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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 마일
04/26/201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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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 허리의 통증이 너무 심해 응급실에 다녀왔다. 모르핀을 맞았는데도 아픈 것은 가라앉지 않았다. CT를 찍고 피검사를 했는데 내장 기관에는 별 이상이 없다고 한다. 아마도 근육통인 것 같다며 주치의를 보라고 한다. 2주 동안 주치의와 전문의를 둘이나 보고 엑스레이도 찍고 했지만 정확한 원인은 찾아내지 못했다.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휘어진 척추 때문에 발생한 근육통이라고 의심할 뿐이다.


가끔 장애가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장애로 인해 심한 고통을 당해 본 적은 별로 없다. 이번 기회에 육신의 한계를 경험했다. 남에게 고통을 주는 고문이나 폭행 따위는 정말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일이다. 고통은 우리의 심신을 피폐하게 만들며 비참하게 만든다.


한국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60년대 초반까지 아이들에게 소아마비가 많이 발생했다. 그래서 병명도 ‘소아마비’다. 미국에서는 30-40년대에 성인에게 많이 발병했다. 루스벨트 대통령도 소아마비 장애인이었다. 이제 미국에서 소아마비는 잊혀져 가는 질병이다. 소아마비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병원도 찾기 힘들다. 병원에 가서 의사를 보아도 소아마비 후유증에 대해 잘 아는 의사는 보기 힘들다.


생각해보니 몸은 그동안 내게 힘드니 좀 쉬어가라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었다. 몇 달 전부터 퇴근하고 집에 가면 눕고 싶어 졌다. 저녁을 먹고 나면 일찌감치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 TV 도 보고, 책도 보고 했었다. 난 본래 피곤해도 낮잠을 자지 않는데 최근에는 주말에 침대에 누워 있다가 깜박 잠이 드는 일도 생겨났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거나 하루 일과가 끝나가는 오후가 되면 허리가 아파오기도 했다. 몸이 보내오는 이런 신호들을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나이 이제 60 중반이다. 85세까지 산다고 치면 25%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승용차의 수명이 20만 마일 정도라고 보면, 25%가 남은 차의 마일 수는 15만 마일이다. 15만 마일을 달린 차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드물다. 이런 차는 집 근처에서 살살 타고 다닌다.


나는 매뉴얼에 따라 자동차 정비를 한다. 늘 차에서 나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다. 낯선 소리가 나면 얼른 정비소로 달려간다. 막상 내 몸이 내는 소리에는 귀를 닫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지금’이라는 노래가 있다. 


“지금 우리는 그 옛날의 우리가 아닌걸

분명 내가 알고 있는 만큼 너도 알아

단지 지금 우리는 달라졌다고 먼저 말할 자신이 없을 뿐…”

 

언제 다가왔는지 모르는 이별을 앞둔 연인이 부르는 노래다.


소설가 이외수가 한때 그에게 그토록 헌신적이었던 아내와 졸혼을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감정의 골이 그들을 졸혼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크고 작은 조짐들이 있었지만 애써 외면하며 살았을 것이다. 우리가 갑자기 당했다고 하는 일도 대부분은 조금씩 생겨 난 것들이다. 


다행히 허리는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살살 달래 가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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