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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일상
04/02/20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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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45 분,  평소 같으면 9가 길을 달려 사무실로 향할 시간이지만 오늘은 다르다. LA 교육구가 마련한 집 근처 급식소에 와 있다. 내 앞에 먼저 온 차가 두대 있다. 시 교통 안내원이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 학교 앞에 임시로 마련한 텐트 앞에 차를 세우니 봉사자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Thanks for coming.”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원을 묻는다. 학생 두 명, 성인 두 명이라고 하니 음식이 든 봉투 네 개를 준다. 집에 와서 펼치니, 아침으로 커피 케잌, 점심으로는 터키 샌드위치, 오렌지와 사과가 하나 씩, 간식용 과자도 하나 들어있고, 우유가 두 팩 들어 있다. 한 사람이 두 끼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지난주 처음 갈 때는 혹시 신분과 재학생 여부를 확인하는가 싶어 조카아이들 성적표를 가지고 갔었다. 확인 없이 인원만 묻고 그냥 내어 주었다. 조카에게 물어보니 평소 학교 점심은 더운 음식이 나왔다고 한다. 비상시에 찬밥 더운밥 가릴 수 없다. 이렇게나마 아이들을 위하여 급식을 해 주니 다행이다.


아내는 그것도 바이러스 노출인데 뭣하러 가느냐고 핀잔을 준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렇게라도 소비를 해야 평소 학교 급식에 물건을 대던 사람도 사업을 이어 갈 것이며, 학교 카페테리아 직원들도 다만 몇 시간이라도 나와서 일을 하고 월급은 받을 것 아닌가. 소비되는 음식이 줄어들면 급식소도 통폐합을 해 꼭 필요한 사람도 음식을 못 가져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월, 수, 금, 세 번만 가기로 했다.


학교가 곧 휴교를 한다는 소문이 나돌 무렵, 아내는 매일 아침 마스크와 휴지를 찾아 집 근처 코스트코, 타켓, 약국, 마켓 등을 돌았던 모양이다. 그때는 이미 동이 나고 없을 때라 결국 사지 못했다. 휴지는 인심 좋은 교우가 한 박스를 주어 해결을 했고, 음식은 이렇게 저렇게 비축해 놓은 것이 있어 한동안 버틸만하다.


회사의 우리 부서는 재택근무가 가능해 주지사의 자택 격리 명령 이후 모두 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루 한 번씩 이-메일이나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주말에는 인터넷으로 미사에 참여했고, 가족들과는 화상통화로 안부를 묻는다. 조카들은 인터넷으로 선생님과 연락을 하고 과제물을 받아 작성해서 제출한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돈다. 아침과 점심 식사 후 설거지는 그놈들이 한다.


TV를 켜면 온통 코로나 바이러스 이야기뿐이라, TV 시청 시간은 줄였다. 대신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본다. 며칠 전에는 ‘러브 스토리’를 보았다. 50년이나 된 영화다. 사두고 읽지 않아 먼지만 쌓여가던 책들도 하나씩 꺼내서 읽는다.


모두들 너무 바쁘게 살았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애를 쓰느라,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어쩌면 코로나는 우리에게 한숨 고르며 가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내 나이 65세, 코로나 위험군에 속한다. 사망자들은 평균 8일을 살다 죽었다고 한다. 내게 8일이 주어진다면, 과연 나는 그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더 빨리, 더 높이, 더 많이 갖고자 애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급식을 건네준 봉사자가 인사를 한다. “See you tomorrow.” (내일 봐요.) 우리 모두에게 안전한 내일이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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