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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노인은 아니다
02/08/201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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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머리에 염색을 했다. 2년여 만의 일이다. 딸아이 세미가 결혼할 무렵부터 이제 더 이상 머리 염색을 하지 않기로 했었다. 결혼식 사진 속의 내 모습은 희끗한 머리가 제법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리처드 기어’ 같다며 멋있다고 부추기는 세미도 있고 해서, 나는 흰머리가 내게 어울린다고 착각하며 지내고 있었다.


얼마 전 “누가 보면 아버지 모시고 다니는 줄 알아요.”라는 아내의 한 마디에 다시 머리에 검정 물을 들이게 되었다. 아니, 지난가을 중식당에서 “어르신” 이란 말을 들었을 때 이미 감을 잡았어야 했다.


굳이 흰머리카락의 숫자를 따지자면 나는 “어르신” 이나 “아버지”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다. 검은 머리와 잘 섞어 놓으면 요즘 유행한다는 소금과 후추를 섞어 놓은 모양의 ‘salt and pepper hair’ 스타일 정도다. 다만 흰머리가 앞쪽으로만 집중적으로 생겨났기 때문에 정면에서 얼굴을 보면 백발이 많아 보일 뿐이다.


외모는 머리에 물감을 들이고 옷을 좀 젊게 입는 것으로 한 10년쯤 극복할 수도 있지만 생각과 정서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새로운 CD를 산지가 10년도 넘은 것 같다. 유튜브나 아마존에서 옛날 노래들을 골라 듣는다. 늘 아이들과 다니며 요즘 노래를 접하는 아내는 내게 새로 나오는 노래도 들어 보라고 하지만 나는 익숙한 것이 좋다. 게다가 유튜브를 뒤지다 보면 까맣게 잊고 있던 노래와 가수들을 다시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어린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접하고 경험하며 기억을 만들어 가고, 나이 든 사람은 익숙한 것을 다시 꺼내보고 들으며 추억에 젖는 것이다. 지난 일은 더러 슬프고 아픈 것들도 애잔하게 다가온다.


나이가 들어 좋은 일 중의 하나는 겁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 생겨나고 힘든 일이 닥쳐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한 번쯤은 겪어보거나 들어 본 일이며, 세상사 시간이 다 해결해 준다는 진리를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죽음조차도 두렵지 않다. 그것도 닥치면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당분간 65세를 노인 기준 연령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평균수명의 연장에 맞추어 70세로 상향조정을 하자는 여론도 있는 모양이다. 미국도 노인의 나이가 들쑥날쑥하다. 미국 은퇴자협회는 (AARP) 50세부터 가입이 가능하지만,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시니어’ 할인은 가게마다 달라 62-65세 사이를 오간다. 55년생인 나의 경우는 소셜 시큐리티 연금을 100% 받으려면 66세 하고도 2달을 더 기다려야 한다.


남의 눈에는 내가 흰머리가 듬성한 노인의 모습일지 모르지만, 아직은 나이가 많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아내는 노안이 와서 안경 없이는 식당 메뉴나 영수증 따위를 읽지 못한다. 근시인 나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안경 없이 더 잘 보인다.


머리에 염색을 하고 나니 다들 젊어 보인다고 한다. 당분간 노인 소리 들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내 나이 65세가 될 무렵이면 노인의 연령이 70세 또는 그 이후가 될지도 모르지. 어쩌면 난 노인 소리는 들어보지 못하고 죽을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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