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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사장은 동생이 한다
09/12/2018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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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년동아’를 시작으로 그 무렵 발행되던 대부분의 학생 신문과 잡지를 구독했다. ‘소년동아’에는 ‘소년 007’이라는 만화가 실렸는데, 그때 만화에 등장하던 황당무계하게 보이던 신무기와 기술 대부분이 실제로 이루어져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런 학생신문과 잡지에는 시나 산문, 소설 따위를 투고할 수 있었는데, 꼭 학교와 학년을 밝혀야 했다. 몇 번 독학생이라고 적어 보냈지만 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동생의 이름으로 보냈더니 실렸다. 문예공모전에 당선이 되어 상장이나 상품이 학교로 보내지며 동생의 입장이 곤란해졌다. 그 후, 동생의 이름으로 글을 쓰는 일을 접었다.


‘학원’이라는 잡지에 매달 이어서 쓰는 릴레이 소설 공모전이 있었다. 여기에 응모를 했는데, 덜컥 당선이 되어 실렸다. 한동안 문학에 대한 꿈을 키우며 살기도 했다.


펜팔이 유행을 하기도 했었다. 돈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을 하면 펜팔을 원하는 외국학생의 주소를 받을 수 있었다. 학생 잡지에는 펜팔란이 있어 여기에 주소를 올릴 수도 있고, 주소가 올라 있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낼 수도 있었다. 나도 노르웨이의 한 소녀와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었다. 


누나는 입학시험을 치러 금란 여중을 다녔고, 후에 서울예고로 진학했다. 늘 반에서 중상 정도의 성적을 받던 동생은 새로 시작된 무시험 진학 추첨제도에 따라 대성중학교에 진학을 했다. 갑자기 시작된 무시험 진학 제도를 두고 시중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인 박지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아버지는 동생을 강한 남자로 키우기 위해 태권도를 가르쳤는데, 동생은 제법 태권도를 잘 해서 중학생 때 태권도 2단이 되었고, 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오기도 했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남들이 명문이라고 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에는 성적이 조금 모자랐던 것 같다. 마침 다니고 있던 대성중학교가 고등학교를 만들자 아버지는 동생을 대성고등학교로 보냈다.


아버지의 그 결정은 동생에게는 새로운 장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 무렵 한국의 고등학교에서는 교련을 실시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한 달에 몇 차례 얼룩 무니 교련복을 입고 등교를 했다. 남학생들은 목총을 메고 행군을 연습하고, 여학생들은 위생병 가방을 메고 연습을 했다. 태권도 2단의 동생은 학교에서 선도부장이 되었고, 후에는 교련단의 연대장이 되었다.


선도부장을 하는 동안에는 학교 근처의 부량배들을 퇴치하여 주변 상인들로부터 칭찬을 받기도 했다.


그런 배경 탓인지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며 남가주 한인사회에서는 꽤 알려진 인사가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은행에 들어가 짧은 기간에 지점장이 되었는데, 얼마 후 은행을 그만두더니 투자자들을 모아 회사를 차렸다.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하던 사람은 막상 사회에 나와서는 일인자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미 검증받은 실력으로 대우가 좋고 장래성 있는 직장에 쉽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의 위험 없이 사회진출을 하게 된다. 그런 직장에는 이미 정해진 질서가 있어 순서대로 올라가야 하며 그나마 어느 선에 이르면 한계점에 도달한다.


학창 시절 중하위권에 있던 사람은 사회에 나오면 뭔가 일을 벌여 역전을 노리게 된다. 좋은 자리는 학창 시절 공부 잘하던 친구들이 모두 차지해 버렸기 때문이다.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확률의 게임에 뛰어들어야 한다. 여기서 잘 살아남으면 인생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실무는 공부 잘하던 친구들에게 시키면 된다.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개 사교성이 뛰어나며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다. 나는 전자에 속하는 편이고, 내 동생은 확실히 후자에 속한다. 


그래서 난 공무원 은퇴를 하고 지난 4년 동안 동생의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회사 일은 내가 더 잘 알고, 더 잘 한다. 그래도 동생이 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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