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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 도용
04/28/202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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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시작한 칩거가 5주째다. 나름 하루 일과가 정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에 가서 벤티 사이즈 커피와 뜨거운 물을 사서 준비해 간 보온병에 담는다. 아내와 내가 오늘 하루 마실 커피다. 스타벅스 커피는 우리 입맛에는 다소 쓴데, 같은 양의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면 딱 입에 맞는 커피가 된다. 집에 가는 길에 LA 교육구 급식소에 가서 하루치 급식을 받아서 온다.


아침을 먹고 인터넷으로 연결해서 일을 좀 하다가, 신문을 본다. 오후 2시에 마감을 하고 나면 회사 일은 대충 끝이 난다. 그 후에는 침대에 누워 책을 본다. 지난 3일 동안은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소설 ‘화차’를 읽었다. 480페이지의 장편이지만 쉽게 읽히는 책이다.


부상으로 휴직을 하고 집에서 재활을 하는 주인공 ‘혼마 슌스케’라는 경찰관에게 죽은 아내의 처조카 ‘가즈야’가 찾아와 사라진 약혼녀 ‘세키네 쇼코’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설은 그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람들과 얽힌 이야기다.


거대한 자본에 잠식당한 소비 사회, 크고 작은 욕망을 좇다가 예기치 못한 비극에 휘말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혼마가 찾는 세키네가 사실은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신조 쿄고’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이야기는 가지를 쳐 나간다.


크레딧 카드 남용의 늪에 빠진 이들의 이야기가 제법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우리말에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카드빚의 무서움을 모르는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나도 그런 상황에 놓였던 적이 있다. 


카드를 하나 만들어 쓰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새로운 카드 오퍼가 날아온다. 사인만 해서 보내면 월급보다 높은 액수의 신용카드가 금방 만들어진다. 카드 사용액이 그달에 갚기에 벅차도 걱정할 것이 없다. 최저 금액만 내고 나머지는 분할로 내면 된다. 여러 카드를 계속 쓰다 보면 월급으로는 카드빚의 최저 지불액도 버거워진다. 이 카드에서 현금을 인출해 저 카드의 지불액을 정산한다. 그러다 보면 한도액이 차 버리고, 더 이상 카드를 쓸 수 없게 된다. 결국 파산선고를 하게 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된다.


남의 돈을 빌려 사업을 확장하다가 야반도주를 한 사람을 안다. 나도 이자 몇 푼 받겠다고 부모님의 돈을 그에게 맡겼다가 떼이고 말았다. 


책에서 신조는 사채업자들에게 잡혀가 윤락행위까지 강요받는다.


책은 반전을 거듭하다가 결국 혼마가 신조를 찾아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화차는 책으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영화로 더 흥행에 성공했던 모양이다.


책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들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다소 무리한 반전, 독자를 놀리듯 미스터리를 푸는 데는 별 영향도 없는 장면들이 나오기도 한다. 혼마가 입양한 아들 ‘사토루’는 초등학생답지 않은 정서와 대사를 보여주어 어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길지만 지루하지 않고, 독자의 관심을 끝까지 끌고 가는 미야베 미유키의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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