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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쥐와 서울쥐
04/01/20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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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의 일이다. 뒷동산에 핀 야생화 사이로 나비들이 떼를 지어 날아들었다. 10 수년 전, 퇴근길에 이런 나비 떼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봄이었지 싶다. 신문을 보니 멕시코에서 겨울을 나고 온 일명 ‘제왕나비’라고 불리는 ‘모나크 나비’라고 한다. 멀리서 보면 자칫 나방 같은 모습이지만, 꽃잎에 앉은 것을 보니 화려하고 아름답다.


마침 집에서 일을 하는 날이라 혼자 보기 아까워 회사 동료들에게 나비 소식을 알려주며 점심시간에 잠시 밖에 나가 걸어보라고 했다. 다음날 출근해 물어보니 대답들이 신통치 않다. 나비가 없더란다. 정말 나가보기는 한 걸까? 나와 늘 함께 점심을 먹는 동료들은 모두 다운타운 근처의 콘도나 타운하우스에 산다. 빌딩 숲에 가려진 도심에서 야생화나 나비를 보기는 쉽지 않다.


전에는 몰랐는데, 다운타운으로 직장을 옮기고 나니 내가 사는 곳이 교외라는 것이 느껴진다. 대도시와는 주변의 환경이나 풍경은 물론 사람들의 정서도 다르다. 도시인들은 자연의 변화에 다소 무딘 것 같다.


빌딩 숲에 가려진 도심에서 계절의 작은 변화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도시의 풍경은 자연의 변화보다는 새로 지은 빌딩과 그 아래 들어서는 가게들, 바뀌는 간판에 따라 달라진다. 


비가 멈추고 물이 빠진 도시는 금방 비의 흔적을 잊고 말지만, 우리 동네는 비 온 후 조금씩 모습을 바꾸어 간다. 누렇던 뒷동산에 푸른기가 도는 듯싶더니 마치 새로 카펫을 깐 듯 파란 풀들이 올라오고, 화려한 들꽃들이 피어났다. 키가 자란 풀들은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쏴아’ 하는 소리를 내며 파도처럼 일렁인다. 


잎이 나기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복숭아나무에는 흐드러지게 꽃이 달려있다. 꽃들 사이로는 나비와 벌들이 날아다니고, 겨우내 옷을 벗고 있던 나뭇가지에 눈곱만 한 새순이 돗고 있다. 돌배나무가 서 있는 주변에는 마치 눈이 내린 듯이 하얀 꽃잎이 땅을 뒤덮고 있고, 새들은 새벽부터 사방에서 지저귄다. 


놀러 왔던 누이동생은 뒤뜰 페티오에 앉아 꽃과 풀과 나무를 보며 어디 놀러 갈 필요 없어 좋겠다고 한다. 문득 시골쥐와 서울쥐 생각이 났다. 사람은 내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며 사는 모양이다. 나는 나름 도심의 삶을, 다운 타운에 새로 들어 선 콘도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현대식 시설에 아래층에는 카페와 상가가 있고,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한인타운이 있어 편리하고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이 집을 팔고 타운에 들어가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도 하고 있는데. 


누이는 주변이 어찌 이리 조용하냐고 한다.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는 지나다니는 차 소리며 이런저런 소음이 항시 들린다고 한다. 우리 집은 막다른 골목 안에 있어 낯선 차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세워둔 차의 유리를 깼다던가 우편물을 도난당하는 일도 없었다.


밤이 되자 서울쥐 누이는 도심으로 돌아갔고, 시골쥐들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주말인데도 새소리에 아침 일찍 눈을 뜬 탓에 잠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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