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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02/07/20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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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공상과학 (SF) 책이나 영화를 꽤 좋아했었는데, 어른이 되면서 흥미를 잃었다. 현실감이 없고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우연히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 (Never Let Me Go)를 읽고 다시금 SF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SF 소설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어 다양한 소재를 다룰 수 있고, 작가의 상상력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다.


김초엽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은 내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 ‘책으로 만나는 세상, 윤고은의 북 카페’에서 소개되었던 책이다. 작가 김초엽은 포스텍 화학과를 졸업한 과학도이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 ‘관내 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하며 등단했다.


‘관내 분실’은 죽은 사람의 뇌를 스캔하여 데이터를 저장해 두고 찾아가 만날 수 있는 도서관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다. 죽은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가 데이터가 분실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걸 다시 찾기까지의 이야기다. 어쩌면 이건 가까운 장래에 실현 가능성이 있는 기술이 아닌가 싶다. 컴퓨터에 입력해 놓은 정보를 가지고 인공지능이 상황에 맞게 죽은 사람이 했을 법한 말이나 행동을 가상현실에 재현하는 방법이다. 평소에 써 놓은 일기, 영상, 가족 친지들의 인터뷰 등이 상세하고 많을수록 좀 더 그럴듯한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아내는 수년 전 갑자기 하나뿐인 동생을 잃었다. 그녀는 늘 꿈어서라도 동생을 만나보고 싶어 한다. 이런 기술이 현실화하면 나는 기꺼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그녀가 동생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다.


우주의 크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거리를 빛이 일 년에 갈 수 있는 거리인 광년으로 계산한다. (빛은 1초에 지구를 7.5바퀴 돈다.) 우주에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수백, 수천, 수만 년을 가야 도달할 수 있는 별들 투성이다. 그러니 우리가 밤하늘에서 보는 별들은 실은 몇 달, 몇 년 전의 모습이다. 그 별은 이미 그 자리에서 없어졌을 수도 있다.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은 광속으로 운동하는 물체 주변에서 일어나는 시공간 왜곡현상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 왜곡현상은 이론으로만 존재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과학자들이 이 왜곡현상의 존재를 발견했다고 한다. 일단 발견했으면 언젠가는 이를 이용하는 방법도 찾아낼 것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는 이보다 더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이 나온다. 우주 곳곳을 가로지르는 ‘웜홀’이라는 터널을 이용하면 훨씬 빠르게 여행이 가능해진다. 사람들은 시공간을 왜곡해서 만드는 ‘워프 항법’을 중단하고, 이 터널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워프 항법’을 이용하는 노선의 우주선 운항이 중단되고, 사람들은 더 이상 그쪽 노선의 별로 갈 수 없게 된다. 길이 있어도 갈 수 없는 실향민의 이야기며, 한때는 떴다가 쇠락해 버린 ‘경리단 길’의 이야기다.


한국에는 출판시장에 비해 문학상이 많다. 많은 출판사들이 기성작가들에게 주는 문학상을 만들었다. 웬만한 작가들은 다들 서너 개씩의 상을 수상했다. 등단의 기회도 많아졌다. 매년 신문사가 주최하는 신춘문예 외에 문학잡지들이 쏟아내는 신인상, 기업이나 지역단체들이 주는 문학상도 많다.


출판사가 만든 상은 대부분 출판사가 일정기간 동안 판권을 소유한다. 상금을 주고 판권을 사는 셈이며, 상은 책을 마케팅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러는 상을 주겠다고 하면 이를 거절하는 작가들도 있다.


요즘 한국문단의 대세는 여성작가들이다. 2019년 대부분의 문학상은 여성들에게 돌아갔다. 여성들이 책을 많이 읽으니, 이들의 감성에 맞는 글을 쓰는 여성작가들의 책이 많이 팔린다는 가설도 가능하지만, 한국에서 전업작가로 살기가 쉽지 않다는 가설도 가능하다.


독서 인구는 늘지 않는데, 작가들은 계속 쏟아져 나오니, 글만 써서 밥을 먹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편집자나 출판, 기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 (대부분이 남성)이 전업작가로 남기 힘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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