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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20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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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 (The Remains of the Day)은 달링턴 홀의 집사인 ‘스티븐스’가 한때 함께 일했던 총무 ‘켄턴’을 만나기 위해 떠난 일주일 간의 자동차 여행을 담은 장편소설이다. 이야기는 그가 여행을 하며 겪는 약간의 에피소드와 지난날의 회상으로 이루어진다.


스티븐스는 집사를 천직으로 알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는 몸담아 있던 대저택의 주인 달링턴을 절대적으로 믿으며 최선을 다해 그를 섬긴다.


평생을 집사로 살다가 나이가 들어 갈곳이 없어진 아버지에게 달링턴 홀의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 그는 늘 바쁘기 때문에 아버지와 다정한 대화조차 제대로 나누지 않는다. 그 후 노쇠한 아버지가 쓰러지고 결국 죽음을 맞게 되는데, 그는 하던 일을 계속하느라 아버지의 임종도 보지 못한다.


그는 독서조차도 집사직을 더 잘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는다. 전문서적은 가끔 지식을 얻기 위해 읽고, 주로 연애소설을 읽는다. 연애소설에는 사교계에서 사용하기에 적절한 영어 표현이 많아 저택에 오는 여성들과 나누는 대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는 여성 총무 켄턴이 그에게 호감을 보이며 관심을 끌려고 하지만 그는 이 조차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주인 달링턴은 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독일에 우호적이며 히틀러 정권은 이를 이용한다. 측근이 스티븐스에게 경고를 보내지만 그는 주인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며 자기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결국 달링턴은 언론의 뭇매를 맞고 말년에 외톨이가 되고 만다. 


달링턴은 스티븐스에게 유대인 직원들을 해고하라고 지시한다. 아무 이유 없이 일 잘하는 유대인 하녀 두 명을 해고하는 일은 부당하다고 항의하는 켄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들을 해고한다. 이유나 설명은 필요 없다. 주인의 뜻이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스티븐스와 같은 집사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윗사람이라도 부당한 일을 저지르면 이를 알리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 이상인 경우도 허다하다. 권력에 있을 때는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충성하는 척하다가 힘이 빠지면 금세 줄을 바꿔 서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부정과 비리는 측근에게서 새어 나온다.


달링턴의 사후에 ‘페러데이’라는 미국인이 이 저택을 사서 들어오고, 스티븐스는 새 주인 아래서 집사직을 이어간다. 새 주인은 농담을 좋아하고 개방적인 미국인의 모습을 보인다.


켄턴에게서 온 편지에서 결혼생활이 행복지 않으며 달링턴 홀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흔적을 발견한 스티븐스는 휴가를 얻어 그녀를 찾아가기로 한다. 그녀를 불행한 결혼 생활에서 구하여 예전처럼 한 집에서 일하고자 하는 그의 열망을 엿볼 수 있다. 


셋째 날 포드 자동차의 기름이 떨어져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테일러 부부의 호의로 그 집에서 하루를 묵게 되는데, 이때 스티븐스에게도 약간의 허세가 있음을 보게 된다. 잘 차려있은 그를 귀족으로 알고 찾아오는 이웃사람들에게 그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 사람들이 당대 유명 정치인들의 이름을 대며 그들을 만나보았느냐고 하면 그렇다고 하고, 국내 정치보다는 국제정세 쪽에 더 관심이 많다는 허풍도 떤다. 달링턴 홀에는 많은 유명인과 정치인이 드나들었으므로 그는 그들을 만나기도 했고, 말을 나눈 적도 있기는 하다.


여섯째 날 그는 켄턴을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결혼 초기에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으며 세 번이나 집을 나갔던 적이 있음을 고백한다. 그와 함께했을 수도 있는 삶을 상상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남편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곳이 자기가 있을 곳이라고 말한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끝부분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나는 그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실수를 후회하고 용서를 구하며 그녀의 손을 잡아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항상 그래 왔듯이 벌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며 이제  돌아가서 새로운 주인에게 적응하고 맞추어 살아갈 결심을 한다. 


오늘은 지난날 우리가 내렸던 또는 우유부단하게 피했던 결정의 결과이며 싫든 좋든 살아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날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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