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on
동쪽구름(kodon)
California 블로거

Blog Open 05.20.2012

전체     209447
오늘방문     26
오늘댓글     0
오늘 스크랩     0
친구     6 명
  달력
 
그때는 그랬지 (1)
07/09/2012 09:51
조회  2254   |  추천   7   |  스크랩   0
IP 206.xx.xx.22

남가주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모양이다.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더위가 이번 주에는 더욱 끓어오를 모양이다. 내가 사는 밸리는 LA 보다 10 정도 기온이 높다.

 

토요일 창문을 열어놓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래도 덥다. 벽장에 넣어 선풍기를 꺼내자니 번거롭고 마침 지난봄에 서울에서 다녀간 손님에게서 받은 손부채가 생각이 났다. 부채를 부치니 한결 시원하다.

 

문득 어린시절의 여름이 생각난다. 벌써 40여년이 지난 이야기다. 외가에는 일제시대 쓰던 철제 선풍기가 있었는데 여간해서는 켜지를 않았다. 여름이 되면 대나무를 갈라 펴서쪽으로 종이를 붙여만든 부채를 사용했다.

 

부채에는 그림과 함께 광고가 들어있었는데 맥주회사에서 나온 부채에는 수영복 차림의 여배우 사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광고도 지역에 따라 달랐던 모양이다. 안동출신인 아내는 농약회사 부채가 생각난다고 한다.

 

부채는 땀을 식힐 때만 쓰는 것이 아니라 밥상 앞에서는 파리를 쫓고 군불을 때거나 꺼진 연탄을 피울 때는 풍구 대신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여인네들은 웃을 부채로 살짝 입가를 가리고 웃었고 점잖을 빼는 노인들은 모시옷을 입고 동양화가 그려진 손부채를 들고 다녔다.

 

기온이 높아도 그늘에 들어가면 땀을 식힐 있는 남가주와 달리 한국의 찜통 더위는 밤이 되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럴 우리들의 땀을 식혀주던 음료는 단연 수박 화채다. 해질 무렵 하루 일을 마친 가장이 손에는 얼음 다른 손에는 수박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못을 대고 망치로 두드려 얼음을 깨고 수박을 잘라 넣고 물과 사카린을 타면 시원한 수박 화채가 된다. 평소에 집과 친분이 있는 이웃 아이들은 기웃거리다가 대접 화채물을 얻어 마시기도 했다.

 

가로등 아래 뛰어 놀던 아이들이 하나 둘씩 앞에 펼쳐 놓은 평상 위에 잠이 들고 어른들은 부채로 모기를 쫓으며 밤늦도록 두런두런 힘든 삶의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그때는 나도 어렸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모른다.)

 

다시는 없는 시절의 여름이 그리워진다.

이 블로그의 인기글

그때는 그랬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