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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출산하던 날
03/07/20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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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아기를 낳았다. 아침에 병원에 간다는 소식을 들었고, 오후에는 사위와 함께 병실에서 찍은 웃는 모습의 사진까지 보내왔다. 그동안 여러 명의 손주들이 태어났지만, 병원에 간다고 소식을 주고, 사진까지 보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마트폰에 아기 사진이 뜨면, 그제사 “아, 아기가 나왔구나” 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자꾸 마음이 갔다. 저녁까지 아기가 나오지 않았다. 유도분만을 하게 된다며 아마도 밤에 아기를 낳을 것 같다고 했다. 자고 일어나면 손녀의 사진을 볼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전화기를 열어보았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가 싶어 메시지를 보내니 한참만에 답이 왔다. 아기가 나오지 않아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또 몇 시간 동안 아무 연락이 없다. 이런저런 생각과 만감이 교차한다. 남의 딸이 (며느리) 아기를 낳을 때는 남들도 다 낳는 아이를 낳는 일이니 무슨 대수인가 하더니 내 딸이 아기를 낳는다고 하니 이토록 애절하단 말인가. 문득 그동안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최근에 북가주에서 아기를 낳았던 막내며느리는 난산을 겪어 무척 고생을 했다고 한다. 나중에 전해 들으니 아들아이는 혹시나 이러다가 아내가 잘못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복도에 나가 혼자 울었다고 한다. 아기 사진에도 난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치 3회전 시합을 끝낸 권투선수처럼 얼굴이 붓고 멍이 들어 있었다.


(막내아들의 아기 유진이다.)


(이렇게 예쁘게 크고 있다.)


한참 후에 아기를 아기를 팔에 안은 딸의 사진이 왔다. 아기보다는 딸에게 먼저 눈이 간다. 팔이며 얼굴이 많이 부어있다. 새삼 세상의 어머니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어느 누구 하나 이런 희생 없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 있겠는가.


(딸이 낳은 아기 하린이다.)


다음날 저녁밥을 사 가지고 병원으로 갔다. 오늘에서야 요도 카테터를 떼었다고 한다. 몸은 만진창인데, 뭐가 좋은지 웃고 있다. 아기를 보려면 손을 씻으라고 한다. 큰 아들이 아기를 낳았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도 병원에 가니 먼저 손을 씻으라고 했는데, 속으로는 유별나다고 생각했었다. 이번에는 내가 나서서 같이 간 조카들에게 어서 손을 씻으라고 했다.


사위가 아기를 안아보라고 건네준다. 어제 태어난 아기답지 않게 이목구비가 또렷한 것이 여간 예쁘지 않다. 

잠깐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1시간 15분이란 시간이 흘렀다. 조카딸이 숙제가 많다며 그만 가자고 조르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더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동안은 낳은 손주들의 영어 이름은 아들과 며느리가, 한국 이름은 내가 지어주었다. 외손녀의 이름은 사돈이 지었다. “하린”이다. 예쁜 이름이다.


난생처음 부모가 된 딸과 사위는 당분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힘든 날들을 보내게 될 것이다. 할아버지가 좋은 점은 예쁘면 안아주고, 울면 제 부모에게 건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느 때보다 손녀가 예쁘게 느껴지는 걸 보니,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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