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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못한 삶의 방향 7
07/05/2020 17:23
조회  653   |  추천   15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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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병원을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비록 몸은 망가져 잔 걸음으로밖에 걸을수 없지만 기분은 좋다 . 잠시 방안의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이 안스럽다. 회색으로 어지럽게 자린 머리카락, 횡하니 깊게 들어간 눈주위, 희고검게 자라버린 수염, 수술기구와 주사기들 때문에 검보라색으로 변해버린 오른팔…걸음을 돌려 친숙한 내 침대자리로 돌아가 누워보았다. 얼마만에 이렇게 편한 잠자리에 누워 보는가… 잠시 두눈을 감았다 잠이 들고 말았다. 밖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잠깨어보니 아내가 저녁식사를 준비 했다고 한다. 더 이상 그 밋밋한 병원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즐거운 식사를 했다.

아내는 하루에 오전, 오후 두번씩 창가의 책상에 앉아 혼자만의 기도 시간을 갖는다. 기도의 내용이 무얼까?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세상이 온통 바이러스얘기다. 불행? 중 다행일까,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은 아직도 문제가 심각하지않아 아내도 곁에 있을수 있었고 조금은 성가싶다 할 정도로 주위분들의 잦은 병문안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같은것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을거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친척처럼 지내던, 아내의 친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중년의 나이가 되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지내는 친구인데 수년간 신장투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투석을 전문적으로 하는 그곳에서 누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연락을 받았고 같은 장소를 이용하는 모든 환자에게 검사를 권하는 연락을 받았는데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단다. 뉴스에서 남의 일로만 느껴지던 얘기가 이렇게 가까이에 아는 이에게도 전해졌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내는 그 친구에게 가보지 못하는 상황을 매우 안타까워 했다.

사실 아내에게도 거의 유일하게 친한 그친구는 어린시절 고국의 유력한 세력과 가까웠던 부친의 아래에서 매우 유복하게 자랐다고 하는데 지금은 두분다 고인이 되었고 유일한 혈육인 친오빠/새언니 하고도 거의 왕래가 없다. 아내와의 우정이 남달라 주변에서는 가까운 친척으로 생각하고 있다. 친구가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야 아내의 연락을 받은 친오빠가 동생과 통화를 한것 같다. 상황이 한동안 좋지 않아 응급실로 옮겨졌는데 친구가 아내를 제일우선 간호인으로 서류를 작성한 이유로 담당 간호사로 부터 하루에 두번씩인가 현상황을 설명하는 전화가 온다.

입원후 몇일있다가 연락을 받았는데 초기와 달리 희망이 보인단다, 입원한지 일주일 정도 되었는데 지금같으면 하루이틀내에 일반병실로 옮길것 같단다. 몇일을 걱정과 기도로 시간을 보내던 아내의 얼굴에 안도감이 보인다. 뉴스에서는 하루에 몇명이 확정되고 또 많은수의 환자가 죽었다 하는데, 신장투석을 해오던 사람이 병을 이기고 있다니… 고무감으로 희망을 느껴 보았다. 일반병실로 옮긴다는 날 이른아침 아내는 친구의 병실에 전화를 해보았는데 응답이 없다. 몇번을 시도하는 아내의 얼굴에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보인다. 그리곤 이름을 아는 담당간호사를 찾아보았다. 아침, 오후에 상황을 설명해 주던 간호사인데 지금 병실에 들어가 있어 전화응답이 어렵다 한다. 무슨일인지? 오늘 일반병실로 옮긴다 했는데 지금 그런상황이라 바빠서 전화응답을 못하나 온갖생각을 다 해본다. 그리곤 핸드폰을 손에 쥐고 계속 만지막하는 아내에게 10시가 넘어 친구의 오빠로 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응접실에 앉아 아침 뉴스를 듣고있었는데 침실에서 전화를 받던 아내의 오열소리가 들렸다. 친구가 아침에 일반병동으로 옮기기전 투석을 받다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한다. 아내를 위로하기엔 그 슬픔이 너무 큰것같아 침실의 방문을 조용히 닫아주었다…


바이러스, 삶, 종말, 죽음, 친구, 슬픔,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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