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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03/13/2020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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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여름, 이제 글 쓰기를 그만두어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던 최은영은 마침내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로 ‘작가세계’ 신인상을 타며 작가가 되었다.


‘쇼코의 미소’에는 표제작 외에 6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쇼코’는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던 일본 소녀다. 주인공 ‘소유’의 할아버지는 그녀와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며 친해진다. 돌아가신 나의 부모님들은 일제 강점기에 청소년기를 보내신 분들이다. 


누나와 동생들은 학교에 가고, 집에 남은 나는 부모님과 함께 아침과 점심을 먹곤 했다. 두 분은 내 앞에서 하기 거북한 이야기는 일본말로 했다. 나는 자주 듣는 단어의 의미를 나중에 어머니에게 묻곤 했다. 얼마 후에는 눈치와 어머니에게 물어 알게 된 일본어 단어로 대충 대화의 내용을 알게 되었다. 그 덕에 다른 형제들에 비해 비교적 집안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게 되었다.


‘씬짜오, 씬짜오’(미안합니다 라는 의미의 베트남어)에는 주인공이 독일에서 만난 베트남 가족이 등장한다. 한국군의 양민학살로 아픈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전쟁은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낳게 마련이다. 게릴라 전에서 적과 아군을 구별하는 일은 쉽지 않다. 폭격을 하다 보면 실수 또는 의도적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게 된다. 아라크에서도 수많은 어린이와 양민이 죽거나 다쳤고, 아프간에서는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세월이 지난 후, 그 일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기는 쉬운 일이다. 친일파 문제가 그러하다. 과연 어디까지가 친일인가? 돌아가신 나의 부모님은 일제시대에 보낸 학창 시절을 그리워하셨다. 가끔 흥이 나면 일본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일본이 좋고 그리워서 그랬을까? 아니다. 그분들은 일본어 책을 보고, 일본 노래를 부르며 보냈던 지난 청춘을 그리워했을 뿐이다.


‘먼 곳에서 온 노래’에는 운동권 선배들과 사라져 가는 그들의 동아리 문화가 등장한다. 운동권은 기성세대가 되었고, 정계에도 진출하였지만, 그들은 맨주먹으로 맞서던 정권의 관행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들은 이제 기득권자가 되고 기성세대가 되었으며, 신세대는 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차피 세상사가 그런 것이다. 아랫세대는 결코 윗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며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녀의 소설에는 하나같이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미카엘라'에서는 교황이 집전하는 광화문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온 엄마가 딸에게 연락하지 않고 2박 3일을 찜질방과 세월호 집회로 전전한다. 왜 딸에게 전화 한 통 안 하는지 설명이 없다. '비밀'에는 중국에 가서 소식도 없는 손녀 '지민'이 등장한다. 그녀는 왜 중국에 갔는지, 편지도 전달되지 않는 중국에서 무얼 하는지 작가는 알려주지 않는다.  


최은영의 소설은 단편이라고는 하지만 여기저기 구멍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저런 사회문제와 개인사를 나열한 느낌이 든다. 다 읽고나도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한국 문단은 여성 작가들의 무대라고 한다. 모든 문학상을 휩쓸고 있으며, 베스트셀러 리스트는 그들의 책으로 가득하다. 30-40대가 주류를 이루는 것 같다. 아마도 소설류를 사는 독자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소설은 결국 작가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들의 경험과 관심사가 주제가 될 수밖에 없다.


60대인 나의 감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건 잘잘못의 문제는 아니다. 선호도의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 문학이 발전하려면 신변잡기나 세월호 등에 머물러서는 곤란하지 않나 싶다. 사랑과 고독,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이 들어있는 작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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