지은 자에게도 참혹한 죽음인데 하물며

       억울한 죄를 쓰고 죽은 사람임에랴.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1959 731일 오전 1050분 한사내가 미루나무를 향해 걸어갔다.

       수번 2310.

       대법원의 재심청구가 기각되자 바로 다음날 아침 사형 집행을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불시에 닥친 죽음에도 2310번은 담담했다.

       그는 입회한 목사에게 누가복음 23 22절을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사람이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나는 그에게서 죽일 죄를 찾지 못하였나니

       때려서 놓으리라 하자그들이 큰 소리로 재촉하여 십자가에 못 박기를 구하니

       그들의 소리가 이긴지라."

       113시간이 멈췄다.

       


일제 감옥에서 손톱을 뽑히고 손가락 마저 잃었지만 목숨은 잃지 않았던

            그가 해방된  조국에서 간첩이 되여 죽었다.

       죽기 3년 전 대통령 선거 때 그는 평화통일을 내걸고 216만여 표를 얻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 평화통일에 유죄를 선고했다.

       9개월뒤 그를 죽인 이승만 정권은 무너졌고죄목이였던 평화통일은

       이 나라의 국시가 되였다

      


 "승자가 패자에게 죽음을 당하는 건 흔한 일이다.

       다만 내 죽음이 헛되지 않고 이 나라 민주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라고 유언했던 그 남자 조봉암 선생 이 죽어서야 나왔던 형무소를 바라본다.

       형무소는 박물관으로 바뀔 수 있으나 한번 죽은 죽음은 다시 살릴 수가  없다.

      


삶과 죽음이 그렇게 무겁다그 무거움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그 무거움을 너무 빨리 잊은 세상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더위를 피해 달아날 것도 없이 여기 이땅이 온통 추운데,

        피서도 소용없는 여름이 길기도 길다.

       오후 5:07 2009-08-08      ,     소설가 독서 칼럼니스트 김이경

 





이 블로그의 인기글
ksugmac
ksugmac(Ksugmac)
California 블로거

Blog Open 12.11.2009

전체     723733
오늘방문     46
오늘댓글     0
오늘 스크랩     0
친구     2 명
  달력
 

이제이 59회 조봉암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