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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유럽 산책
05/26/20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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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은 유용한 정보를 주는 여행 책은 아니다. 낭만적인 감상을 담은 에세이 집도 아니다. 빌 브라이슨이 '유머러스한 작가'로 불리는 이유는 이 책을 읽어 보면 쉽게 동의하게 된다.


젊은 시절, 친구 ‘카츠’와 여행했던 유럽을 다시 찾아 좌충우돌하며 이어가는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든다. 굳이 처음부터 읽을 필요도 없다. 화장실에 놓아두고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어도 좋을 책이다. 식구는 많은데 화장실이 하나라면, 이 책을 들고 화장실에 가게 해서는 안된다. 책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을 확률이 높아 급한 사람은 문 밖에서 바지를 더럽힐 수도 있다.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유럽의 도시에 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소망도 들어 있다. 한 달쯤 살며 며칠씩 여유를 두고 미술관을 둘러보고, 아침에는 진한 커피와 함께 버터향이 물씬 나는 크라상을 먹고, 저녁이면 강가의 카페에 앉아 마실 줄도 모르는 와인잔을 들었다 놓았다 할 것이다.


나는 영어권인 영국, 프랑스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나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독일에서도 좋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쓰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도 가고 싶다. 아내와 딸아이를 데리고 갔으면 좋겠다. 함께 아침을 먹고 두 사람이 도보여행을 시작하면, 나는 천천히 렌터카를 몰고 다음 행선지에 가서 그들을 기다릴 것이다. 먼저 동네를 돌아보고 오후에 그들이 도착하면 내가 미리 보아 둔 곳으로 안내를 할 것이다. 여행은 이렇게 상상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


빌 브라이슨이 돌아본 유럽은 이런 나의 환상에 현실감을 더해 주었다. 아름다운 자연, 거대하고 웅장한 건축물, 맛있는 음식, 넘쳐나는 예술작품이 있는가 하면, 바가지요금, 불필요한 관료주의, 비능률적인 시스템, 무례하고 건방진 종업원, 무능한 공무원 등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유럽도 내가 살아본 어느 사회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모양이다.


여행은 삶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결국은 살아가는 태도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빌 브라이슨은 여행 중에 벌어지는 크고 작은 소동과 문제들을 유머로 대한다. 이미 벌어진 사태에 연연하지 않고 다음을 생각한다. 어제 일은 잊어버리고, 오늘을 새로운 하루로 시작한다. 그래서 그의 여행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부나, 덥고 힘들어도 즐거운 여행이 된다.


그가 쓴 다른 여행기도 찾아볼 작정이다. 그의 여행기는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고, 에피소드나 감상을 적은 책이 아니다. 그의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살아 있어, 마치 책을 읽는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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