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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루는 주방장 손에
05/17/20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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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무엇이나 잘 만든다. 고향이 안동인 아내는 어려서 할머니 댁에서 삼촌 고모들과 어울려 살았기 때문에 무얼 만들어도 늘 푸짐하게 만든다.

 

우리 집에는 사방에 식재료들이 널려 있다. 건조대에는 늘 무언가 들어앉아 말라가고 있다. 석류 철에는 석류청을 만들고, 옆집 할머니가 레몬을 준 날은 레몬청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레몬으로 여름날 얼음을 띠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마시면 정말 맛있고 시원하다. 과일이 시들어 가면 잼이 되고, 작년 여름에는 뒷마당의 복숭아로 통조림을 만들기도 했다.


성당에 다니시는 할머니 한 분이 근처 학교의 공터를 빌려 텃밭을 만들어 농사를 지으시는데 자주 아내를 불러낸다. 아내는 좋아라 하고 그 노인을 모시고 텃밭에 가서 파, 부추, 상추, 근대, 고추 등을 얻어 온다. 이런 야채들을 다듬에 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데쳐서 말리기도 한다. 생것을 고춧가루와 버무리면 김치가 되고, 장에 넣어 둔 것은 장아찌가 된다.


아내는 손이 커서 무엇이나 많이 만든다. 육개장을 끓여도 한 솥, 나물을 무쳐도 한 대접이다. 남들과 나누어 먹는 것을 좋아해서 친구들을 불러 함께 먹기도 하고, 싸 주기도 한다.


이제는 양식에도 눈을 떠 파스타부터 난 이름도 잘 모르는 음식들을 자주 만든다. 마음만 내키면 빵과 케잌, 과자도 잘 굽는다. 마치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씩 낮은 산에서 시작해서 매주 새로운 산을 오르고 나중에는 비행기 타고 외국에 있는 산을 찾아가는 것과 같다.


늘 새로운 식재료와 메뉴를 찾는다. 물론 이런 노고의 최대 수혜자는 나다. 아내는 매일 아침과 점심 도시락을 챙겨 주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따듯한 저녁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회사에서 직장 동료가 싸온 반찬 이야기를 집에 가서 하면 그다음 날 쯤에는 저녁 상에 오른다. 어느 날 내가 이건 왜 만들었느냐고 했더니, 먹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발끈한다. 난 그냥 그런 반찬도 있더라고 한 이야기였는데...


난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식당도 내가 가던 곳만 가고, 식당에 가서도 먹는 메뉴는 이미 정해져 있다.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보다는 단순한 것을 좋아하고 향신료나 간이 센 것보다는 담백하고 심심한 것을 좋아한다. 반찬 가짓수가 많은 것보다는 입에 맞는 것 한 두 가지면 된다. 아내는 기본적으로 밑반찬을 몇 가지 상에 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월남국수를 먹을 때도 나는 식당에서 주는 것을 그대로 먹는다, 아내는 여기에 고수와 민트, 숙주나물, 레몬즙까지 넣어 먹는다.


경상도가 고향인 아내는 짜고 매운 것을 좋아한다. 요리를 잘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가 만든 음식을 남들이 그대로 먹어주기를 기대한다. 왜냐하면 그 요리는 그렇게 먹어야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이미 내 입에는 간이 맞는데도 불구하고 아내는 소스를 끼얹거나 양념간장에 찍어 먹을 것을 권유(강권)한다.


그나마 전에 둘이 살 때는 내 입맛을 맞추어 주곤 했는데, 조카들이 오고 나서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이 녀석들이 고모와 입맛이 같아 이제는 3대 1이 된 것이다. 음식의 간이 조금 더 맵고 짜 졌다. 어쩌겠는가, 칼자루는 주방장이 쥐고 있는데. 내가 맞추어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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