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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김찬삼'의 세계 여행
07/09/201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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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가을 아버지가 나와 동생에게 생일 선물로 책을 사주었다. 동생에게는 ‘김유신 장군’과 ‘삼총사,’ 내게는 ‘장 발장’과 ‘로빈슨 크루소’를 사 주었다. 그 네 권의 책을 모두 본 후, 나는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우리 집에는 50권짜리 세계 소년소녀 문학전집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그 책들을 보기 시작했다. ‘15 소년 표류기’는 그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책이다.


우리 집이 구파발로 집을 지어 이사를 가고 난 후 나도 집으로 갔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집에 있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집에는 한국문학전집과 세계문학전집이 있었다. 이상의 ‘날개,’ 이광수의 ‘사랑,’ 카프카의 ‘변신,’ ‘테스,’ ‘적과 흑’ 등 고전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책들을 중학생 나이에 닥치는 대로 읽었다.


외국여행이라는 단어가 낯설던 60년대에 ‘김찬삼’이라는 여행가가 세계여행을 하고 와서 방송에도 나오고 사진이 많이 담긴 ‘김찬삼의 세계 여행’이라는 책을 냈다. 그의 책을 보며 집을 나서면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방학을 하면 누나와 동생은 다음 학기 교과서를 미리 받아 왔는데, 나는 방학이 끝나기 전에 그 책들을 먼저 보았다. 수학은 읽어 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국어, 역사, 도덕, 자연 등의 책은 공부를 하고자 하는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그 무렵 TV에서는 매일 오전 학교방송을 했다. 자연이나 과학, 역사 등의 과목에 시청각 교육 효과를 더 하자는 의도로 시작했던 것 같다. 나는 매일 오전 학교방송을 시청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동요도 등 너머로 배워 웬만한 동요는 모두 알고 있었다.


나는 주말이나 형제들의 방학을 그들보다 더 기다렸다. 내게 함께 놀아 줄 친구들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방학을 하면 모두들 방학 계획표라는 것을 만들어 벽에 붙여 놓았다. 나도 덩달아 아침에 눈을 뜨는 시간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의 일과를 시간대 별로 만들곤 했다. 

 

오후가 되면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여 카드놀이를 하거나 ‘1박 2일’에 등장하는 3박자나 4박자 장단에 맞추는 놀이를 했다.


내가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하자 아버지가 내놓은 대안은 한자공부였다. 아버지는 내게 한자를 가르치고 역리학을 가르쳐 점쟁이를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천자문을 사다 주었다. 천자문을 다 떼고 나자 순서대로 외우라며 두꺼운 옥편을 주었다. 아버지 성격의 단면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때 내게 고사성어 책을 주었더라면 훨씬 재미있게 한자를 공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옥편의 ‘가’ 편부터 차례로 한자를 외우다가 몇 달 후 슬그머니 그만두고 말았다.

  

그리고 겨울 방학에 누나에게서 영어를 배웠다. 기초영어 펜맨십 책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점선으로 미리 만들어져 있는 알파벳을 따라 쓰며 배우는 책이다.


사전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 단어를 찾아 익혔는데, 발음하는 것이 어려웠다. 모르는 단어들을 모아 놓았다가 누나에게 물어 한글로 발음을 적어 외웠다. 누나가 대학에 들어 간 후에는 누나의 영어책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주며 누나의 영어공부를 도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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