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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황(The Two Popes)
03/21/202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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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탓에 모든 극장은 문을 닫았고, 캘리포니아주에는 외출금지령까지 내린 상태다. 평소에 많이 돌아다니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갇힌 기분이다. 칩거를 시작한 지 일주일, 조금씩 ‘캐빈 피버’(cabin fever)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을 보았다. 2013년 가톨릭 역사상 약 600년 만에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현재의 교황 프란치스코의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지만 그들 사이의 대화는 픽션일 것이다.


2005년 베네딕토 16세(앤서니 홉킨스)는 콘클라베를 통해 교황직에 오른다. 교회는 더욱 보수화하고 바티칸은 각종 추문에 휩싸인다. 7년 뒤, 이런 교회의 모습에 실망한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베르고글리오(조너선 프라이스) 추기경은 수차례 바티칸에 사직서를 내지만 회신을 받지 못한다.


바티칸이 스캔들로 몸살을 앓던 시점, 베네딕토 16세는 베르고글리오를 바티칸으로 불러들여 일대일 면담을 한다. 영화는 교황직에서 물러나기로 마음먹은 베네딕토 교황과 사직서를 품에 넣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논쟁과 협상을 벌이는 과정이다.


종교영화라기보다는 신 앞에서 가장 인간적인, 두 노인의 이야기다.


베르고글리오는 축구경기에 열광하고, 휘파람으로 '댄싱퀸'을 흥얼거리기도 한다. 비행기표를 예약하려고 항공사에 전화를 걸었다가 (교황의) 이름을 대면 장난 전화로 오해를 받는다. 권위를 벗어던지고 대중과 함께 숨 쉬는, 소탈하고 검소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베네딕토는 교회 정통을 지키며 대중과 떨어진 은둔 생활을 한다. 그 역시 일상에서는 피아노 치기를 즐기고, TV 드라마 보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노인일 뿐이다.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지만, 영화는 밝고 경쾌하고 유머가 넘친다. 교황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도 자세히 묘사했다. 개표를 시작하면 투표용지가 붉은 실에 꿰어지고, 투표 결과에 따라 굴뚝과 난로에서 검은색, 흰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과정을 보여 준다.


베네딕토 16세를 연기한 앤서니 홉킨스의 노련한 연기가 볼만하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역의 조너선 프라이스는 정말 성직자의 모습이다.


요즘 같은 환란의 시기에 마음에 위로를 줄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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