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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가족 모임
02/19/201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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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은 소비가 미덕인 사회다. 미국인들에게 1월 1일은 별 의미가 없다. 12월 31일 뉴욕시 타임스퀘어의 새해 카운트다운으로 새해가 시작되면, 2월에는 첫째 일요일에 벌어지는 미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미식축구 결승전 수퍼보울과 14일 발렌타인스 데이, 4월 부활절, 5월 어머니 날, 6월 아버지 날, 여름휴가철의 시작을 알리는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여름의 끝이며 가을학기의 시작을 알리는 9월 초 노동절, 10월 말 할로윈, 11월 추수감사절, 그리고 12월 크리스마스로 일 년을 마감한다.


이런 날들이 다가오면 쇼핑몰은 그 날에 어울리는 장식을 하고, 세일을 하며, 사람들은 카드와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미국에 온 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어머니날과 아버지 날 (미국에는 어머니 날과 아버지 날이 따로 있다), 부모님의 생신, 설, 추수감사절,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가족이 모였다. 동생들이 직장에 다니기 전에는 주로 우리 집에서 모였고 간혹 식당에 가더라도 비용은 내가 부담했다. 남동생과 여동생이 결혼을 한 후에는 돌아가며 가족 모임을 했다. 


그러다가 여동생이 동부와 한국으로 이사를 가고 남동생이 혼자된 후, 한동안 우리 집에서 모이게 되었다. 세 들어 살던 집에 오븐이 고장이 나며 음식 장만에 어려움이 생겼다. 추수감사절에는 미리 준비된 터키와 곁들일 음식들을 마켓에서 사다가 오븐에 데워먹곤 했었는데, 더 이상 데울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두 번인가 마켓 주방의 마음씨 좋아 보이는 미국 아줌마에게 부탁을 해서 추가 요금을 내고 데워달라고 해서 먹었다. 그다음에 가니 이제 더 이상 데워줄 수가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크리스마스에 콘비프를 냄비에 끓여 먹었다. 콘비프는 아일랜드 사람들의 축제인 3월 17일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에 녹색 옷을 입고 절인 고기를 양배추와 감자 등을 넣고 삶아 맥주와 함께 먹는 음식이다.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에는 터키와 햄, 또는 프라임 립을 먹는다. 


부모님이 살아 계시는 동안에는 우리들에게는 따로 어머니 날과 아버지 날은 없었다. 늘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한 날이었다. 


작은 아버지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지만 작은엄마와 이혼한 후 사이가 좋지 않아 왕래가 없다. 아버지는 명절이 되면 작은 아버지도 불러 함께 식사하는 것을 좋아하셨으며, 우리들이 작은 아버지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해 드리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셨다.


혼자 지내는 나를 안타깝게 생각하시는 어머니에게 늘 좋은 여자를 만나 생신상을 차려 드린다고 했었는데, 아내가 미국에 오던 첫해에 집에서 생신을 해 드렸다.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아버지는 가족 행사가 있는 날이면 손자들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아놓고 말씀하시기를 좋아하셨다. 덕담보다는 듣기 거북해하는 이야기를 해서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많았다.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시는 말씀이지만 아버지 식으로 생각하시고 부족한 점만 골라 지적하니 듣기 싫은 소리가 되곤 했다. 


부모님이 안 계신 지금, 이제 내가 어른의 자리에 있다. 가급적이면 형제나 아이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어느 책에 보니 나이 든 사람이 말이 많아지는 것은 한평생 배우고 익힌 것들을 후손들에게 가르치려는 본능적인 일이라고 한다. 60년 살아보니 인생은 스스로 경험해 보아야지 누가 가르친다고 배워지지는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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