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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들이 밥은 먹고사나
12/09/20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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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2.xx.xx.34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 중에 하나가 목 주변에 생기는 쥐젖이다. 50이 넘자 그 숫자가 급속히 늘어갔다. 10여 년 전에 피부과에서 제거를 했는데, 다시 생겨났다. 카이저의 주치의는 건강에는 지장이 없는 미용상의 문제니, 보험으로는 커버가 안된다며 원하면 피부과 의사를 만나 자비로 제거하라고 했다.


가끔은 가렵기도 하고, 면도를 하다가 잘못 건드리면 아프기도 해서 주치의를 바꾸며 다시 이야기를 하니 피부과로 보내 주었다. 피부과 의사는 탄산가스 레이저를 환부에 넉넉히  뿌려 주었고, 그 후 2-3주에 걸쳐 10여 개에 달하던 쥐젖은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어느 날 아침에 보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곧 떨어져 나갈 듯이 보이던 쥐젖 하나가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까맣게 타들어 가던 놈이 살색을 띠기 시작했다. 결국 살아남았다. 쥐젖도 각기 다른 운명을 타고 생겨나는 모양이다. 어떤 놈은 탄산가스 한방에 떨어져 나가고 어떤 놈은 집중포화를 받고도 살아남는다.


몇 달이 지난 지금, 목 주변에는 다시 스멀스멀 쥐젖이 싹을 틔우고 있다. 내 몸에 들어 있는 유전자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어떤 글에 보니 사람의 운명도 상당 부분이 유전자에 따라 좌우된다고 한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옛말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말이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생존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도록 미리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함부로 살고 죽기로 생겨나는 생물을 없다는 이야기다. “사람은 누구나 제 먹을 것은 갖고 태어난다”는 말이다.


추수감사절 식구들이 모였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식구들이 모이면 늘 직장과 수입에 대하여 묻곤 하셨다. 처음에는 우리들에게 묻다가, 손주들이 성인이 되자 아이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마지못해 적당히 대답은 하지만, 수입과 지출까지 세세히 묻는 것을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건 “이 놈들이 밥은 먹고사나” 하는 아버지 나름의 자식 사랑이었다.


차마 묻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을 둘러보며 머릿속으로는 그 형편을 가늠해 보는 나를 발견한다. 지내는 것을 보면 나보다는 나아 보이니 다행이다.


우람한 나무 아래에서는 새로운 나무가 싹을 티워 잘 자랄 수가 없다고 한다. 큰 나무에 가려 햇빛을 볼 수 없고 양분도 큰 뿌리에 다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무는 씨앗을 가능하면 멀리 날려 보낸다. 그리고 멀찍이 떨어져서 씨앗이 싹을 내고 자라는 것을 보며 열심히 응원한다.


자식이 잘되고 못되고는 다분히 내가 물려준 유전자에 달려 있다. “안 되면 조상 탓, 잘 되면 내 탓”이다. 능력 이상의 성공을 바라는 것은 나의 욕심일 뿐이다.


가족들이 자주 모이게 되는 연말이다. 사랑으로 시작하는 잔소리도 길어지면 상처가 될 수 있다. 다음번 가족 모임에서는 지난 일 년을 살며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위로와 평안을 나누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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