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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떡보다 맛있는 술떡
05/18/201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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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갈비도 먹고 수저를 내려놓는다. 어디 아프냐고 물으니 아내 말이 늦게 간식을 먹었다고 한다. 무얼 먹었냐고 물으니 기지떡을 왔다고 한다. 기지떡이면 내가 좋아하는 술떡이 아닌가. 먹던 밥을 물리고 떡을 달라고 해서 감추듯이 개를 먹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먹어본 기지떡이다.

 

식성이 까다로웠던 외할머니는 술떡이라고 부르던 기지떡은 소화가 된다며 좋아하셨다. 막걸리를 넣어 만든 탓에 시큼한 냄새와 맛이 나며 발효가 되었기 때문에 스위스 치즈처럼 구멍이 숭숭 나있는 떡이다.

 

50 가까이 일이니 무렵 재래시장에는 제대로 포장용기도 없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면 신문지에 둘둘말아 주고 콩나물이나 두부는 아이들이 노트종이로 만든 봉투에 담아주던 시절이다. 떡은 종이에 달라붙으니 대패로 얇게 나무로 싸서 봉투에 넣어주었다. 찐만두나 순대 등도 그렇게 팔았고 일회용 도시락은 종이에 이런 나무조각을 풀로 붙여 만들었다. 그래서 시장에서 사오는 대부분의 먹거리에는 나무향이 들어 있었다.

 

어쩌다 한번씩 할머니가 장에 다녀오시는 길에 술떡을 사오면 향긋한 나무냄새에 시큼한 막걸리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여 침이 고이게 만들었다.

 

아내가 사온 기지떡은 발효가 되었지 싶다. 떡에 구멍도 별로 없고 시큼한 맛도 하다. 아마도 미국에서 만들다 보니 막걸리를 넣어 발효시키는 과정이 힘들 수도 있다.

 

떡을 먹으며 할머니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일 주스가 귀하던 시절 감기에 걸리면 먹을 있었던 사과즙이 있다. 사과를 강판에 갈아 베수건에 싸고 양쪽에 막대를 걸어 짜듯이 짜면 원액 그대로의 사과 쥬스가 나온다.

 

할머니는 음식솜씨가 좋았다. 소고기를 집에서 저며 연탄불에 구워주던 불고기는 요즘 식당에서 먹는 전기칼로 얇게 저민 불고기와는 격이 달랐다. 적당한 육즙에 식감도 좋았다. 할머니의 찹쌀 고추장으로 끓인 고추장 찌개도 별미였다. 소고기를 조금 넣고 무우, 두부, 또는 우거지를 넣고 끓이는 고추장 찌개는 지금도 동생과 누나와 함께 우리들이 기억하는 최고의 찌개였다.

 

자타가 미식가임을 인정하는 동생은 많은 식당에 다녀보아도 아직 그런 찌개는 먹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최고의 주방장이었지만 그보다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온갖 심부름을 불평없이 들어주던 최고의 후원자였다. 외가가 있던 관훈동에 문장사라는 책가게가 있었다. 어쩌다 가게를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곳에서 책을 보게 되었다. 할머니는 글을 모르셨기 때문에 내가 쪽지에 또는 잡지 이름을 적어 주면 그걸 들고 가서 사왔다. 신문에 광고가 나와도 책방에는 아직 배달이 안된 경우도 있어 헛걸음 하는 때도 있었다. 원고지나 잉크 따위가 필요하면 기꺼이 문방구에 다녀오는 것도 할머니의 몫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리운 것은 내가 서럽게 울면 눈물과 코를 닦아주던 먹인 할머니의 무명 앞치마다. 지금도 가끔 세상사는 일이 힘들게 느껴질 때면 냄새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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