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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의 젠트리피케이션
09/19/20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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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시장경제를 오랫동안 지지해 왔다. 월마트 같은 대형업체의 등장도 반겼다. 주머니가 가벼웠던 내게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는 이런 대형마트의 등장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80년대에 내가 즐겨 다니던 업소의 대부분이 통폐합으로 없어졌다. 이제는 남가주 어느 쇼핑몰을 가도 같은 이름의 체인점들이 들어서 있다. 이런 대형 체인점은 눈에 익은 물건과 진열, 영수증만 있으면 어디서나 교환과 반품을 할 수 있다는 편리함이 있다.

  

상가의 대형화에 처음으로 거부감을 느낀 것은 어느 날 내가 즐겨 가던 동네 빵집이 문을 닫은 후의 일이다. 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외모의 주인이 운영하는 가게였다. 그는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매일 새벽 구워서 팔았는데, 그 양이 많지 않아 주말에 늦게 가면 이미 다 팔린 빵도 있었다. 전날 팔고 남은 빵은 다음날 반 값에 팔았다. 


많이 찾지 않는 빵도 주문이 들어오면 만들어 주었고, 그런 날이면 주문량보다 조금 더 만들어 팔기도 해서 운 좋은 날이면 귀한 빵을 맛볼 수도 있었다. 그 집 빵에는 방부제가 적게 들었는지 빨리 상하는 단점이 있었다.

  

그는 유럽 사람답게 여름이면 1주일 정도 아예 가게문을 닫고 종업원들과 함께 휴가를 떠나곤 했었다.

  

제법 성업을 이루던 그의 가게가 사양길에 들어선 것은 같은 쇼핑몰에 대형 마켓이 들어오고 난 후의 일이다. 이 마켓에는 케잌과 빵을 구워 파는 제빵 코너가 있어 훨씬 싼 값에 팔고 있었다.

  

얼마 후 소문도 없이 그는 가게 문을 닫고 말았다. 그 가게가 없어지고 난 후, 나는 놀랍게도 우리 집 근처에는 빵을 구워 파는 제과점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켙의 제빵 코너는 미리 공장에서 만든 냉동반죽을 틀에 넣어 굽는다. 그나마 잘 팔리는 빵 몇 가지만 구워 판다.

  

식당 체인점의 메뉴도 미리 공장에서 만들어 냉동이나 냉장으로 들어온 것을 데워서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피타이저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렇게 대량으로 물건을 받아서 만들면 가격은 저렴할지 모르지만 질은 떨어지게 마련이며 식중독에 취약하다. 오염된 상추 때문에 ‘치폴레’ 가 한동안 곤욕을 치른 것이 좋은 예다.

  

대기업 또는 큰 손들의 입김으로 생겨나는 또 다른 현상이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을 재개발하며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고,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이다. 긍정적인 의미로는, 중하류층이 생활하는 낙후된 지역에 상류층의 유입을 통해 주거지역과 상가의 개발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돈 있는 사람들이 중하류층을 밀어내고 자신들이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원래 살던 사람들은 비싸진 주거비와 물가 때문에 결국은 더 낙후한 지역으로 자발적(?) 이동을 하게 된다.


LA 다운타운에 새로 지은 아파트의 경우 원룸의 월세가 $2,000을 훌쩍 넘는다. 우리 회사 (작은 회사이긴 하지만) 대졸자 신입의 초봉이 월 $2,500이다. 독신이라면 룸메이트가 있어야 하고, 결혼한 사람은 부부가 맞벌이를 해도 벅찬 금액이다. 

  

한때는 피부색으로 갈리던 사람들이 이제는 수입으로 갈린다. 

 

이념과 종교를 이유로 기득권을 피해 신대륙으로 이주하여 자유와 평등의 사회를 이루었던 미국이 이제 돈으로 인하여 계층 간을 가르는 시대에 이르게 되었다. 역시 역사는 반복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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