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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03/10/202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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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주문한 책들은 한 달 하루 만에 도착했다. 하지만  2월에는 29일이 있었으니, 정확하게 30일 만에 도착한 셈이다.


먼저 하루키의 책을 집어 들었다.


하루키의 소설은 내 안에 숨어있는 17살의 나를 깨우곤 한다. 그의 소설은 다소 몽환적이다. 꿈인 듯 하지만 꿈이 아니고, 현실은 더더욱 아니다. 한때 무척 외롭고 힘든 시절이 있었다. 그 무렵 나는 아주 생생한 꿈을 꾸곤 했었다. 너무 생생해서 잠에서 깨고 나면 내가 현실의 세계를 떠나 꿈의 세계로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그때는 내가 속한 현실보다는 꿈이 더 좋았다. 그 꿈 안에 계속 머물고 싶었다. 하루키의 책은 나를 그런 꿈의 세계로 인도하곤 한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연애소설이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두 딸을 둔 가장이 바람을 피운 이야기다. 엇갈린 운명의 연인들이 겪는 슬픈 사랑 이야기다.


주인공 ‘하지메’에게는 세명의 여인이 있다. 초등학교 때 만난 ‘시마모토,’ 고등학교 때 사귀던 ‘이즈미,’ 그리고 아내 ‘유키코.’


다리를 절던 시마모토는 누구와 어디서 무얼 하며 사는지, 이즈미는 어떻게 되었는지, 유키코는 왜 하지메를 만나기 전에 자살을 하려 했었는지에 대해 책은 말해 주지 않는다. 누구나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약간의 비밀과 상처를 안고 산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린 시절 하지메는 시마모토와 함께 레코드를 듣곤 했었다. 둘은 그렇게 사귀었던 것이다. 내게도 음악을 함께 듣던 소녀가 있었다. 그녀가 사 온 레코드를 함께 듣고, 그녀가 돌아간 후에도 그 판을 들으며 그녀를 생각하곤 했었다.


난 운명을 믿는다. 갈래길에서 내가 왼쪽 길을 택한 것은, 그다음 갈래길에서 가운데 길로 나온 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지만 결국은 운명이 이끄는 대로 나왔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 어차피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도 운명은 내게 이 정도의 고난과 보상을 주었을 것이다. 내가 정할 수 있는 일은 운명을 대하는 나의 태도 정도다.


하루키의 소설은 60대 노인의 몸에 갇혀버린 17세의 나의 영혼을 잠시나마 풀어준다. 그래서 난 하루키의 책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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